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윈도' 노리는 시스코 … 기업 네트워크 통째로 묶었다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6. 6. 14. 16:0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스코 라이브 2026
AI 에이전트 시대 겨냥한
'시스코 클라우드 컨트롤'
네트워크·보안·관측·협업
대화창 하나로 통합 관리
시스코, 플랫폼 기업 전환
척 로빈스 시스코 회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시스코 라이브 2026 행사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시스코

화면 하나가 거대한 기업 네트워크를 통째로 빨아들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 '시스코 라이브' 무대. 대형 스크린에는 챗GPT를 닮은 대화창이 떴고, 시연자가 "우리 회사 VPN에 무슨 문제가 있나"라고 묻자 방화벽·스위치·보안 장비 상태가 한 화면에 펼쳐졌다. 전 세계 지사를 잇는 회선은 지도 위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였다. 40년 동안 네트워크 장비를 팔아온 시스코가 이제는 인공지능(AI) 시대 기업 인프라 전체를 관리하는 운영체제(OS) 역할을 노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스코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통합 플랫폼 '시스코 클라우드 컨트롤(Cisco Cloud Control)'을 공개했다. 네트워크·보안·컴퓨팅·관측(옵서버빌리티)·협업 기능을 하나의 로그인, 하나의 화면으로 묶는 플랫폼이다. 시스코는 이를 통해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함께 기업 인프라스트럭처를 운영·방어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핵심 변화는 '대화형 운영'이다. 과거에는 네트워크 관리자들이 제품별 관리 화면에 각각 접속해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연어 명령만으로 시스템 전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사용자는 코딩 지식 없이도 AI 에이전트와 앱을 만들 수 있고, 아마존웹서비스(AWS)·서비스나우 같은 외부 도구와도 연결된다.

시스코가 강조한 것은 '사람이 최종 통제권을 가진 AI'였다. AI 에이전트가 이상 징후를 찾아 원인을 분석하고, 실제 네트워크와 동일하게 복제한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해결책을 시험한 뒤 현장에 적용하는 구조다. AI가 대신 일하지만 마지막 승인 권한은 사람이 쥐는 방식이다.

보안 시연도 눈길을 끌었다. 인프라·보안을 총괄하는 톰 길리스 부사장은 기존에 거대한 검은 덩어리처럼 보이던 컨테이너 작업 화면을 색깔별 블록으로 분리해 보여줬다. 초록색은 결제 시스템, 보라색은 내부 정보기술(IT) 시스템이었다. 어떤 영역을 우선 보호해야 하는지가 한눈에 드러났다. 그는 시스템을 끄지 않은 상태에서 취약점을 실시간 차단하는 새 기능 '라이브 프로텍트(Live Protect)'를 소개하며 "둑에 난 구멍을 막는 손가락과 같다"고 설명했다.

시스코가 이처럼 대대적인 변신에 나선 배경에는 AI 에이전트 확산이 있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을 넘어 여러 소프트웨어를 호출하며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하면서 기존 기업 인프라 구조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시스코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는 기존보다 최대 400% 많은 네트워크 트래픽을 발생시킨다. 동시에 사람이 일일이 클릭하며 통제하기 어려운 '신뢰 공백'도 커진다. 시스코는 이를 위협이 아니라 기회로 본다. AI 시대에도 결국 데이터가 오가는 길목과 보안 체계를 장악한 기업이 핵심 인프라 사업자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시스코는 반도체부터 네트워크·보안까지 직접 설계해 통합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AI 인프라가 서버·반도체·네트워크·보안·데이터 분석까지 하나로 연결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전략의 핵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시스코는 2024년 데이터 분석·보안 기업 스플렁크를 280억달러에 인수했다. 2006년 케이블 장비업체 인수(69억달러)를 크게 뛰어넘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 거래였다. 시스코는 지난 회계연도(FY2025)에 매출 567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번 발표는 스플렁크로 확보한 데이터·관측 역량을 네트워크·보안과 결합해 장비 판매 중심 구조를 구독형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꾸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시스코가 가장 반복해서 강조한 단어는 '보안'이었다. 회사는 AI 발전으로 취약점 발견부터 실제 공격까지 걸리는 시간이 과거 수주 단위에서 이제는 수분 단위로 줄었다고 진단했다. 시스코는 이런 국면을 '미토스 시대(Mythos Era)'라고 부른다. 첨단 AI 모델이 공격과 방어의 양쪽 판을 동시에 바꾸고 있다는 의미다.

시스코는 앤스로픽의 '글래스윙'과 오픈AI의 '데이브레이크' 같은 AI 보안 검증 프로그램 초기 참여 기업이기도 하다. 최신 AI 모델로 자사 제품을 먼저 공격해 취약점을 찾는 방식이다.

양자컴퓨터 시대를 대비한 차세대 암호체계도 2026년 말까지 주요 제품 대부분에 적용하기로 했다. 지금 데이터를 미리 빼돌린 뒤 미래의 양자컴퓨터로 해독하는 공격까지 막겠다는 구상이다. 시스코는 이 밖에도 보안·운영을 자동화하는 '에이전트형 보안관제', AI 시스템 안정성을 관리하는 'AI 신뢰성 운영', 여러 클라우드를 연결하는 '멀티클라우드 패브릭' 등을 공개했다.

13만명이 읽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 뉴스레터인 '미라클레터'를 주 3회 무료로 만나보세요. 검색창에 '미라클레터'를 입력하거나 QR코드를 스캔해 무료로 구독할 수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원호섭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