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안산의 기억, 시민이 직접 기록한다
산단부터 마을 이야기까지 ‘지붕 없는 박물관’ 구축

반월국가산업단지의 첫 노동자들, 김홍도길의 오래된 골목, 대부도의 생태 자원과 마을의 기억.
안산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지역의 역사와 생활사를 시민들이 직접 기록하고 보존하는 작업이 본격화된다.
안산문화재단은 올해 경기에코뮤지엄 사업인 '안산: 땅과 시간의 이야기'를 추진하며 지역의 자연·산업·생활문화를 아우르는 '지붕 없는 박물관' 조성에 나선다고 밝혔다.
에코뮤지엄은 유물을 건물 안에 전시하는 기존 박물관과 달리 지역 전체를 하나의 박물관으로 바라보는 개념이다.
주민들의 삶과 기억, 자연환경, 산업 현장 등을 문화유산으로 기록하고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안산은 국내 대표 계획도시이자 산업도시로 성장했지만 도시 형성과 산업화 과정에서 축적된 생활사와 노동의 기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안산문화재단은 올해 사업의 중심축을 교육과 기록, 시민 참여에 두고 지역 문화자산의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우선 초등학교 3학년 교육과정과 연계한 지역 맞춤형 교육 콘텐츠 개발에 나선다.
현직 교사와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해 안산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학교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재와 활동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지역을 교과서 속 배경이 아닌 살아있는 학습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도시 안산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반월국가산업단지 기록사업도 눈길을 끈다.
산업단지를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닌 대한민국 산업화의 역사가 담긴 생활문화 자산으로 바라보고 노동자와 경영인, 이주노동자, 통근버스 기사 등 다양한 주체들의 이야기를 수집할 예정이다.
특히 구술 채록과 사진 아카이브를 통해 산업단지의 변화 과정을 기록하고 이를 대중 친화적인 에세이 형식의 기록물로 발간해 교육과 관광 콘텐츠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확대된다.
시민들은 김홍도길과 수암동, 사동, 반월국가산업단지, 대부도 등을 탐방하며 지역활동가와 예술가의 안내 아래 직접 그림과 글로 지역의 풍경과 기억을 기록하고, 그 결과물은 오는 11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전시된다.
안산문화재단 관계자는 "도시의 진정한 자산은 건물이나 시설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시민들과 함께 안산의 역사와 문화, 산업유산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지속가능한 지역문화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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