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론가 장교수의 경영MBTI] ISTJ성향의 대구백화점, 기억을 보존하며 질서를 다시 짓는 기업

도시에는 '추억의 좌표'가 있다. 대구 시민에게 대구백화점은 오랫동안 그 좌표였다. 백화점은 유통시설이지만, 도시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문화 장치로 해석되기도 한다. 약속이 생기고, 계절이 기록되고, 세대의 취향이 축적되는 이 특별한 장소는 도시의 정통성을 만든다. 그런데 지금 대구백화점이 서 있는 자리에는 문명과 추억이 충돌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본점이 문을 닫은 뒤 시간이 꽤 흘렀지만 핵심 자산 매각이 더디고, 동성로 상권의 회복도 쉽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대구백화점의 경영 MBTI를 도출하면 ISTJ로 읽는 편이 타당하다. ISTJ는 전통·책임·질서·검증을 중시한다. 화려한 언어보다 운영의 규칙으로 신뢰를 쌓는 성향이다. 대구백화점이 향토 유통기업으로서 '지역의 기억'을 장기간 관리해왔다는 점은 ISTJ의 장점과 맞닿아 있다. 다만 ISTJ의 그림자는 환경 변화가 급격할수록 뚜렷해진다. 원칙은 남아도 전환의 속도가 늦어지고, 정리의 논리가 혁신의 논리를 압도하면 공백이 길어지게 된다.
최근 보도들은 그 공백의 성격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는 저조한 실적에 대한 책임감과 자산 구조조정, 수익성 중심 재편을 언급했고, 매출이 3년간 618억, 540억, 472억으로 줄었다는 지표도 함께 전해졌다. 2025년 8월에는 최대주주 측 지분 34.7%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 추진하고, 동성로 본점과 대백프라자 등 주요 부동산의 처분을 병행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핵심 자산의 합산 감정평가액이 7천억원대라는 언급도 같은 기사 흐름에서 확인된다. 2026년 3월에는 인수 희망자가 예비 실사를 마쳤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정리하면, 지금의 대구백화점은 '판매 경쟁' 이전에 '존재 방식'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국면에 있는 것이다.
만약 대구백화점이 사람이라면, 오래된 규칙을 지키는 도시의 관리자에 가깝다. 말이 많지 않고, 약속을 신중히 하며, 한 번 맡은 책임을 쉽게 내려놓지 않는다. 다만 관리자형 인물은 종종 착각한다. "나는 변하지 않았으니, 나를 기억하는 사람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이다. 그러나 문명은 기억을 존중하지 않는다. 기억을 기능으로 바꾸는 주체만이 다음 시대의 정통성을 획득한다.
그래서 대구백화점의 성장 지도는 '백화점의 부활'이 아니라 '도시 문화 인프라로의 재정의'로 그려져야 한다. 첫째, 자산을 면적이 아니라 프로그램으로 평가해야 한다. 동성로 본점 같은 핵심 부지는 단순 매각 대상이 아니라, 도심을 다시 불러들이는 엔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구청이 대백 본점을 청사 이전 후보지 중 하나로 검토하며 상업과 문화시설을 결합한 복합공간 구상을 언급한 보도는, 이 자리가 단지 거래 대상이 아니라 '도시 기능'의 후보지임을 보여준다.
둘째, 유통을 판매에서 지역 큐레이션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국 어디서나 같은 브랜드를 파는 백화점은 플랫폼 경제에 밀린다. 반대로 대구의 미식, 로컬 브랜드, 공예, 공연, 전시, 청년 창업을 엮는 큐레이션은 온라인이 대체하기 어렵다. 도시의 정통성은 '표준품'이 아니라 '고유성'에서 나온다. 대구백화점이 가진 이름은 이 고유성을 인증할 수 있는 신뢰장치가 될 수 있다.
셋째, ISTJ의 강점인 운영 능력을 과학화해야 할 것이다. 도심형 거점은 감으로 운영하면 빠르게 낡는다. 방문, 체류, 재방문, 이벤트 반응, 테넌트 성과를 데이터로 관리하고, 도심의 흐름과 연결된 프로그램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도시 경험을 반복시키는가"다. 문화 인프라는 반복될 때 경제가 된다.
대구백화점은 한때 도시의 거실이었다. 지금은 그 거실이 비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거실의 기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지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ISTJ형 대구백화점이 해야 할 일은 원칙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원칙이 작동하는 무대를 바꾸는 것이라 본다. 추억을 보존하는 기업에서, 문명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그 전환이 성공한다면 '대백'은 과거의 먼지 덮인 간판이 아닌 도시의 다음 커튼을 여는 새로운 움직임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