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도 한국을 가리켰다… 체코의 제공권·피지컬까지 넘은 '내용 있는 역전승'
<베스트일레븐> 임정훈 기자

2-1의 결과만 한국의 승리를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 수치도 한국을 가리켰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이하 한국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위치한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체코를 2-1로 꺾었다. 한국은 후반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황인범과 오현규의 연속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단순한 역전승이 아니었다. 한국은 체코의 강점을 정면으로 넘었다. 체코는 이번 대회 평균 신장 185.7cm를 기록한 장신 팀이다. FIFA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는 북중미 월드컵 본선 48개국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수치다. 한국의 평균 신장은 181.9cm로 28위였다. 숫자만 보면 체코가 높이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실제 경기 내용은 달랐다. 한국은 체코전에서 공중볼 경합 승률 62.8%를 기록했다. 경기당 공중볼 경합 횟수도 27회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43.6%, 2022 카타르 월드컵 55.3%, 2023 아시안컵 47.5%와 비교해도 눈에 띄는 수치였다. 체코는 높이를 앞세웠지만, 한국은 그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실점 장면도 공중볼 경합에서 완전히 밀린 장면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국은 후반 14분 체코의 롱스로인 이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에게 헤더 선제골을 내줬다. 그러나 FIFA는 이 실점에 대해 "공중볼 경합에서 밀린 것이 아닌, 외곽에서부터 문전을 노린 크레이치의 기습적인 움직임을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장면을 제외하면 한국 수비는 체코의 크로스와 롱볼을 대체로 잘 제어했다.

힘 싸움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한국은 그라운드 경합에서도 56.9%의 승률을 기록했다. 체코는 16개의 파울을 범하며 거칠게 밀고 들어왔다. 한국의 파울은 9개에 그쳤다. 한국은 상대의 압박과 몸싸움 속에서도 볼 소유권을 지켰고, 불필요한 파울을 줄이며 체코의 세트피스 강점을 견제했다.
경기 운영도 한국 쪽이었다. 한국의 볼 점유율은 55%였다. 체코는 34%에 머물렀다. 남은 11%는 양 팀이 50대50 흐름으로 맞선 시간이었다. 한국은 단순히 내려선 뒤 역습만 노린 팀이 아니었다. 공을 쥐고 경기를 주도했고, 그 과정에서 체코의 수비 대형을 끌어내렸다.

홍명보 감독의 3-4-3 전술도 효과를 냈다. 수비 과정에선 라인을 낮춰 체코의 롱볼과 높이에 대응했다. 공격 때는 간결한 전진 패스와 뒷공간 침투로 체코의 수비 라인을 흔들었다. 체코는 손흥민이 골대를 등진 채 공을 잡으면 강하게 압박했고, 이강인 쪽에도 압박을 집중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길을 찾았다.

핵심은 황인범이었다. FIFA에 따르면 황인범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네 경기에서 상대 페널티 박스 안 터치가 단 1회에 그쳤다. 그러나 체코전에서는 박스 안 터치 4회를 기록했다. 공격 진영으로 패스를 공급하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았다. 직접 박스 안으로 침투하며 체코 수비에 균열을 냈다.

이것이 결과로 이어졌다. 후반 23분 이강인의 침투 패스가 황인범의 동점골로 연결됐다. 황인범의 박스 침투가 체코 수비 라인을 흔든 장면이었다. 후반 35분에는 백승호의 로빙 패스에서 시작된 공격을 황인범이 박스 안 오른쪽에서 땅볼 패스로 연결했고, 오현규가 문전에서 마무리했다. 한국의 역전골이었다.

체력과 적응에서도 한국이 앞섰다. 체코의 팀 전체 활동량은 108.3km로 한국의 104.2km보다 많았다. 그러나 더 빠르고 강하게 뛴 쪽은 한국이었다. 한국은 고강도 러닝 123회를 기록했다. 체코는 101회였다. 총량보다 중요한 순간의 강도가 한국 쪽에 있었다.
한국은 체코전까지 3주 이상 고지대 적응 훈련을 진행했다. 반면 체코는 경기 이틀 전까지 댈러스에 머물렀고, 경기 전날 과달라하라에서 한 차례 현지 적응 훈련을 진행했다. 경기 막판 한국이 더 강한 압박과 침투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한국은 신장 높이에서는 밀렸으나 제공권 싸움에선 밀리지 않았다. 힘 싸움에서도 버텨냈다. 공을 더 오래 소유했고, 더 효율적으로 전진했으며, 고강도 러닝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체코전 승리는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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