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특수에 '귀하신 몸' … 하닉보다 뜨거운 장비株

"(감광액) 벗기는데 1인자가 되더니 드디어 빛을 보네요."
국내 주식시장이 지난 2일 이후 하락세다. 이런 흐름 속에 나홀로 주가가 쭉쭉 오르는 코스닥 상장사가 있다. 이름도 생소한 '피에스케이(PSK)'다. 피에스케이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같은 반도체 업종 내 SK하이닉스가 올 들어 10일까지 200% 오를 때 이 주식은 수익률 300%에 근접하고 있다.
특정 업종(테마)에 휩쓸려 일시적인 급등으로 치부하기엔 피에스케이는 반도체 공정 중 확실한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이 회사는 '드라이 스트립 장비' 분야 세계 넘버원이다. 피에스케이는 경쟁사가 제한적인 데다 대체가 어려운 스트립 기술을 보유한 '독점주'다.
그도 그럴 것이 35년간 '(감광액) 벗기는 기술' 하나에 집중했고 인공지능(AI) 시대를 만나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글로벌 스트립 시장 점유율 42%로 압도적이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주도하는 AI 시장에서는 스트립도 덩달아 몸값이 뛴다. GPU 성능을 좌우하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는 D램 칩을 수직으로 쌓는 구조다. 층을 쌓을 때마다 회로를 새기고, 감광액을 바른 후 패턴을 새긴 다음에 이를 벗겨내는(스트립) 공정이 반복된다.
이를 어려운 공정 용어로 '노광→식각→스트립'이라고 한다. AI 고도화로 이 과정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HBM처럼 칩을 30~40층 쌓는 구조에서는 1층에서 제대로 감광액을 벗겨내지 못해 찌꺼기가 남으면 전체 30층이 모두 불량이 된다. 즉 HBM 1개를 만드는 데 일반 D램보다 스트립 장비가 3~4배 더 많이 필요해졌다.
피에스케이의 드라이 스트립 장비는 개발·설계 고정비가 많이 들지만 변동비는 적다. 공장과 인력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주문이 늘어나면 추가 매출은 대부분 이익으로 반영된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피에스케이의 2026년 예상 매출은 6593억원이다. 2025년(4572억원)보다 44.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85억원에서 1693억원으로, 1년 이익 증가율이 91.3%다.
2023년 15.4%였던 피에스케이 이익률은 2024년 20%대를 돌파하더니 2026년 25.7%로 예상된다. 하나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30%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매출보다 이익이 더 급증하는 '체질 개선주'를 공격적 투자자들은 더 선호한다.
다만 약점도 있다. 증권가는 PSK에 대해 "사업은 A+, 지배구조는 C+"라고 평가한다. 요즘처럼 미국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피에스케이와 같은 '옥상옥' 지배구조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피에스케이는 '박경수 회장→PSK홀딩스→PSK'로 이어진다. 구글에 비유하면 오너 아래 구글이 상장돼 있고, 유튜브도 주식으로 거래되는 셈이다.
PSK의 낮은 배당수익률(0.49%) 탓에 배당 투자자들은 이 주식에 섣불리 투자하지 않는다. 반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PSK홀딩스는 배당률이 0.86%다. 배당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주사를 택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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