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국방 안하면 이렇게 된다…"美, 유럽 전투기 대폭 철수 방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작전 지원을 위해 유럽에 배치한 전투기와 군함을 대폭 감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병력 재배치가 아니라 80년간 유지된 '미국 안보 우산'의 축소를 의미한다고 분석한다. 러시아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럽의 자체 방위 능력과 NATO 동맹의 결속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미국이 NATO에 제공해 온 항공기와 군함 수를 대폭 줄이려 한다고 보도했다. NYT가 확인한 이 문서에는 미국이 유럽에 배치된 F-16 및 F-15E 전투기를 기존 약 150대에서 100대로, 해상 정찰기를 26대에서 15대로 각각 감축하고, 공중급유기 8대는 전량 철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군 자산 중에서는 미사일 탑재 잠수함 1척과 항공함대 1척, 항공모함 임무에 합류하는 군함 여러 척과 수십 대의 전투기를 재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기존에 유럽 방어를 위해 배치된 2개 폭격기 전단 중 1개 전단을 재배치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미 국방부는 감축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NYT가 인용한 당국자들은 이 같은 계획이 이른 시일 내에 발효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지난 80여년간 미국이 유럽에 제공해온 보호막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하는 조치라고 NYT는 설명했다. 최근 미 유럽사령부도 NATO 동맹국들에 미군 자산 감축에 따른 공백을 자체적으로 메우라고 통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알렉서스 그린케위치 미군 유럽사령관은 "나토군 모델이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나토 전력 모델(NFM· NATO Force Model)'은 건강하지 못한 구조였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변화를 명확히 했으며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이번 조처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유럽 내 미국의 갑작스러운 전력 감축은 NATO의 러시아 억제력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러시아 잠수함의 움직임을 감시하거나 유사시 장거리 타격 임무를 수행할 핵심 자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 NATO 회원국인 루마니아 영토에 러시아 드론이 떨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라 동맹국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의 방위 공약 축소에 대응해 유럽 각국은 자체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지만 내부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영국에서는 국방 예산 부족에 항의하며 국방장관이 사임했고, 독일은 프랑스·스페인과 함께 추진하던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일부 유럽 전문가들은 군사 자산의 숫자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신뢰의 위기'라고 지적한다. 안톤 호프라이터 독일 연방의회 의원은 "NATO의 진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는 한 비상사태 시 미국이 정말 유럽을 도울 것인지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는 점"이라며 동맹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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