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美 '미토스' 수출 봉쇄… 韓 해킹 발등의 불
'페이블5', 출시 사흘만 서비스 중단
악용 가능성에 국가안보 우려 이유
반도체·핵 이어 美정부가 수출 통제
AI 전략자산화에 "韓 자체모델 시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국내에서도 해당 모델 사용이 막혔다. AI 모델이 반도체와 원자력 등에 이어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첨단 AI를 미국 기업에 의존하는 구조적 위험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앤트로픽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최신 모델 '페이블5'와 '미토스5'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중단하라는 수출통제 지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로 두 모델은 미국 외 국가의 정부, 기업, 개인은 물론 미국 체류 외국인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제한 대상에는 앤트로픽의 외국인 직원도 포함된다. 앤트로픽은 발표 직후 두 모델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지난 9일 공개된 페이블5는 클로드와 같은 최고 성능의 일반 사용자용 모델이다. 사이버보안 취약점을 발견하고 침투하는 데 뛰어난 성능을 나타내 제한적으로만 공개됐던 '미토스 프리뷰'에 보안 기능 제약을 걸어 출시했다.
미토스5는 앤트로픽이 출범시킨 글로벌 사이버보안 협력체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기업·기관에만 제공됐다. 한국에서는 지난 2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합류했는데 이번 조치로 활동 가능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들은 접근권을 부여받았지만 아직 실제 활용은 하지 않은 단계다. 한국 기업과 기관이 미토스를 구경도 할 수 없게 되면서 첨단 AI 모델을 악용한 외부의 해킹을 방어하는 데도 당장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는 수출통제 이유로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앤트로픽은 페이블5의 보호장치를 우회하는 이른바 '탈옥' 가능성을 정부가 문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탈옥에 성공하면 페이블5를 클로드처럼 해킹에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AI 모델의 성능이 높아지고 국가나 기업의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막강한 국가 전략자산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2020년 하반기 GPT-3가 출시된 때부터 최고 성능 AI는 언젠가 수출통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왔다"며 "AI 역량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에 기술 종속이 됐을 때 벌어지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번 조치는 AI 분야에서 미국이 '민간 통제'를 통해 기술을 소유하려는 모습"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모델 프로젝트가 (세계 수준 대비) 최상위 동급으로 올라가야만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는 계기"라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는 범용 수준의 AI를 자체적으로 운용할 능력이라도 시급히 갖춰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상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반드시 미토스급 최고 성능 모델이 아니더라도 국내 주요 자산을 점검할 수 있는 수준의 자체 모델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당장 어렵다면 공개된 해외 오픈소스 모델을 가져와 외부와 차단된 자체 서버에서 활용하는 방안도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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