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도 일자리도 없다"... '학잠' 입고 거리 나선 인니 대학생들

정지용 2026. 6. 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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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자카르타 대규모 집회
휘발유 보조금 삭감에 반발
인도네시아 대학생 시위대가 12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경찰 바리케이드를 돌파하려 시도하고 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사람들은 먹을 것도 없고, 일자리도 없고, 제대로 살지 못할 때 목소리를 낸다. 이것이 우리가 거리로 나온 이유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인도네시아의 대학생 1,500여 명이 12일(현지시간) 수도 자카르타 중심부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직접적인 원인은 정부의 에너지 가격 기습 인상이다. 이들은 "인도네시아가 파산을 향해 가고 있다"고 외치며 포퓰리즘성 무상급식 정책 중단을 요구했다.

인도네시아 대학생시위대가 12일 자카르타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이날 시위는 밤 늦게까지 진행됐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AP통신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글로브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전인도네시아 학생집행위원회(BEM SI)와 시민단체가 주도했다. 참가자들은 고등교육부와 세망기 교차로 등에서 출발해 자카르타의 랜드마크인 호텔 인도네시아 로터리를 향해 행진했다. 인도네시아대, 자카르타주립대 학생들은 각각 노란색·초록색 대학 점퍼를 입고 국가를 부르거나 “연료비 인상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시위는 정부의 기습적인 휘발유 값 인상으로 발생했다. 정부는 그간 고유가로 인한 서민 에너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조금을 투입해 휘발유 가격을 리터(L)당 1만2,000루피 수준으로 억제했으나, 재정이 한계에 이르면서 10일 1만6,250루피로 32%나 인상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으로 루피아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져 외환위기에 직면해 있다.

재정 부족의 원인에 대한 시위대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대규모 무상급식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 재정이 부족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무상급식은 오는 2029년까지 총 280억 달러(약 42조7,000억 원)가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영유아, 초·중·고교생, 임산부 등 총 9,000만 명에게 하루 한 끼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최근 수천 명의 학생이 집단 식중독을 일으키고 담당 기관장이 납품 비리 의혹으로 구속되는 등 예산 낭비 논란이 극에 달한 상태다.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라파엘 아레바는 로이터통신에 “정부가 무상급식에 예산을 낭비하면서 에너지 보조금이 철회됐다”고 비판했다.

인도네시아 군인들이 12일 대학생 시위의 막아서고 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학생들은 또 정부가 과거 수하르토 독재정부처럼 권위주의로 회귀하려 한다는 정치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32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하다가 1998년 5월 민주화 운동에 밀려 하야했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프라보워 대통령은 ‘군인의 공직 진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과 군인 6,000여 명을 투입했다. 일부 학생들이 경찰 저지선과 바리케이드를 돌파하려 시도하면서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큰 부상자는 없었다. 대통령실은 이번 시위와 관련해 “정부는 국민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무상급식은 공공 복지를 위한 것이고 정부는 불필요한 지출을 삭감하고 있다”고 했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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