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로 잘린 손가락에 그린 손톱…노동자의 자존감도 자라났다

우혜림 기자 2026. 6. 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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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한 작업실에서 도이(활동명)가 타투 작업을 하고 있다. 우혜림 기자

타투이스트 도이(활동명)가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작업실에서 검은 장갑을 고쳐 꼈다. 그의 손길을 따라 잉크를 머금은 바늘 끝이 작업대에 누운 사람의 피부 안으로 스며들었다. 바늘이 지나간 자리마다 가느다란 문신 선이 새겨졌다.

20년차 타투이스트인 도이에게 종종 특별한 의뢰가 들어온다. 산업재해로 손가락을 잃거나 손톱이 훼손된 사람들에게 ‘손톱을 그려 달라’는 요청이다. 2021년부터 손톱 타투 작업을 이어온 그는 “산재를 입은 노동자에게 손톱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자존감을 회복하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도이는 2021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웨이브’의 다큐멘터리 <더 타투이스트> 촬영을 계기로 손톱 타투를 시작했다. 제작진은 산재로 손가락을 잃은 사람의 손 위에 손톱을 그려 넣은 타투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작업이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도이는 주저 없이 “이것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장면이 방송으로 나가자 도이에게 수백통의 e메일이 쏟아졌다. 산재로 손가락을 잃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손톱을 그려줄 수 있느냐”며 연락해왔다. 도이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산업 현장에서 손을 잃고 있었다는 걸 그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산업재해 등으로 다치거나 흉진 손가락에 타투로 손톱이 그려진 모습. 전태일의료병원 SNS 캡처

손톱 타투는 단순히 손톱 모양을 그리는 작업이 아니다. 손톱 주변의 음영과 주름을 표현해 실제 손톱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과정이다. 사람마다 피부색과 혈색, 손톱 끝의 반달 모양이 모두 달라 표현 방식도 다르다. 적절한 명도와 채도를 찾아 작업하더라도 피부 상태에 따라 두달 만에 잉크가 옅어질 수 있다. 길게는 2년 가까이 반복 작업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도이는 손톱 타투를 원하는 사람이 찾아오면 작업의 어려움부터 설명한다. “마치 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수년 동안 수백건의 문의를 받았지만 실제 작업으로 이어진 사례가 20건 남짓인 이유다.

손톱 타투는 노동자들에게 단순한 그림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도이는 설명했다. 그는 산재로 손가락을 잃은 사람들의 감정을 두고 “슬픔과 함께 분노가 있다”고 표현했다. 동료의 실수로 사고를 당하거나, 산재 처리 과정에서 회사와 법적 분쟁을 겪거나, 적절하지 않은 처치로 뒤늦게 수술이 불필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은 도이가 그린 손톱을 보며 울음을 쏟아내곤 했다. 도이는 “이분들은 손가락과 함께 노동자로서의 자존감이 회복됐다고 느끼신다”고 말했다.

도이는 최근 ‘그린 손가락(Green Finger)’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산재로 손가락을 잃거나 화상과 흉터를 입은 노동자들의 심리적·심미적 회복을 돕는 프로젝트다. 노동자 전문 병원을 목표로 하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다.

도이가 이 캠페인에 참여한 이유는 자신도 노동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지회장이다. 노조 창립 이후 도이는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을 추진 중인 녹색병원과 함께 타투이스트를 위한 감염 관리 지침을 만들었다. 이 지침은 지난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에 주요 근거 중 하나로 활용됐다.

도이가 말했다. “저희도 노동자였기에 받을 수 있었던 연대가 있었거든요. 타투는 제가 받은 연대를 다른 노동자들에게 돌려드리는 방식이에요.”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한 작업실에 손가락 절단 사고 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쓰여 있다. 우혜림 기자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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