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막는다…AI로 병원 선정 시간 20분 단축”

“[시간 민감성 환자 알림] 심근경색으로 의심되는 환자입니다.”
12일 대구 경북대병원에서 열린 응급의료 인공지능(AI) 기술 시연회. 흉통을 호소하는 가상 응급환자와 구급대원의 대화를 통해 환자 정보를 분석한 AI가 화면에 이런 알림을 띄웠다. 이어 구급대원이 이송 병원 검색 버튼을 누르자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이 순서대로 나타났다. AI가 응급실 과밀도와 이송 거리, 전문 치료 가능 여부 등을 분석해 산출한 이송 우선순위였다. 환자의 중증도 판단부터 병원 선정을 AI가 주도한 셈이다.
최근 고위험 임신부의 응급실 미수용 사건이 잇따른 가운데 정부가 응급환자 이송 과정에 AI를 접목하는 ‘응급의료 AX(AI 전환)’를 추진한다.
경북대병원은 2024년부터 보건의료 난제 해결을 위한 연구 지원 사업인 ARPA-H의 일환으로 ‘SAVE-R’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응급환자 발생부터 병원 도착까지 구급대원과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AI가 환자와 구급대원의 대화 내용을 자동으로 문자로 변환해 구급일지를 작성하고,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의 중증도를 평가해 최적의 이송 병원을 추천한다. 병원에 이송 요청을 하면 환자의 증상과 검사 결과 등이 의료진에게 자동으로 전달된다.

기존 시스템과 달리 병원들이 서로의 응급실 자원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의료진이 지역 전체의 응급의료 자원 상황을 파악한 상태에서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환 복지부 보건의료데이터진흥과장은 “다른 병원 상황이 어려우면 ‘이 환자는 우리가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커뮤니티 정신이 발휘될 수 있는 체계”라고 말했다.
다만 AI의 병원 추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병원별 자원 현황이 실시간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려면 병원정보시스템(HIS)과 전자의무기록(EMR) 정보를 플랫폼과 연결해야 한다. 박 과장은 “대구 지역의 센터급 응급의료기관과는 연동이 완료된 상태”라며 “그 외 의료기관과의 연계는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경북대병원 연구진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대구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와 구급차 30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실제 응급환자 이송 과정에서 시스템의 효과를 검증한 뒤 적용 범위 확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구=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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