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한국인" 부산 채운 아리랑 떼창… BTS 13주년 생일파티
12~13일 이틀간 11만 아미 모여 '생파'

"여러분이 즐겨주시는 모습이 저희에게 가장 큰 생일 선물입니다."(진) "우리 일곱 명 모두 한국인이잖아요.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죠."(제이홉)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3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이틀간 이어진 생일 축하 파티를 마쳤다. 멤버들은 "13년을 같이 보냈는데, 이 모든 게 다 여러분이 있어서"라며 "여러분 덕에 오랜 시간 잘 버틸 수 있었다"고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미(BTS 팬덤명)들은 이날 수시로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노래하며 제8의 멤버로 공연을 함께 만들어갔다.

BTS가 데뷔 13주년 '생일'을 부산에서 2회에 걸쳐 총 11만 아미와 함께 보냈다. 지난달 2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한 지 보름 만의 무대였다. 이들은 2013년 6월 13일 엠넷 '투 쿨 포 스쿨'의 타이틀 곡 '노 모어 드림'을 선보이며 데뷔한 이래 매년 팬들과 만나 데뷔일을 기념해 왔다.
방탄소년단은 4월 경기 고양에서 '아리랑 월드 투어'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다시 국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이 부산에서 공연하는 건 지난 2022년 10월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이자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열린 '옛 투 컴 인 부산'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공연은 한국 전통 요소를 적극 끌어들인 360도 무대의 '아리랑 월드 투어'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데뷔 13주년을 기념한 특별 무대를 더했다. '훌리건'과 '에일리언스' '달려라 방탄'으로 시작해 '페이크 러브' '스윔' '보디 투 보디' '다이너마이트' 등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같았지만 '노멀'은 이번 공연에서 기존 영어 버전이 아닌 한국어 버전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도시·회차별로 차이를 두고 두 곡씩 선곡하는 본 공연의 마지막 무대에선 12일 첫날 '팔도강산'과 '마 시티'를 불렀고, 데뷔 기념일 당일에는 '보조개' '땡'에 이어 이례적으로 '매직 숍'까지 세 곡을 선물했다. 공연장 입장 시 11만 명의 관객 모두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친필 카드, 양산, 화장품, 수건 등이 포함된 선물 꾸러미를 증정하기도 했다.
RM은 "오늘 '매직 숍'을 부르다 보니 13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며 "우리가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항상 최선을 다해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함께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부산 공연은 아리랑 월드 투어의 20번째와 21번째를 장식하는 무대다. 투어를 거듭하며 팬들의 떼창도 한층 커졌다. 특히 '보디 투 보디'에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함께 부르는 데시벨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고양 공연과 달리 무대 앞 객석에 물대포가 터져 나와 여름밤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도 했다.
부산은 국내에서 BTS가 수도권 외에 공연하는 유일한 도시다. 멤버 지민과 정국의 고향이기도 하다. "요! 부산 반갑습니데이"라고 사투리로 인사한 정국은 "엄마가 보러 왔다"면서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머릿속에 아예 박아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민은 "이렇게 의미 있는 날에 제가 태어난 고향에 와서 여러분과 만나 노래하고 춤출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초등학교 은사를 공연에 초청했다면서 "그분들과 여러분 덕분에 엇나가지 않고 올바르게 클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진은 최근 유행인 걸그룹 리센느의 밈(meme·유행 콘텐츠)을 차용해 "부산 야~호!"라며 "이렇게 말하니 신세대 같다"고 말해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객석에는 세계 곳곳에서 온 팬들이 국내 아미와 함께했다. 공연 전 입장을 기다리던 관객의 절반 가까이는 언뜻 봐도 외국인이었다. 아리랑 콘셉트에 맞게 한복을 입고 온 외국인 아미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일부 팬들은 공연장 내부를 조금이나마 볼 수 있는 공간을 찾아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랬고, 팬들은 물론 부산 시민들까지 경기장 주변 곳곳에 자리를 잡고 공연장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축제를 즐겼다. 스타디움 일대가 모두 공연장인 셈이었다.
두 차례 공연이 열리는 동안 부산은 온통 BTS로 들썩였다. 부산역 광장에는 BTS 공연을 알리는 빨간 깃발이 팬들을 반겼고, 도시 곳곳에서 아미를 환영하는 '아리랑' 로고를 만날 수 있었다. 광안대교 위로 1,000대의 드론이 라이트쇼를 펼쳤고, 영화의전당엔 '킵 스위밍' 픽셀아트 장식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연장 앞에서 만난 김진만(55)씨는 "부산에서 이런 K팝 공연이 자주 열려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시간을 훌쩍 넘긴 후 BTS는 앙코르 '원 모어 나이트'와 '인투 더 선'을 마지막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RM은 "연습실에서 '노 모어 드림'을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며 "예전과는 많은 게 달라졌다. 한국에서 열심히 하다 해외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가사에 영어도 많아졌다. 그사이에 K팝이라는 산업도 거대해졌다"고 말했다.
BTS는 멤버 변동 없이 13년을 함께하며 여전히 글로벌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RM은 "후배들이 종종 찾아와서 '팀을 어떻게 이렇게 같이 오래 하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잘 모르겠다"며 "사실 저는 이 여섯 명을 통해서도 그리고 저희를 봐주시는 분들을 통해서 저를 계속 돌아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은 그에 대한 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공연장을 찾은 영국인 웬디(22)는 "7명의 멤버가 13년간 변함없이 함께하며 여전히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건 뛰어난 음악은 물론 카리스마 넘치는 멤버들의 개성, 사랑스럽고 재미있으면서도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쳐서 내는 시너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TS는 잠깐의 휴식을 거친 뒤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유럽 투어의 막을 올린 다음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 독일 뮌헨 등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부산=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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