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MLCC·FC-BGA·실리콘 캡 삼각편대…삼성전기, AI 시장 공략 본격화

신승훈 기자 2026. 6.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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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전력 안정화 핵심 부품 부상…초박형·저 ESL로 노이즈 대응
D램 ISC 공정 기반 실리콘 캐패시터 양산…글로벌 기업과 1.5조 계약
MLCC·FC-BGA와 묶어 턴키 공급…AI 서버·피지컬 AI 시장 공략 본격화
김원기 삼성전기 그룹장(실리콘 캐패시터 개발 총괄)이 지난 12일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열린 '실리콘 캐패시터' 제품 학습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출처=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과제로 부상한 '전력 안정성'을 해결할 차세대 부품 '실리콘 캐패시터'를 앞세워 글로벌 AI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FC-BGA)에 이어 실리콘 캐패시터까지 아우르는 고부가 AI 부품 라인업을 완성해 업계 유일의 '턴키(Turn-key) 솔루션' 역량으로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실리콘 캐패시터' 제품 학습회를 진행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원기 삼성전기 그룹장(실리콘 캐패시터 개발 총괄)은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 환경에서 실리콘 캐패시터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삼성전기 실리콘캐패시터 목업 [출처=신승훈 기자]

 ◆3나노 이하 미세 공정의 불청객 '노이즈' 잡는 구원투수

AI 반도체는 일반 반도체보다 전력 소모가 극심하고 순간적인 전류 변화 폭이 크다. 반도체 공정이 3나노, 2나노 이하로 미세화되면서 구동 전압은 낮아지는 반면, 미세한 전력 변동이나 고주파 영역의 신호 노이즈에는 훨씬 취약하다.

김 그룹장은 "에너지 소모가 극심한 AI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실리콘 캐패시터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아파트 옥상 물탱크처럼 전력을 모아놨다가 일정하게 공급해 전압 변동에 따른 오동작을 막는 핵심 부품"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주력 부품인 MLCC는 세라믹 시트를 여러 층으로 쌓는 구조적 특성상 고압·대용량 구현에 유리하지만 두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실리콘 캐패시터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적용해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전체와 전극을 얇은 박막 형태로 증착해 만든다.

덕분에 머리카락 두께의 10분의 1 수준인 1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초박형화가 가능해 공간이 극도로 제한된 반도체 패키지 내부나 기판 뒷면(랜드 사이드)에 배치할 수 있다. 특히 신호 전달 손실을 유발하는 불청객인 '기생 인덕턴스(ESL)'를 MLCC 대비 100배 이상 낮췄다.

김 그룹장은 "관 하나가 굵고 똑바로 가는 것과, 여러 개로 나눴다가 다시 합쳐져 나가는 관 중 어느 쪽이 물 흐름이 좋겠냐"며 "MLCC는 구조상 터미널(단자)이 2개 내외로 제한되어 전기 에너지가 여러 층으로 나눠 가야 하지만, 실리콘 캐패시터는 구조가 단순하고 반도체 공정 특성상 터미널을 50~60개 이상 촘촘하게 배치할 수 있어 기생 성분을 줄이고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기 실리콘 캐패시터 [출처=삼성전기]

◆D램 공정 DNA 이식… 전압·온도 흔들려도 용량은 '일정'

"기존 MLCC 시장 잡아먹는 것 아냐… 상보적 관계로 시장 파이 키운다"

삼성전기 실리콘 캐패시터의 독보적인 경쟁력은 D램 제조에 쓰이는 ISC(Integrated Stack Capacitor) 공정 적용에서 나온다. 김 그룹장은 "30년 전부터 D램에서 이미 굉장히 좋은 캡을 만들어 쓰고 있는 것에 주목해 트랜지스터(FET) 부분은 빼고 캡 부분만 가져와 용량을 높여 개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학에서 면적을 넓힐 때 흔히 쓰는 '숯'을 예로 들었다. "숯에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어 표면적이 넓어지고 이물질을 잘 흡착하는 것처럼 반도체 미세 공정으로 실리콘 웨이퍼에 구멍을 엄청나게 뚫어 표면적을 극대화했다"며 미세 공정을 다루는 레거시 D램 라인의 활용 이점을 설명했다.

소재 특성에서 오는 안정성도 강점이다. 기존 세라믹 기반 MLCC는 전압이 높아지거나 온도가 오르면 유효 용량이 줄어드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실리콘 캐패시터는 전압이 2배, 3배 올라가면 에너지도 정확히 2배, 3배로 정비례해 올라간다.

김 그룹장은 "요즘 AP들은 전압을 올렸다 낮췄다 하는 다이나믹 볼테지를 많이 쓰는데, 그때마다 캡(용량)이 바뀌면 설계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괴롭다"며 "실리콘 캐패시터는 전압과 온도에 상관없이 일정한 용량을 제공해 설계를 편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삼성전기 본사 전경. [사진=삼성전기]

◆기판과 부품을 동시에… 업계 유일 '턴키 솔루션' 경쟁력

삼성전기는 실리콘 캐패시터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기를 올해로 보고 있다. 오는 203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이 18%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IT·모바일 AP 시장을 시작으로 고성능 AI 서버로 주력 무대가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향후 피지컬 AI(로봇), 대량의 데이터가 오가는 광통신 렉(Rack) 등으로 수요가 폭발한다는 얘기다.

시장 선점을 위한 삼성전기의 최대 무기는 '토털 솔루션 역량'이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기판 내부(Embedded)에 실장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 기판(FC-BGA)과 MLCC, 실리콘 캐패시터를 모두 자체 개발·공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다.

김 그룹장은 영업 현장 분위기도 전했다. 김 그룹장은 "영업을 갈 때 패키지 기판, MLCC, 실리콘 캡 담당자가 같이 다닌다"며 "실리콘 캡만 하는 경쟁사는 고객사와 깊은 설계 협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전기는 '몇 볼트, 어느 정도 용량이 필요하냐'에 따라 기판 두께와 코어 배치를 그 자리에서 제안하고 섞어 쓸 수 있는 턴키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최근 성사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 외에도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추가 수주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김 그룹장은 구체적인 사명 언급은 어렵다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형 기업들은 이미 전부 실리콘 캡을 고민하고 있으며 실제 공급 능력을 갖춘 업체는 손에 꼽힌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기가 이미 확보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판로를 넓혀 시장 주도권을 확실하게 장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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