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통장이 평생 간다"…인뱅 3사, 미래 고객 찜하는 '키즈금융 전쟁'
가족 자산 앱 하나로 묶는 '패밀리 뱅킹' 진화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미래 고객' 모시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저출산 기조 속에 전체 아동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아이 한 명에게 온 가족의 소비가 집중되는 '텐포켓(10-Pocket)'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키즈 금융 시장은 오히려 몸집을 불리는 추세다. 특히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쥐고 자라는 '디지털 네이티브'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에게 자사 플랫폼의 UI(사용자 환경)와 UX(사용자 경험)를 각인시켜 장기적인 '록인(Lock-in·자물쇠) 효과'를 누리겠다는 고도의 전략이 깔려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토스뱅크·케이뱅크 등 인뱅 3사는 미성년자와 예비 부모 등을 타깃으로 한 전용 계좌 및 적금 상품 라인업을 완성하고 치열한 수신 경쟁을 펼치고 있다.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연령대임에도 불구하고 최고 연 7%가 넘는 파격적인 고금리를 미끼로 던지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곳 중 하나는 케이뱅크다. 케이뱅크가 미성년 자녀를 위해 선보인 '마이키즈 서비스'는 최근 출시 2주 만에 누적 가입 1만 좌를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마이키즈 적금의 경우, 복잡한 우대금리 조건 없이 전체 가입 기간의 3분의 2 이상만 납입하면 최고 연 7.5%의 높은 금리를 제공해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단순히 금리 혜택에만 그치지 않는다. 케이뱅크는 자녀의 사진으로 계좌 메인 화면을 직접 꾸밀 수 있도록 하는 등 아이와 부모의 감성을 자극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내 아이만의 특별한 통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서비스 충성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역시 지난해 9월 '우리아이통장'과 '우리아이적금'을 나란히 선보이며 키즈 뱅킹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만 17세 미만 자녀를 대상으로 한 이 상품은 최고 연 7.0%의 금리를 제공하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계된 강력한 플랫폼 접근성을 바탕으로, 조부모나 삼촌, 이모 등 친척들이 손쉽게 용돈을 송금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토스뱅크 또한 최대 연 5.0% 금리를 제공하는 '아이통장'과 '아이적금'을 운영하며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특히 토스뱅크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태아적금'까지 선보이며,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고객 접점을 만드는 '요람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출산 후 자녀 명의의 아이통장을 개설하면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부모의 금융 활동이 자녀의 금융 생활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키즈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조기 고객 확보'다. 금융권에서는 최초의 거래 경험이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보고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은행의 앱 인터페이스나 인증 방식 등에 익숙해져 타행으로 이탈하는 이른바 '전환 비용'이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혹은 자신의 첫 용돈 관리용으로 인터넷은행 앱을 접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급여 통장이나 대출 등 핵심 금융 거래를 해당 은행에서 이어갈 확률이 매우 높다"며 "수익성 지표인 예대마진 측면에서는 당장 마이너스가 될지라도 10년 뒤를 내다보는 '평생 고객' 확보 차원에서는 가장 확실한 마케팅 투자"라고 설명했다.
제도적 뒷받침도 비대면 키즈 뱅킹의 성장을 이끌었다. 과거 부모가 자녀의 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족관계증명서, 기본증명서 등 복잡한 서류를 챙겨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만 했다. 하지만 비대면 실명 확인 제도가 개편되고 스크래핑(데이터 자동 추출)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제는 집에서도 부모의 신분증과 휴대전화만으로 손쉽게 자녀 명의의 통장을 개설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은행들의 이 같은 행보는 단순한 계좌 개설을 넘어 가족 구성원 전체의 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패밀리 뱅킹(Family Banking)'으로의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잘파세대의 금융 독립이 빨라지고 이들의 자본 시장 영향력이 커지는 중"이라며 "차세대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은행권의 '요람 전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문성주 기자 moonsj7092@newsway.co.kr
Copyright © 뉴스웨이.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이용 금지
- 시급 4만원 용접공도 13억원···스페이스X IPO에 4400명 '돈방석' - 뉴스웨이
- "트럼프가 제정신을 잃었다"...美 발칵 뒤집은 '인플레 사랑해' - 뉴스웨이
- 구광모의 '막내 생활'···삼겹살 굽고 '소맥' 챙기며 AI 협력 전면에 - 뉴스웨이
- '사상 최대 규모' 스페이스X IPO, 비트코인 자금이동 촉발할까 - 뉴스웨이
- 인플레이션에 결국 돌아선 민심···트럼프, 경제 지지율 1·2기 통틀어 '최저' - 뉴스웨이
- 기후동행카드 3만원 환급 신청 시작···'티머니 카드&페이' 가입 필수 - 뉴스웨이
- "내 나이엔 얼마 있어야 상위 1%?"···30대는 13억, 40대는 32억 - 뉴스웨이
- 비트코인 14% 급락, 원인은 'AI'인가 '스트래티지 매각'인가 - 뉴스웨이
- 원유 재고 '바닥' 드러나는데...시장은 뜻밖의 낙관론, 왜? - 뉴스웨이
- 8개월 새 시총 1.2조 달러 증발···비트코인 짓누르는 세 가지 악재 - 뉴스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