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물샐틈없는 시진핑 '밀착 의전'에…설 자리 좁아진 한국 [문지방]

전혼잎 2026. 6. 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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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의전에 시진핑 감사전문 '밀착'
'혈맹' 상징 리설주·펑리위안 커플룩도
'한국 패싱' 우려 커져 "실용외교 절실"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중국으로 돌아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환송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7년 만의 북한 국빈 방문에서 누구보다 바빴던 사람, 바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달 8, 9일 이틀간 이어진 시 주석의 방북에서 그의 동선을 일일이 챙기며 물샐틈없는 ‘밀착 의전’을 선보였습니다. 귀국길에 오른 시 주석도 지난 방북 때는 보내지 않았던 감사전문을 김 위원장에게 띄우며 화답했죠.

화기애애한 평양의 분위기와 달리, 이를 바라보는 서울의 표정은 어둡습니다. 이 같은 북중 밀착으로 인해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이 나설 공간은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 때문입니다. 꽉 막힌 남북 관계에 ‘바늘구멍’이라도 뚫어보겠다는 정부의 구상도 한층 요원해질 전망입니다.


'피로 맺은 우호' 과시한 북중 정상 부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위한 연회가 개최된 목란관에서 그를 맞이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9일 시 주석이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의 환송을 받으면서 귀국길에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북한에 도착한 시 주석 일행을 공항에서 영접한 데 이어, 1박 2일 내내 모든 행사장에 먼저 나가 그를 기다려 맞이했습니다. 환영식, 연회 등의 공식 일정은 물론 숙소 안내까지 도맡았죠.

시 주석은 귀국 당일 김 위원장에게 “방문 성과에 대해 만족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감사전문을 보냈습니다. 2019년 방북 당시에는 별다른 메시지를 남기지 않고 귀국했던 시 주석이지만, 이번에는 남다른 성의를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은 시 주석의 2026년 첫 해외 순방지이기도 합니다.

양 정상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시 주석의 방북에는 펑리위안 여사가 동행했는데요. 북중의 퍼스트레이디는 방북 첫날 비슷한 흰색 원피스를 입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시 주석의 환영식에서 나란히 선 북중 정상 부부의 모습은 꼭 닮아 있었죠. 북중 관계를 “피로 맺어진 전통 우호”라고 칭한 시 주석의 말을 눈으로 확인하는 듯한 장면이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평양=신화 뉴시스

'중재자 중국' 기대 어려워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9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귀국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평양=노동신문 뉴스1

시 주석의 방북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하지만 그의 방북을 둘러싼 세계 정세는 7년 전과는 사뭇 다르게 흐르고 있습니다. 2019년 당시 북한은 시 주석이 떠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를 공개하며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죠.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언급을 삼가고 북한은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며 서로의 우군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중국은 장기화할 미중 전략경쟁에 북한을 최고의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했다”며 “북중 관계는 장기간 탄탄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국 정부는 앞서 시 주석의 방북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건설적 역할을 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을 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해 북미 대화의 가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죠. 그러나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의 중재자로서의 자리를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대를 걸었던 한국이 머쓱하게 됐다는 평가입니다.


'한국 패싱' 가능성 피하려면

올해 4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26 한반도평화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가뜩이나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하고 남한에 등을 돌린 북한입니다. 그런 북한이 러시아에 이어 중국과 거리를 좁히면서 과거의 냉전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문제는 이 구도 어디에도 한국의 자리가 없어보인다는 점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을 업고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버틸 여지가 커진 북한으로서는 더더욱 남한과의 대화·협의에 나설 가능성이 줄었다”고 짚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꽉 막힌 남북 관계에 대해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며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했죠. 갈수록 조그만 구멍마저 흔적없이 막혀버리는 형국이지만, 그럼에도 마냥 손을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을 겁니다. 한반도에서의 ‘한국 패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려면 주변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정밀한 외교안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양 교수 역시 “한국의 실용적 대미·대중 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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