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협상 주도한 혁명수비대, 영향력 강화···이란 국민엔 또 다른 억압될까?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이 임박한 가운데, 협상을 사실상 주도해온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권력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정부 시위를 잔혹하게 탄압했던 IRGC가 전쟁을 발판 삼아 입지를 넓혀온 만큼, 종전은 가혹한 통치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아흐마드 바히디 IRGC 총사령관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온건파인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제압하며 이란의 협상 기조를 사실상 좌우해왔다고 보도했다.
바히디 사령관은 미사일 비축량 유지, 동결자산의 군사비 전용 허용,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세력) 간 휴전 연계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해온 인물이다. 바히디 사령관의 강경 노선은 실제 협상 국면에서 관철되기도 했다. 지난 4월18일 아라그치 외교장관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돼 있다고 선언하자 IRGC는 “그렇지 않다”고 즉각 반박하며 호르무즈해협에서의 공격을 계속했다.
또 지난 7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직접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바히디 사령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를 그의 권력을 상징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협상이 위태로워질 것을 우려한 이란 지도부 내 온건파들을 제압하고 강경 대응을 관철했다는 것이다.
올해 67세인 바히디 사령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직후 창설된 IRGC의 원년 멤버다. WSJ는 “그의 군대는 이란 정권이 협상에서 가장 강력한 카드로 활용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분석했다. 휴전 이후에도 해협을 틀어쥔 IRGC 주도의 강압 통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바히디 사령관과 IRGC는 반정부 세력과 시민들을 잔혹하게 탄압해 왔다. 바히디 사령관은 내무부 장관이던 2022년 약 500명이 사망한 ‘히잡 시위’를 유혈 진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촉발된 이란 내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IRGC의 주도로 강경진압됐다. 국제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해 12월31일부터 지난 1월3일까지 단 사흘 동안 어린이를 포함한 최소 28명이 8개 주 13개 도시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후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사망자 규모는 수천명 이상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경 진압에 따른 사망자 수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쟁을 명분으로 한 탄압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28일 국제앰네스티가 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IRGC와 이란 당국 주도로 시위대·언론인·변호사·인권활동가 등 약 6000명을 체포됐다. 정치적 동기에 의한 처형은 최소 39건 집행됐다.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 국제앰네스티 선임국장은 “이란 당국은 이미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피해를 받는 이란 국민의 인권을 더욱 침해하고 있다”며 “국제 사회는 당국이 충돌을 연막으로 활용해 탄압 기제를 심화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8일 미국과 이란이 임시휴전에 합의했을 당시에도 오히려 두려운 반응을 보인 이란 시민도 있었다. 한 30대 남성은 “전쟁이 끝나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존속한다면 국민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며 “이슬람 공화국은 전쟁 중에 입은 모든 손실에 대해 국민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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