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심 지지기반 백인 노동자층이 흔들린다…중간선거 위기

이규화 2026. 6. 14.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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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분석 결과, 저학력 백인 유권자 이탈 확연
핵심 지지충서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 앞서
인플레 압력 누적되면서 지지층의 실망감 커져
선거까지 수개월간 물가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나와 전용차로 걸어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정치적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 10년간 트럼프 정치의 가장 견고한 버팀목이었던 백인 노동자층 유권자들이 경제 문제를 둘러싸고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 분석한 결과,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에 대한 평가가 극적으로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8년 첫 임기 중간선거 당시와 비교해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꼽힌다. 당시 백인 노동자층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30%포인트(p) 이상 차이로 지지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는 오히려 14~30%p 이상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백인 비 대졸 유권자들의 경제 분야 국정 지지율은 30%~40%대에 머물렀다. 일부 조사에서는 과반이 트럼프의 경제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한 지지율 하락을 넘어 트럼프 정치의 핵심 연합 자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감돈다. 오랫동안 트럼프 진영에서 활동해 온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존 매클로플린은 백인 노동자층 유권자들이 공화당에 불만을 품고 있으며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흑인·히스패닉 노동계층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지난해 대선 당시 확보했던 지지세가 일부 약화되는 조짐이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경제 문제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당시 불법 이민 차단과 물가안정, 경제회복을 약속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집권 이후 관세정책 확대, 지속되는 생활물가 부담, 휘발유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압력 등이 누적되면서 핵심 지지층의 실망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특히 생계비 부담(cost of living)이 백인 노동자층의 가장 큰 불만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일부 유권자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다. 2024년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던 텍사스의 한 노동계층 유권자는 “기름 값을 낮추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올랐다”며 차기 선거에서는 제3당 후보를 지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경제”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균열을 기회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여겨졌던 아이오와, 오하이오, 텍사스 등 백인 노동자층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도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민주당 역시 노동계층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이미지가 좋지 않아, 불만층이 곧바로 민주당 지지로 이동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상당수 유권자는 공화당에 실망하면서도 민주당을 대안으로 여기지는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진영도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백악관과 재무부는 감세 정책의 혜택을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친트럼프 정치조직인 ‘마가’(MAGA Inc.)도 노동자와 중산층이 세금 감면의 수혜자라는 점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트럼프가 직접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는 대선과 달리 중간선거에서는 그의 개인적 동원력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핵심 지지층의 투표 의지가 약화될 경우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16년 이후 미국 정치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백인 노동자층이 공화당의 핵심 기반으로 재편됐다는 사실이었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기업·부유층 중심의 공화당을 노동계층 정당으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지금 나타나는 경제 불만은 바로 그 정치적 성공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간선거까지 남은 수개월 동안 트럼프가 생활물가와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얼마나 해소하느냐가 공화당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정치의 본질은 문화전쟁이나 이민 문제보다도 “경제를 더 잘 다룰 수 있는 지도자”라는 노동계층의 신뢰 위에 구축돼 있었다. 따라서 백인 노동자층이 경제 문제에서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면 이는 트럼프 개인은 물론 마가 연합 전체에 구조적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에 대한 불신 역시 여전히 강하다는 점에서, 현재의 변화가 곧바로 정권 심판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투표율 하락으로 귀결될지는 앞으로의 경제 상황과 양당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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