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매매도 AI가 대신"…가상자산거래소, 침체 속 서비스 고도화 경쟁

김지영 2026. 6. 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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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빗썸, 자연어 기반 API 활용 서비스 잇따라 출시
코인베이스는 포트폴리오 조정·데이터 결제까지…‘에이전트형 금융’ 확장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시세 조회부터 주문, 자동매매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향후 시장 회복에 대비하고 기존 투자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서비스 고도화 경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1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와 빗썸, 미국 코인베이스 등 주요 거래소는 최근 생성형 AI와 거래소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연계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용자가 복잡한 프로그램을 직접 작성하지 않아도 자연어로 AI에 지시해 시세와 계좌를 조회하거나 매매 명령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두나무는 지난달 AI 에이전트용 업비트 API 활용 지침인 '업비트 스킬'을 선보였다. 클로드 코드와 커서, 코덱스 등 AI 코딩 에이전트가 업비트의 명령줄 인터페이스(CLI) 사용법과 주요 거래 규칙을 참고할 수 있도록 구성한 지침과 리소스 모음이다.

이용자가 "KRW-BTC 현재가를 조회해줘"나 "내 업비트 잔고를 확인해줘"라고 입력하면 AI가 이에 맞는 명령을 구성하거나 실행을 보조한다. 시세·계정 조회와 주문 생성·취소, 입출금 정보 확인, 트래블룰 검증 보조 등을 지원한다.

다만 AI가 독립적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업비트 API와 CLI를 정확하게 활용하도록 돕는 업무 매뉴얼에 가깝다. 업비트에서 API를 활용한 이용자는 AI 기술 활용 증가 등에 힘입어 2023년 대비 2025년 76% 늘었다.

빗썸도 최근 클로드와 챗GPT,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와 대화하며 시세 조회부터 실제 거래까지 처리할 수 있는 'AI 트레이드 킷'을 출시했다.

이용자가 "시세가 급등한 종목을 알려줘" 또는 "오후 2시에 이더리움 1개를 매수해줘"라고 요청하면 시세 조회와 조건부 예약 주문 등을 수행할 수 있다. AI와의 대화만으로 24시간 작동하는 자동매매 프로그램도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PC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모바일 지원은 추후 제공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AI 에이전트의 역할이 주문 보조를 넘어 투자 판단과 금융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지난 11일 AI 에이전트가 가상자산 매매와 대금결제 등을 대신 수행하는 '코인베이스 포 에이전트'를 시작했다.

이용자가 "비트코인 60%, 이더리움 20%, 솔라나 20%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줘" 또는 "단기 조정 때 분할 매수해줘"라고 지시하면 AI가 시장 상황을 분석해 매매를 집행하는 구조다.

투자자는 AI 에이전트의 최대 거래 규모와 지출 한도를 설정하고 전용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주 계좌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 코인베이스는 기계 간 결제 프로토콜 'x402'도 연동해 AI가 유료 연구자료와 시장 데이터를 직접 결제하고 거래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거래소들이 시장 침체기에도 AI 서비스 개발을 이어가는 것은 향후 거래 회복기에 대비하는 동시에 기존 투자자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이 위축됐다고 서비스 투자를 중단하면 글로벌 거래소와의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이용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가 줄었지만 향후 찾아올 거래 호황에 대비해 서비스를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거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 만큼 기존 투자자를 위한 서비스 개선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코인베이스처럼 AI가 이용자의 투자 판단에 관여하는 서비스가 국내 거래소까지 확산할지는 미지수다. 자연어 지시를 토대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정하거나 매수 시점을 판단하는 기능은 단순 주문 대행을 넘어 거래소의 투자 권유나 자문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인베이스는 AI가 사실상 투자 자문까지 해주지만 이를 국내 거래소에 그대로 도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거래소의 투자 권유로 볼 여지가 있어 규제상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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