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버티는 고용보험…실업급여 17조원 첫 돌파

강승구 2026. 6. 1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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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건설업 부진에 실업급여 사상 최대
취업자 감소에 재정건전성 ‘경고등’

고용 한파가 고용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이 역대 최대인 17조원을 넘어서면서 고용보험 기금 적자는 6000억원에 육박했다. 차입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은 796억원에 그쳐 사실상 고갈 수준에 이르렀다.

취업자 감소세까지 나타나면서 보험료 수입은 줄고 실업급여 지출은 늘어나는 구조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고용노동부의 '2025회계연도 고용보험기금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 사업비 지출액은 20조940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3%(2조2949억원) 늘었다. 사업비 지출이 20조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고용 충격이 컸던 2021년 이후 처음이다.

고용보험 지출 확대의 중심에는 실업급여 계정이 있었다. 지난해 실업급여 계정 지급액은 17조4833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출산전후휴가급여 등 모성보호급여 지출이 늘어난 데다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 부진으로 실업급여 지급 규모도 커진 영향이다.

실업급여 계정은 사실상 차입금에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 지난해 연말 적립금은 1조7275억원으로 집계됐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돈을 제외하면 5조9933억원 적자 상태다. 실업급여 적립 배율도 0.1배에 머물러 법정 기준(1.5~2배)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해 고용보험 기금은 592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실업급여 지급이 급증하면서 사업비 지출이 수입을 넘어섰다. 기금 여력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연말 고용보험 기금 적립금은 7조8003억원으로 집계됐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은 796억원에 그쳤다.

앞서 감사원은 고용보험 기금 감사보고서에서 "대규모 고용위기 발생 시 대응 여력이 낮아 기금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고용시장 둔화는 재정 부담을 더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취업자가 줄면 보험료 수입은 감소하는 반면 실업급여 지출은 늘어 기금 재정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91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만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가 위축됐던 2024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장기적인 재정 안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으로는 모성보호급여 재원을 별도로 분리하는 방안과 실업급여 지출 구조 개편, 실업급여 하한액 조정, 보험료율 인상 등이 거론된다. 다만 보험료 인상과 급여 조정 모두 사회적 부담이 큰 만큼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보고서에서 재정 부담이 커진 국가들이 실업급여 수준 조정과 지급기간 단축, 구직활동 의무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조적 문제와 경기·고용 환경 악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재정 건전성 문제가 더 커진 상황"이라며 "지급 수준을 조정하는 방식과 함께 보험료율 인상 등을 검토해야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지난 11일 서울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취업 정보 게시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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