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억 원 잭팟' 가로챈 스페인 복권상, 14년 만에 처벌… 주인은?
사기죄 기소… 1심 법원, 징역 3년 6월 선고
주인은 2021년 사망… "당첨금, 상속인에"

스페인에서 수십억 원 상당의 고액 복권을 구매자 몰래 가로챈 판매상이 범행 14년 만에 실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복권의 '진짜 주인'을 찾는 데에만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도록 만든 범행이었다. 다만 잭팟을 터뜨린 주인공은 자신의 당첨 사실도 까맣게 모른 채, 오래전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내 매장서 당첨 복권 우연히 발견" 거짓말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북서부의 아코루냐 법원은 이날 복권 판매상 A씨의 가중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사건 발생 14년 후에야 내려진 1심 판결이었다.
A씨는 2012년 한 손님으로부터 "내가 복권 여러 장을 샀는데, 당첨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A씨는 그중 한 장의 고액 당첨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손님에게는 이를 숨긴 채 거짓말을 했다. 그 이후 "내가 운영하는 매장에서 우연히 당첨 복권을 발견했다"며 당국에 당첨금 수령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당국은 해당 복권의 실제 구매자가 파악될 때까지 지급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주인 잃은 복권'의 당첨금은 470만 유로(약 83억 원)였다. 2012년 환율 기준으로 약 68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한국의 로또 복권과 유사하게 1~49 중 숫자 6개를 고르는 '프리미티바(Primitiva)' 게임 방식으로, A씨는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타인의 행운을 빼앗으려 한 셈이다.

복권 주인, 구입 2년 뒤 '당첨' 모른 채 숨져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매장 카운터에서 당첨 복권을 우연히 발견했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등 이유를 들어 자신이 당첨금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이를 '거짓말'로 봤다. A씨가 쓰던 판매점 단말기 기록을 분석한 결과, 당첨 복권이 다른 복권 여러 장과 함께 스캔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이들 복권의 숫자 조합이 그대로 다음 주 추첨용 복권으로 재발행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비춰볼 때 '피해자가 판매상에게 복권 여러 장을 한꺼번에 맡겼고, 당첨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차주 똑같은 숫자로 복권을 재구매한 것'이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이와 별개로 스페인 경찰은 복권의 진짜 주인도 2018년부터 찾아 나섰다. 300명 이상이 주인을 자처했지만,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구매 내역을 추적한 끝에 당첨 번호 조합의 복권을 계속 구매해 온 지역 주민 남성 B씨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2021년의 일이었다. 그러나 '피해자 B씨'는 이미 2014년 사망한 상태였다.
B씨의 아내와 딸은 이날 A씨의 재판에 참석해 결과를 지켜봤다. 재판부는 "(B씨의) 상속인에게 당첨금을 배분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A씨의 항소로 상급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어 당첨금 지급은 최종 확정 판결 때까지 미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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