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 뒤에서 '눈 찢기' 조롱한 멕시코 단체장, 결국 직위 해임

김예랑 2026. 6. 1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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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스타그램 '이노냥' 계정 영상 캡쳐


멕시코의 한 지역 단체장이 월드컵 경기장에서 한국인 유명 인플루언서 뒤에서 '눈 찢기' 제스처를 취했다가 직위에서 해임되는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 할리스코주 지형지질공학회 회장인 울리세스 페르난도 베르날 미라몬테스가 한국인 인플루언서를 향한 인종차별 행위로 인해 직위에서 해임됐다. 

발단은 소셜미디어(SNS)를 강타한 한 편의 영상이었다. 틱톡과 유튜브 등에서 총 900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보유한 한국인 유튜버 이노냥은 지난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 대표팀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체코전 승리 직후 현장의 감동을 담은 셀프 영상을 촬영 중이었다.

이때 이노냥의 후방 좌석에 앉아 있던 베르날 회장이 카메라를 향해 조롱 섞인 몸짓을 하기 시작했다. 멕시코 축구 대표팀의 원정 유니폼을 입고 있던 그는 조롱조의 손짓을 해 보이더니 이내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인 '눈 찢기' 제스처를 취하며 웃었다. 갑작스러운 봉변에 충격을 받은 이노냥이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까지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후 이노냥은 자신의 SNS 계정에 "월드컵 보러 멕시코까지 왔는데…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영어로도 "월드컵을 즐기려 지구 반 바퀴를 날아왔는데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논란은 현지 언론과 국내 시민사회로도 빠르게 번졌다. 멕시코 지역 매체인 폴리티고는 가해자의 신원이 베르날 회장이라는 사실을 폭로하며 "여성 관중의 외모를 공개적으로 조롱한 대단히 수치스러운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수많은 누리꾼의 제보로 해당 사건을 접했다"며 "국적과 인종의 벽을 허물고 지구촌이 하나가 되어야 할 월드컵 무대에서 이 같은 구태가 반복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베르날 회장은 피해자에게 공식적으로 고개를 숙여야 마땅하며 FIFA 역시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소속 기관도 즉각 전장 정리에 나섰다. 해당 협회 관계자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당일 즉시 명예정의위원회를 소집했고 베르날 회장은 직위에서 해임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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