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생존도, 중국에 이기려해도 AI 필수"…제조업에 태동하는 M.AX

포항·울산=조규희 기자 2026. 6. 1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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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 내 풍구 관리를 위해 이동중인 사족보행 로봇. 2026.06.11. /사진제공=산업통상부 공동취재단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 제조공정의 인공지능(AI) 도입입니다. 빼앗긴 경쟁력을 되찾고 중국을 뛰어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제조업 현장은 '제조 AI 대전환(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M.AX)'이 한창이다. 시대 변화와 기술력 향상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도 있지만 기업들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 아래 경쟁국, 경쟁 기업보다 빠르게 AI를 도입하고자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산업통상부의 'AI 팩토리 사업'과 맞물려 철강, 이차전지, 조선 분야 기업에서는 제조 공정의 AI 도입을 위한 실증과 현장 적용이 한창이다. 지난 11일 방문한 포항 포스코에서는 쇳물을 만드는 '고로'를 중심으로 여러 시도가 진행 중이었다.

고로의 온도를 관리하는 30개의 '풍구' 관리는 제품 품질과 현장 안전의 핵심 요소다. 1100℃에 육박하는 풍구 내부 바람 온도로 인해 인근은 항상 고열일 수밖에 없다. 높은 온도는 가스 누출 등이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취약한 구조인데 사족보행 AI 로봇이 안전과 풍구 관리를 위해 투입됐다. 열화상 감지와 이미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로 주변을 주기적으로 순찰하며 이상 징후를 확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고로에 철광석과 석탄 등 원·연료를 넣어주는 벨트 컨베이어는 제철 작업의 기본이다. 포항제철소 내부 길이만 장장 600㎞에 달하는데 24시간 가동되는 탓에 롤러 교체가 필수적이다. 총 길이도 문제지만 작업 높이가 아파트 20층 높이에 달하는 곳도 다수다. 작업자가 롤러 교체 부위를 찾는 것도, 발견 후 조치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국로봇융합원에서 실증 중인 모바일 벨트 컨베이어 예지보전 로봇의 시연이 한창이다. 2026.06.11. /사진제공=산업통상부 공동취재단.

포스코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부경대 등과 함께 모바일 벨트 컨베이어 예지보전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한 이유다. 포항 소재 한국로봇융합연구원에서 시연된 예지보전 로봇은 음향으로 롤러의 상태를 확인했다. '와이어볼'이 벨트 라인을 따라 이동하며 지속적으로 소리를 확인해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모바일 로봇이 해당 장소로 이동해 벨트를 들어 올리고 롤러를 교체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4~8명의 작업자가 3~4시간 걸리던 작업을 로봇을 도입하면 1시간 안팎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는 내년 상반기 현장 투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작업자의 85% 수준까지 로봇의 성능이 근접하면 현장에 바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항 소재 이차전지 제조기업 에코프로에서도 제조 공정 전체에 AI를 도입하려는 노력이 한창이었다. 제조 가공비 30% 절감, 사무자동화 효율성 50% 향상이 구체적인 목표다. 단연 타깃은 중국이다.

2023년 하이니켈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였던 에코프로는 불과 1년 만인 2024년 6위로 밀려났다. 막대한 중국 정부의 인적·재정적 투자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에코프로가 찾은 돌파구는 AI다. 전 공정 도입을 통해 중국 대비 300% 이상의 생산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포항 소재 에코프로 공정 내 소성로 관리를 담당하는 자율이동로봇(AMR)의 모습. 2026.06.11. /사진제공=에코프로

초기에는 분절된 데이터의 통합 및 수집이 시급했다. AI 학습과 통합 분석 시스템 구축도 과제였다. 이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디엘정보기술 등이 뭉쳐 가보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왔다.

양질의 양극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공정별 가루(파우더)의 이동과 '소성(열을 가해 구워내는 공정)' 과정이 필수다. 에코프로는 파우더 이동 과정에 AI 도입을 시도 중이다. 기존에는 숙련공의 손끝 기술에 의존해 왔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배관 길이만 수백 미터에 달해 파우더 이동 조정은 숙련공의 필수 영역으로 인식됐다"며 "양극재 제조공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최상의 조건을 AI가 제어하는 단계를 적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소성로를 따라 미세 소음과 온도를 파악하고 사전에 문제를 인지하는 것은 자율이동로봇(AMR)의 역할이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소성 공정을 자율 순회하며 사람을 대신해 설비 이상을 매일 점검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약 200개 항목 중 70%가량을 로봇으로 점검할 수 있으며, 항목별 다수의 점검 포인트가 있어 전체 점검 포인트는 900여 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는 AI 팩토리 사업을 통해 오차율 ±0.1% 수준의 순도 분석기도 완성해냈다. 제조 생산단위(Lot)마다 정교한 계산을 통해 리튬 순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AI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포항 공장의 성과를 바탕으로 헝가리 등 해외 생산 라인에도 이를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2일 방문한 HD현대중공업의 울산 조선소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용접 작업에 한창이었다. '러그 자율제조 시스템'이 대표적인데 사람이 직접 수행하던 용접, 절단, 이송 작업을 로봇과 AMR이 맡으면서 생산 흐름의 연속성과 안정성이 높아졌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시스템 도입 이후 러그 생산량은 기존 대비 87.5% 향상됐다"며 "품질 측면에서도 작업자 숙련도에 따른 편차를 줄여 일관성을 높였고 위험 작업 노출을 최소화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조업 현장은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전환(DX)에 이어 M.AX까지 생존을 위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초기 단계부터 전 공정 도입까지 기업별 수준은 제각각인 것이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의 AI 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며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기업별 수준과 상황이 다르고 투자 여력, 데이터 공유 정도도 다른 만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견고한 생태계가 구축돼야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내부에서 인공지능(AI)기반 용접중인 로봇. 2026.06.12. /사진제공=산업통상부 공동취재단.


포항·울산=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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