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강북 중소형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12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세 시장에 가격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분양가 급등으로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진 데다 신축 전세 물량마저 급감하면서 갈 곳 잃은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수요가 구축 중소형 전세에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6월 둘째 주(6월 8일 기준) 동북권(강북·도봉·노원·성북·중랑·동대문·성동·광진구) 전용면적 60~85㎡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한 주 만에 0.47% 상승했다. 이는 전세대란이 나타났던 2013년 10월 셋째 주(0.67%) 이후 약 1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한강 이북 14개 자치구 전용 60~85㎡ 아파트 전셋값도 같은 기간 주간 기준 0.40% 상승해 역시 12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동북권에서는 특히 구축 대단지 소형 평수 전셋값이 빠르게 뛰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서울 강북구 미아동 ‘삼성래미안트리베라 2단지’ 전용 59.38㎡ 전세는 이달 12일 역대 최고가인 6억원에 계약됐다. 이전 최고가보다 7000만원 상승한 금액이다. 앞서 성북구 ‘길음뉴타운8단지(래미안)’ 전용 59.9㎡ 매물도 지난 6일 전세보증금 6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직전 최고가보다 3000만원 올라 동일 평형 기준 신고가를 경신했다.
동북권 일대 중소형 아파트 전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 전세 시장 역시 출렁이고 있다. 서울 전체 전용 60~85㎡ 아파트 전세가는 0.36% 상승해 2015년 3월 넷째 주(0.36%) 이후 약 1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만성적인 전세난으로 인한 가격 불안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됐다는 평가다.
성북구 길음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선호 지역 신축·준신축 전세가 이미 빠르게 소진되고 매물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북권 구축으로 신혼부부 등 초기 실수요자들이 흘러들며 가격이 뛰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는 중소형 아파트 신규 공급 급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 입주했거나 입주를 앞둔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는 7975가구에 그친다. 이는 지난해(1만6780가구)와 비교해 52.5% 감소한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소형 입주 물량이 4700여 가구로 줄어 단기 공급 공백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분양가 급등과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 통계를 보면 올해 1~5월 서울 전용 59㎡ 미만 소형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62대 1로 중대형(46.9대 1)을 크게 웃돌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중소형 전세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건 수요 증대와 공급 감소 등 양측 압박이 맞물린 결과"라며 "10년 가까이 다주택자 규제가 이어지면서 임대 공급 자체가 줄었고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요층이 자연스럽게 소형·중소형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광화문·종로·강남 등 주요 직장 밀집지에 대한 접근성을 따지면 여전히 서울 서북권보다 동북권 선호가 높고 이로 인해 임대 수요가 집중된 여파가 가격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