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수억 껑충, 2배 위약금도 불사…동탄 광풍, 그 이면엔
일주일새 1.98% 상승, 동탄역 중심 대장 아파트 급등 양상
비규제 지역에 집중된 선점 수요, 자고나면 억단위 호가↑
매물 급감 속 매도인 변심도 잦아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같은 지역에 양극화 현상 뚜렷…전문가 “오버슈팅 가능성”
[이데일리 이정현 김은경 기자] 동탄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반도체 주거 벨트의 중심인 데다 규제 청정지역이라는 이점을 등에 업으면서다. 다만 화려한 상승률 이면에는 정부 규제를 피한 투기 자금의 유입과, 동탄역 접근성에 따라 특정 아파트 단지만 급격하게 오르는 양극화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하루걸러 호가가 오르는 탓에 매도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등 시장이 과열 양상이다.

동탄 아파트 가격 오름세는 지역 대장 단지가 주도하고 있다. 동탄역과 바로 연결되는 ‘동탄역롯데캐슬’과 도보 접근이 용이한 이른바 ‘우·포·한(우남퍼스트빌·포스코더샵센트럴시티·한화꿈에그린프레스티지)’이다. 우수한 교통 접근성에 더해 아인초, 청계중 등을 품고 있으며 롯데백화점 등 핵심 상권도 발달해 인프라 프리미엄이 굳건하게 형성되어 있다.
포스코더샵센트럴시티 전용면적 84㎡는 올해 초 15억~16억 원대에 시세가 형성됐으나 최근 호가가 20억 원까지 뛰었고, 같은 단지의 대형 평형은 이미 20억 원 선을 돌파했다. 매물로 올라온 우남퍼스트빌 전용 59㎡는 14억 원에 최초 호가가 올라온 뒤 지난 2일에 1억 원, 5일에 다시 5000만 원이 상향 조정됐다. 사흘 만에 호가가 10% 가까이 뛴 셈이다.
자고 일어나면 호가가 억 단위로 오르는 탓에, 집값이 더 뛸 것으로 기대한 매도자가 위약금을 불사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배액배상’ 사례도 현장에서 다수 목격되고 있다. 이미 받은 계약금의 2배를 물어주고서라도 새로운 매수자에게 더 비싸게 파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살던 집을 매도하고 동탄으로 이사하려던 실거주 매수인이 곤혹에 처하거나 매도인과 다툼을 벌이는 사례도 잦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동탄 전역의 매매 매물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1일 기준 동탄신도시 일대 아파트 매물은 3767건으로, 두 달 전(4월 11일, 6020건) 대비 37.5% 급감했다.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에 대비한 선점 수요가 몰린 데다, 집주인들 역시 ‘더 오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이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광풍이 동탄신도시 전역에 부는 것은 아니다. 입지에 따라 매매 시장의 체감 온도는 극명하게 갈린다. 동탄2신도시 외곽 대다수의 단지는 여전히 10억 원 미만으로 시세가 형성되어 있으며, 전용 84㎡ 미만 평형에서는 5억 원대 이하의 매물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역세권과 시범단지, 호수공원 주변 등 선호도가 높은 핵심 입지만 과열되면서 물리적 거리에 따라 가격 하락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동탄신도시의 일부 아파트에 과열현상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풍선효과’를 지목하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부동산 규제를 피해 새로운 투자처를 찾던 투기 자금이 반도체 업계 활황 호재를 틈타 동탄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동탄에 앞서 이례적인 폭등 현상을 겪었던 창원 성산구 역시 지역 내 호재보다는 규제를 피한 외지인 투기 수요 유입이 1차적 원인으로 꼽힌 바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향후 동탄 집값이 오를 것을 대비해 전세를 끼고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동탄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과열에 휩쓸리지 말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한데다 투자 성격의 수요자들이 환금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거래량이 꾸준한 특정 단지만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동탄 상승세는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비규제지역 프리미엄, 갭투자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최근 상승 속도를 감안하면 다소 오버슈팅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sei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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