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선진시장 편입 ‘전초전’…한국, 관찰대상국 문턱 넘을까
선진시장 향한 첫 관문…24시간 외환시장 개방이 승부처
(시사저널=이승용 시사저널e 기자)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Watch List) 등재 여부가 이달에 결정된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관찰대상국에 일단 등재된 이후 최소 1년간의 평가를 거쳐야 한다. 사실상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전초전에 해당하는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총력전을 펼쳐왔다. 정부가 MSCI가 요구한 사안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관찰대상국 등재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 하지만 MSCI의 핵심 요구 사안인 24시간 외환시장 개방은 오는 7월 이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MSCI가 정부의 의지를 선제적으로 인정해 줄지가 관건이다.

이달 '연례 시장 분류 리뷰' 통해 발표
6월24일 오전 5시30분 MSCI는 '2026년 연례 시장 분류 리뷰'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시장 분류 결정에서 한국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MSCI는 매년 6월 전 세계 국가들의 시장 접근성과 규모 등을 평가해 선진시장(DM), 신흥시장(EM), 프런티어시장(FM)으로 분류하고 해당 시장마다 별도의 지수를 구성한다.
선진시장에는 미국·캐나다·일본·호주·홍콩·싱가포르·뉴질랜드·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스위스·스웨덴·스페인·벨기에·덴마크·핀란드·아일랜드·노르웨이·오스트리아·포르투갈·이스라엘 등 23개국이 포함돼 있다. 한국 증시는 중국·대만·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파키스탄·그리스·폴란드·체코·헝가리·터키·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쿠웨이트 등과 함께 신흥시장으로 분류돼 있다.
한국이 선진시장에 편입되려면 먼저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린 다음 최소 1년간의 추가 평가를 거친 후에 승격이 가능하다. 앞서 한국은 1992년 신흥시장에 편입됐고 2008년에는 관찰대상국에 오르며 선진시장 승격에 도전했다. 하지만 시장 접근성 미흡을 이유로 번번이 불발되다 2014년부터는 관찰대상국 명단에서조차 제외됐다. MSCI는 그동안 외환시장 개방성, 결제·거래 인프라 개선, 영문 공시 확대, 공매도 제도, 장외거래와 현물이체 제약 등을 문제로 지적해 왔다.
지난해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적극 추진해 왔다. 정부는 올해 1월 외환·자본 시장 종합 로드맵을 발표하고 8대 분야별 추진 과제를 선정해 MSCI가 지적해온 문제들을 하나씩 해소해 나가고 있다. 해당 8대 분야별 추진 과제는 외환시장 선진화, 글로벌 표준 증권거래 및 결제 체계 마련, 계좌 개설 편의 제고, 공매도 규제 합리화, 영문 정보공시 개선, 현물이체 및 장외거래 제약요인 해소, 선진 배당 절차 확산, 투자상품 가용성 등이다.
MSCI는 영국 FTSE와 함께 글로벌 패시브 펀드의 지침서 역할을 한다. 막대한 자금이 MSCI 지수나 FTSE 지수를 따라 기계적으로 투자되고 있다. 한국 증시가 최종적으로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된다면 MSCI 선진국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국내 증시를 기계적으로 매수하면서 국내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확한 자금 규모는 파악할 수 없지만 올해 초 기준 MSCI는 홈페이지를 통해 MSCI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 규모가 약 18조3000억 달러라고 밝히고 있다. 1달러 1530원 기준 약 2경8000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 중 선진국 지수 추종 자금 규모가 신흥국 지수 추종 자금보다 약 5~6배 더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5월 발간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노력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에 최종 편입된다면 국내 증시에 최소 50억 달러(약 7조6500억원)에서 최대 360억 달러(약 55조원)에 달하는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이 순유입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투자금 유입과 더불어 국내 증시 변동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신흥국 증시를 '고위험·고수익' 시장으로 여기기에 투자자금이 급격하게 유입되거나 유출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선진국 시장에 편입되면 국내 증시 변동성도 한층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시장 평가가 관건
지난해 MSCI는 시장 접근성 세부 부문에서 외환시장 자유화 수준, 투자자 등록 및 계좌 개설, 정보 흐름, 청산 및 결제, 증권 이동성, 투자상품 가용성 등 6개 부분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여러 면에서 한층 개선된 평가를 받을 것이 유력하다. 특히 확대되고 있는 외국인통합계좌 등은 긍정적인 평가 요인이다.
MSCI는 정량적 평가 외에 외국인 투자자가 실제 거래 과정에서 변화를 얼마나 체감하는지 보는 '정성 평가'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MSCI가 요구하는 핵심 관건은 24시간 외환시장 개방과 환전의 편리성이다. 그동안 한국 증시가 MSCI 선진시장에 편입되지 못한 핵심 이유이기도 했다. 과거 IMF 트라우마로 환율 주권에 민감했던 정부가 외환시장을 폐쇄적으로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세계국채지수(WGBI) 및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태도를 바꾸고 외환시장을 개방하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2024년 하반기부터 원-달러 외환시장 운영 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했고 영국 런던 등 해외 소재 외국환 업무 취급기관(RFI)을 통한 역외 거래도 허용했다. 하지만 MSCI는 여전히 24시간 완전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유럽계 투자자는 새벽 2시까지의 연장으로 거래가 편리해졌으나 미국 시간대 거래는 여전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6월29일 시범 거래를 거쳐 7월6일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운영할 예정이다. 뉴욕 서머타임 기준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로 확대해 공백을 완전히 없애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방에 맞춰 '역외 원화 결제망' 구축도 서두르고 있다. 오는 7월 IT 테스트를 진행한 뒤 9월 중 시범운영을 시작하고 내년 1월 본운영을 개시하는 것이 목표다. 역외 원화 결제망이 열리면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원화 계좌를 두고 직접 원화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러한 일정들이 이번 6월24일 MSCI 리뷰 이후부터 가시화된다는 점이 평가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MSCI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개혁이 완전히 시행됐으며, 시장 참여자들이 변화의 효과를 충분히 평가할 시간이 주어졌을 때' 재분류 협의를 시작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최지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연구원은 "올해 6월 리뷰 때까지 제도가 완전히 정착하기에는 시간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관찰대상국 등재는 시장이 변화를 충분히 받아들인 이후에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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