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가슴 답답하다” 구급차 타자, AI가 ‘급성 심근경색’ 진단…최적 응급실 찾는다

구아영 기자 2026. 6. 14. 14: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대구 본격 도입
경북대병원 주도 ‘AI 기반 플랫폼’ 시연…올해 구급차 60대 실증 운영
유선 연락 없이 응급실과 실시간 연동…‘응급실 뺑뺑이’ 원천 차단 기대
지난 12일 오후 2시 경북대학교병원에서 '대구·경북 응급의료체계 개선 통합 플랫폼 시연회'가 열리고 있다. 구아영 기자

# 한 60대 여성이 "가슴이 너무 답답하다"며 119에 신고했다. 자택으로 출동한 구급차에 올라타자마자, 차량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구급대원과 환자의 대화 내용을 텍스트로 실시간 변환한다. AI는 환자의 증상을 '흉통'으로 자동 분류해 구급일지를 작성하더니, 이내 '급성 심근경색' 가능성이 높은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체계(KTAS) 2등급 중증환자로 판정했다.

동시에 AI는 현재 위치에서 인근 응급실들과의 거리와 과밀도, 즉시 시술 가능 여부를 초 단위로 계산해 가장 최적의 병원을 화면에 띄웠다. 김씨가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응급실 의료진은 AI가 송출한 환자의 과거 투약 이력과 건강정보, 중증도 데이터를 확인한 뒤 이미 수술 준비를 마친 채 구급차를 기다린다.

전국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지연 수용 문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미래형 응급의료 이송체계 기술이 올해 대구에 본격 도입된다.

◆119-응급실 '인공지능 전환(AX)'…골든타임 사수한다

지난 12일 오후 경북대병원에서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양동헌 경북대병원장, 이준 영남대병원장 등 대구·경북지역 주요 응급의료기관 및 광역상황실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경북 응급의료체계 개선 통합플랫폼 시연회'가 열렸다.

이번 시연회는 경북대병원이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보건의료 난제 해결을 위한 국책 연구사업)'를 통해 자체 개발한 'AI 기반 응급의료 이송체계' 기술을 대중에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 기술의 핵심은 구급대원이 병원마다 일일이 전화를 돌려 수용 여부를 묻던 기존의 유선방식을 AI 앱 하나로 대체하는 것이다. AI가 환자의 상태와 병원의 실시간 여력을 동시에 파악해 연결해주기 때문에, 수용 거부로 인해 길 위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날 시연에 참여한 삼성서울병원과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현장에 AX(인공지능 전환)가 구현되면 의료진의 서류작업과 소통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며 "한정된 병상과 인력으로도 더 많은 중증환자를 안전하게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왜 대구인가? 대구 시범사업이 갖는 '특별한 의미'

정부는 지난 3~5월 호남권에서 1차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당시 하루 평균 응급환자 사망자 수가 감소하는 등 뚜렷한 성과를 거두자, 오는 9월까지 이를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대구의 시범사업 참여는 타 지자체와 비교해 매우 독보적인 의미를 지닌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다른 지역과 달리, 대구는 지역 거점병원인 경북대병원이 국책 과제를 통해 자체 개발한 AI 응급의료 이송체계 기술을 현장에 직접 실증하는 전국 유일의 도시다. 메디시티 대구의 우수한 의료 연구개발(R&D) 역량이 증명된 셈이다.

또한 '초광역 의료 연계'의 시험대 역할이라는 의미도 있다. 대구는 영남권의 핵심 거점으로서 경북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면적이 넓고 산악 지형이 많으며 울릉도가 있어 헬기 이송 등이 필요한 경북의 지리적 특성과 함께, 대구의 상급종합병원 인프라를 AI로 묶는 '초광역 이송체계'의 성공 여부가 이번 사업에 달려 있다.

따라서 대구의 시범사업은 단순한 정부 정책의 수용이 아니라, '지방 주도형 첨단 의료 혁신'의 표준모델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029년까지 전국 확산…대구시, 이달부터 이송지침 개정 운영

경북대병원은 올해 대구지역 최대 60대의 119 구급차량를 대상으로 이날 시연한 AI 플랫폼을 실증 운영할 계획이다. 나아가 2029년 2월까지 경북을 포함한 인근 시·도로 연계망을 넓혀 전국구 시스템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춰 대구시는 당장 이달부터 개정된 응급환자 이송지침을 전격 시행하며, 경북 역시 지리적 여건을 고려한 장거리 이송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별 상황에 맞는 이송지침을 합의 하에 만들고,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라며 "대구·경북지역의 성공적인 실증을 바탕으로 AI 기반의 선진 응급 이송체계가 전국으로 신속히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