스페이스X '0주' 후폭풍… 한국 패싱에 19% 수익 놓친 개미 반발

전유진 2026. 6. 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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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미래에셋에 전량 삭감 통보
공모가 수익률 19.2%… 시장가는 7.3%
개인 투자자 금감원·경찰청 신고 잇따라
오픈AI IPO 앞두고 제도 개선 목소리↑
2024년 10월 미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목성 무인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를 탑재한 스페이스X 팰컨 헤비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UPI 연합뉴스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에 참여하려던 국내 투자자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페이스X 인수단으로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이 공모주 물량을 단 한 건도 확보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 반발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12일(현지시간) 상장한 스페이스X 국내 판매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당초 스페이스X 주식 231만4,815주를 할당받아 3억1,250만 달러(4,700억 원) 규모 물량을 국내 기관 투자자에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배정 물량을 0주로 통보하면서 무산으로 돌아갔다.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주식을 받아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하려던 국내 자산운용사 계획도 틀어졌다.

투자자들은 즉각 항의를 쏟아냈다. 한 투자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 ETF 상품을 두고 "스페이스X 상장 전 투자 가능한 ETF라고 몇 달간 홍보해 놓고 정작 한 주도 받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를 아무 문제없이 넘어간다면 앞으로 모든 ETF를 허위 광고해도 운용사엔 책임이 없다는 결론이 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금융감독원, 경찰청, 국민신문고 등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기망 행위를 신고했다는 투자자들도 잇따랐다.

물량 미배정이 금전적 손실로 이어지면서 투자자 반발은 더욱 커졌다. 공모가 135달러로 상장한 스페이스X는 첫 거래를 150달러에서 시작해 160.95달러에 마감했다. 공모주를 배정받은 경우 약 19.2%의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상장 후 시장가에 매수한 투자자 수익률은 7.3%에 그친다. 미래에셋증권은 "불편을 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미국 IPO 시장 특수성과 가변성으로 발생한 결과지만, 공모주 편입 기대가 컸던 투자자들에게 물량 미배정 소식을 전하게 돼 매우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다만 물량 미배정 가능성이 사전에 고지된 만큼 피해 보상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투자설명서에 명시된 바와 같이 각 인수인이 실제 배정받는 판매 물량은 대표주관사의 최종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며 "이 가능성을 고려해 앞서 배정 물량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오픈AI·앤스로픽 IPO 대기… 개인 참여 확대해야

국내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대표주관사가 사실상 전권을 쥐는 미국 IPO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기관 수요가 폭증하자 블랙록,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등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부은 큰손들을 중심으로 물량을 배정했고, 한국 몫은 전량 삭감했다. 업계에선 미래에셋증권이 체결한 231만 주 배정 계약은 미달 시 전액을 인수하는 독소조항일 뿐 실제 물량을 보장하는 조건이 아니었다며, 이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한 점이 논란을 키웠다는 평가를 내놨다.

향후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미국에서 대형 IPO가 줄줄이 예정된 만큼 투자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50인 이상에게 공모하려면 발행사가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스페이스X와 같은 해외 발행사가 한국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리는 만무하다는 점에서 국내 개인 투자자의 해외 IPO 참여는 사실상 제한돼 있다. 이에 반해 일본, 스위스, 영국 등 금융선진국은 개인 투자자 참여가 가능하다. 개인 투자자가 배제된 한국이 후순위 시장으로 인식돼 물량 배정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청약 과정에서 시스템 미비가 드러났다"며 "개인 투자자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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