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고립에 교도소 택하는 고령자들… 日 노인 죄수 ‘수발 전쟁’ [세계는 지금]
“바깥 생활보다 낫다”
절도 저질러 셀프 수감
65세 이상 20%… 재범 많아
목욕·식사·병환 관리까지
교도소, 사실상 요양원 역할
처벌보다 재활·복귀에 집중
훈련실이라고 적힌 실내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비즈니스 스킬 강좌’를 듣고 있다. 옆 건물로 이동하자 널찍한 공간에 색종이가 수북이 쌓인 책상 여러 개가 놓여 있다. 연분홍색 옷에 흰색 모자를 쓴 여성들이 아무 말 없이 분주한 손놀림으로 종이를 접는다. 이렇게 접은 종이들이 모여 애니메이션 캐릭터 토토로나 연꽃 모양 장식품으로 변한다. 또 다른 작업실에서는 재봉틀을 이용해 천이나 깃발에 수를 놓는 작업이 한창이다.

처벌에서 개선·재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일본 교정 행정뿐 아니라 고령화와 고립·빈곤, 다문화화, 재범 문제 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일본 사회의 축소판인 이곳을 지난달 21일 다녀왔다.


◆日 교정행정의 도전 과제
이곳에서는 1인당 하루 2400엔(약 2만3300원)씩 배정되는 예산으로 규칙적 식사가 제공된다. 부인과·치과 진료실과 엑스레이 촬영실이 갖춰져 있다. 의사 2명, 간호사 4명, 약사 1명, 심리사 3명 등 수는 적지만 심신이 불편한 사람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 인력도 배치돼 있다. 주 5일 오전 7시4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진행되는 노동과 교육훈련 중에는 신체 기능 회복을 돕는 종이접기 등이 포함돼 있다.
2019년 이곳에 수감돼 있던 68세 여성은 영국 BBC방송에 “아이 하나가 학교에 가지 않았을 때 홧김에 가방을 훔쳐 53세 때 처음 감옥에 왔다”며 “별다른 직업도 없이 이혼 후 내게 얹혀사는 아들과 말다툼한 뒤 포도를 훔쳐 다섯 번째로 갇혔다”고 말한 바 있다. 가정불화가 범죄로 이어진 셈이다. 반면 이곳에 와서는 젊은 수감자들의 도움으로 생활하면서 사회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가족애나 동료애를 느낀다는 게 고령 수감자들의 말이다.

일본은 지난해 6월 118년 만에 처음으로 형법을 개정했다. 징역·금고형을 구금형으로 통합하고 수형자 특성에 맞게 작업·교육을 세분화해 재범을 막고 원활한 사회 복귀를 이끌겠다는 취지다. 도치기형무소의 경우 지역 주민도 싼값으로 이용할 수 있는 미용실에서 2년짜리 미용사 과정을 운용 중이고, 간호·돌봄이나 지게차 운전 교육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2명이 채용 내정을 받은 상태로 출소했다.
그러나 생활보호(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65세 이상이 절반을 넘고(2023년 53%), 사회와 단절된 채 살다 홀로 죽음을 맞이한 이들 중 65세 이상이 71.6%(2025년)에 달할 정도로 빈곤·고립 문제가 심각해 ‘자발적 수감’을 택할 정도인 고령자들에게는 거리가 먼 얘기로 보였다.
도치기=글·사진 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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