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상징적 역사’ 제주, 남북교류 재개 “새로운 교류” 평가

이동건 기자 2026. 6. 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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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구원, ‘적대와 교류의 병행:북·제주 접촉이 보여주는 북한의 대남전략’ 현안분석
2000년대 북한으로 전달되는 제주 감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의 남북협력사업 재개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새로운 교류의 단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박은주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적대와 교류의 병행:북·제주 접촉이 보여주는 북한의 대남전략' 현안분석을 통해 "북한이 모든 형태의 남북 교류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영역에서 제한적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2023년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면서 남북 사이에서 조국통일과 한민족 등의 단어를 삭제했다. 한반도 전체를 하나로 보던 규정을 폐기해 남한과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나눴다.

언젠가는 통일로 나아간다는 인식 자체를 부정한 전혀 다른 국가라는 선언이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지난 5월4일 제주도가 보낸 한라봉 묘목과 비닐하우스용 비닐,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약품, 의료기기 등이 북한 남포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제주도가 지난해 11월부터 남북협력사업 재개를 위한 절차를 밟았고, 올해 2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중국에서 직접 북한 측 인사와 만나 협력 사업을 논의했다. 

북한의 '적대적 국가' 선언 이후 어떤 방식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야 할지 고심인 가운데, 제주도가 앞장서서 새로운 협력 방안을 제시한 셈이다. 

박 연구위원은 "제주도의 교류협력은 2018년 이후 8년만에 이뤄진 남북 접촉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북한이 제주도의 접촉에 응했고, 필요한 지원 품목을 구체적으로 요청한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 이후 남북교류의 시대가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고 말했지만, 제주의 남북교류사업은 적대적 두 국가가 서로의 국익을 위해 제한적 협력을 수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새로운 교류 방식의 단면"이라며 "북한은 물품 수령에 따른 후속 조치도 없이 남북관계 개선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중앙정부 차원의 공식 대화보다 지방정부와의 제한적 협력을 통해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실익을 확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모든 형태의 남북교류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필요한 영역에서 제한적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주는 지방정부 차원의 남북교류협력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이며, 가장 오랜 기간 체계적으로 대북지원사업을 지속해 온 상징적 역사를 지녔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감귤과 당근 등을 보내면서 '비타민C 외교'를 펼쳤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날을 대비해 80억원 규모의 남북교류협력기금까지 조성하는 등 남북교류협력 사업의 지방정부 모범으로 평가받아 왔다. 

1990~2000년대 '비타민C 외교'로 남북협력사업의 지방정부 모범을 보여준 제주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 이후의 새로운 교류 방식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다. 

더해 박 연구위원은 "제주의 남북교류사업은 대북정책 설정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과거 교류 재개=관계 개선이라는 척도에서 벗어나 적대와 협력이 공존하는 새로운 관계 틀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물품 지원을 통한 협력 뿐만 아니라 남북소통공감 아카데미, 제주-경기 공동 남북교류 워크숍, 한라-백두 청년지도자 육성 프로그램 등 다양한 남북교류·통일 교육과 공감대 형성에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