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C·기판 이어 실리콘 캡까지…삼성전기 ‘AI 반도체’ 승부수

이상현 2026. 6. 14. 09: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AI 반도체 전력 안정화 핵심 부품 양산
"실리콘 캡·기판 동시 공급 가능 유일"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실리콘 캐패시터(실리콘 캡) 양산에 본격 나서며 AI 반도체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기존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이어 실리콘 캐패시터까지 확보하면서 AI 서버용 핵심 부품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AI 반도체 성능 경쟁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넘어 전력 안정화 기술로 확대되는 가운데 삼성전기는 실리콘 캐패시터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에서 기술설명회를 열고 AI 반도체용 실리콘 캐패시터 기술과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만드는 차세대 캐패시터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역할과 함께 전력 노이즈를 제거해 반도체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다. AI 서버용 GPU와 HBM이 탑재되는 첨단 패키지는 순간적인 전력 변동 폭이 크고 소비전력도 높아 전력 안정화 기술이 중요하다.

이날 설명회를 진행한 김원기 삼성전기 캐패시터개발그룹장은 "현재 AI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오토모티브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 수준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며 "작은 공간에서 높은 성능을 구현하고 노이즈를 차단하며 고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패시터 역할을 물탱크에 비유하며 중요성을 설명했다.

김 그룹장은 "아파트 옥상 물탱크가 수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것처럼 캐패시터는 전기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순간 공급해 전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며 "데이터센터는 더 많은 에너지를 더 좁은 공간에서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 캐패시터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기존 MLCC보다 얇고 반도체 칩 가까이에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AI 반도체는 연산 성능 향상을 위해 더 많은 코어와 HBM을 좁은 공간에 집적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전력 공급 안정성과 노이즈 억제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 그룹장은 설명회에서 GPU 패키지 구조를 화면에 띄우며 "기존 MLCC는 패키지 외부에 장착해야 하지만 실리콘 캐패시터는 패키지 내부나 기판 안에도 넣을 수 있다"며 "실리콘 캐패시터는 두께가 100마이크로미터(㎛) 이하 수준까지 구현 가능해 칩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기존 D램 제조에 사용하던 기술을 실리콘 캐패시터 개발에 적용했다. D램의 핵심 구조인 저장용 캐패시터 기술을 활용해 높은 전기 용량과 소형화를 동시에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김 그룹장은 "D램은 30년 넘게 고성능 캐패시터를 만들어온 산업"이라며 "D램 기술에서 캐패시터 부분만 발전시켜 고객이 원하는 용량과 전압 특성에 맞게 개발한 것이 실리콘 캐패시터"라고 설명했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고주파 특성과 온도 안정성에서도 강점을 가진다는 점도 특징이다. AI 반도체는 순간적으로 전력 사용량이 크게 변하는 만큼 빠른 전력 대응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반도체가 고도화될수록 사용하는 에너지는 늘고 동작 전압은 낮아진다"며 "동작 전압이 낮아질수록 노이즈에 취약해지기 때문에 실리콘 캐패시터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실리콘 캐패시터가 기존 MLCC를 대체하기보다 상호 보완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그룹장은 "실리콘 캐패시터 사업을 처음 검토할 당시 내부에서도 MLCC 시장을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MLCC로 구현하기 어려운 영역을 실리콘 캐패시터가 보완하면서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삼성전기는 초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중심이던 수요가 AI 서버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향후 자율주행차와 로봇, 항공우주, 광통신 분야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그룹장은 "현재 데이터센터는 랙 간 연결을 광통신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사용 주파수가 매우 높아 기존 MLCC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영역이 있다"며 "실리콘 캐패시터를 적극 검토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실리콘 캐패시터와 MLCC, 패키지 기판을 함께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김 그룹장은 "실리콘 캡도 할 수 있고 기판도 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기밖에 없다"며 "신규 고객사 중에는 패키지와 함께 번들 형태로 공급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은 MLCC를 사용할지 실리콘 캐패시터를 사용할지, 패키지 내부에 넣을지 외부에 장착할지 함께 검토해야 하는데 삼성전기는 이를 한 번에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실리콘 캐패시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기는 기존 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업에 실리콘 캐패시터를 더해 AI 서버용 핵심 부품 공급 범위를 넓히고, AI 반도체 공급망 내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김 그룹장은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실리콘 캐패시터를 고민하고 있다"며 "공급사가 많지 않은 만큼 거의 모든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판촉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김원기 삼성전기 캐패시터개발그룹장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삼성전기 기술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 실리콘캐패시터 목업.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 실리콘 캐패시터. 삼성전기 제공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