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바람이 한국을 추월하고 13배가 된 비결

서영민 2026. 6. 1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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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은 한국을 제치고 아시아 풍력의 허브가 되었다

대만은 아시아 해상풍력의 선도 국가다. (중국 제외) 올 4월 현재 해상풍력 설비용량은 4.6기가와트(GW)다.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려면 한국과 비교하면 된다.

한국의 해상풍력은 0.34기가와트, 대만은 한국의 13배 정도다. (참고로 대만은 한국보다 작다. 경제 규모도 인구도 절반 정도다.)

대만 에너지 전환은 이 해상풍력이 주도한다. 해상풍력은 일단 앞으로 더 늘어난다. 4.6기가는 올 연말 5.3기가(대만 정부 예상)로 늘어난다. 바닷바람에 힘입어 대만 재생에너지 비율은 내년 20%에 다다를 예정이다. OECD 최하위권인 한국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아래 그래프는 그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풍력은 계속 바닥권이다. 전체 전력 대비 1%가 안 된다. 대만은 비슷했지만, 2021년 비상을 시작한다. 이후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좀 안다는 사람은 반문할 수 있다. 대만은 우리보다 바람이 훨씬 좋잖아요? 대만 섬과 중국 본토 사이 대만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바람이 빠른 곳 중의 하나인데, 그런 곳과 한국을 비교하면 어떻게 합니까?

틀렸다. 우선 팩트는 맞다. 대만해협의 바람은 빠르다. 우리 전남 신안 앞바다나 제주도 서쪽 바다보다 빠르다. 그래서 일견 바람의 빠르기가 승부를 결정지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제도다. 거버넌스라 불러도 좋다. '하겠다'는 구호를 넘어서서 '어떻게 되게 했는지'다. 한국의 실패를 보면 또렷이 보인다.

■2009년, 한국이 시작한 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 지금은 해상풍력 선진국이라는 유럽, 덴마크보다도 빨랐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녹색성장이다. 서남해 풍력 실증 단지(전북 부안)를 만들고, 이 단지를 2기가와트 이상으로 키워서 '해상풍력 집적 단지'라는 걸 하겠다고 했다. 해상 풍력을 그런 규모로 집적해서 '단지'로 만들겠다는 세계 최초의 구상이었다.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나 기업도 하지 못한 구상이었다.

그 구상과 비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우리 조선산업의 경쟁력이다. 해상풍력은 수심 30~40미터 이내의 바다 해저면에 40~50미터 높이의 기둥을 박고, 그 위에 100미터가 넘는 타워를 설치한다. 그다음 역시 100미터가 넘는 터빈과 블레이드(바람개비)를 설치한다. 이런 바람개비를 수십 개를 설치하고 모두를 해저 케이블로 육지와 잇는다.

이 모든 일을 바람이 몹시 빠른 바다 위에 배를 띄우고 해야 한다. 배가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실제로 건설 비용 가운데 이 설치선 비용이 가장 많이 든다. 하루 빌리는 데 수십억 원이 든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너무 심해서 공사를 못해도 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조선산업에서 세계 1위였다. 한국의 조선 3사는 당시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이 경쟁력을 그대로 펼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대통령의 신년 연설문도 그렇게 쓰여 있었다.


대한민국은 지구촌에 녹색 성장의 비전을 제시하고, 녹색 성장의 선도 선도국이 되기 위한 우리의 실천은 올해에도 멈출 수 없습니다. 신재생 에너지 수출은 3년 만에 7배가 늘었고, 앞으로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 풍력을 제2의 조선 산업으로 키워나가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2011년 신년 특별 연설 (2011.1.3.)]

실제로 2012년 삼성중공업은 7메가와트급의,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풍력 터빈을 개발했다. 지금은 베스타스나 지멘스 가멘사 같은 기업들이 최고이지만, 당시에는 삼성 중공업이 최고였다. 삼성은 이를 위해 조 단위의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터빈을 제주 풍력단지에 설치하고 발전을 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우선 제주 주민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했다. 주민 수용성 벽에 부딪혔다. 군 작전성 검토도 걸림돌. 그렇게 몇 년을 지연하던 중, 조선업 불황이 왔다. 조선 3사가 모두 천문학적 손실을 보며 존폐의 기로에 섰다. 그리고 모두 해상풍력을 포기했다. 저 7메가와트급 터빈과 블레이드는 지금 스코틀랜드에서 딱 한 대 돌아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적극적이었다. 재생에너지 드라이브를 걸었고, 특히 해상풍력에 기대를 걸었다. 2020년 7월, 이명박 정부가 구상했던 세계 최초의 해상풍력 집적 단지(전북 부안) 위에 바지선을 띄우고 연설했을 정도다.

“정부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2030년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2030년에는 백 배 수준인 12기가와트(GW)까지 확대하는 3대 추진 방향을 세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한국판 뉴딜, 그린 에너지 현장- 바람이 분다’ (2020.7.17.)]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주민 수용성도 장벽이지만, 부처 간 이견도 넘기 어려웠다. 각 부처가 경제성, 환경성, 군 작전성 등의 이유로 표류했다. 공무원들은 각자의 책임 앞에서 자의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웠고,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할 실질적 기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민간 업자들은 일단 바람이 센 곳에 '측량기'를 꽂고 보았다. 일단 지구를 설정하고 바람의 풍속을 1~2년간 측정해 두면 그 땅에서 할 사업은 먼저 측량기를 설치한 업자의 것이었다. 허가 용량은 30기가와트를 넘어가고 있었다. 개발할 돈도 없으면서(해상풍력은 조 단위의 돈이 드는 거대 프로젝트다) 일단 허가부터 받고, 나중에 사업이 가시화되면 실제로 사업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프로젝트를 팔아버릴 심산으로 들어온 업자들이 넘쳤다.

그래서 허가는 30기가와트 넘게 나갔는데, 실제 설치 용량은 1%, 0.34기가와트에 불과한 기가 막힌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IEEFA의 그랜트 하우버는 "풍력 자원으로 보면 한국은 결코 나쁜 자리에 있지 않다"고 단언한다. "길을 가로막는 건 단 하나, 실행 체계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의 풍력은 만성적으로 지연됐고, 그 원인은 규제·정책·계획·실행 체계에 있습니다."

바람이나 의지가 없어서 못 한 것이 아니다. 제도가 없었다.

■ 2016년, 뒤늦게 시작한 대만은 속도를 설계했다

2016년 출범한 차이잉원의 민진당 정부는 해상풍력 육성에 나섰다. 핵심은 속도였다. 빠르게 굴러가게 만드는 제도를 설계했다.


순서가 달랐다. 한국은 사업자에게 땅부터 찾아오라고 한다. 사업자가 입지를 고르고, 주민을 설득하고, 국방부 등 부처를 일일이 상대한다. 인허가에만 5년, 8년이 걸린다. 대만은 반대로 했다. 정부가 먼저 발전할 장소를 정했다. 주민 수용성도 정부가 해결했다. 군사 문제 같은 부처 간 협의 사안은 별도 조직을 만들어 풀었다.

대만 행정원 에너지 판공실 부위원장(위에서 말한 '조율을 위해 별도로 만든 기구'다)을 지낸 린쯔루엔 타이완국립대 교수의 말은 그래서 무겁다. 정부는 규칙을 만들고, 장려 정책을 세우고, 시장 질서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사회 안의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할 책임도 진다. 가장 중요한 일인데 한국은 이 일을 사업자에게 떠넘겼다.

사업자는 모든 게 해결된 땅에서, 사업만 하면 됐다. 이렇게 작동하는 제도를 만들자, 해외 개발 사업자들이 대만으로 몰려왔다.

세계 최대의 해상풍력 개발사 오스테드의 아시아태평양 지사장 페어 마이너 크리스텐센의 말이 그렇다.

"대만처럼 성공한 나라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그들은 녹색 전환의 분명한 목표만 가진 게 아니었어요. 우리 오스테드 같은 개발사가 과감하게, 대규모로 투자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제도적 틀을 갖추고 있었죠."


마지막 퍼즐은 TSMC다. 대만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기업, 세계 최고 가치의 반도체 제조회사다. 이 회사는 조금 비싸더라도, 깨끗한 전기인 만큼, 20년 동안 다 사주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대만의 전력 직접 구매제도(CPPA)를 통해서다.

TSMC는 말 그대로 '닥치는 대로' 대만 내 재생에너지를 사들였다. RE100을 위해서인데, 그런 회사 입장을 주주총회장에서도 명백히 밝혔다. 대만 그린피스의 캠페이너 레나 장은 실제 주총장에서 재생에너지 계획을 물었다. 그러자 TSMC의 웨이저자 회장은 "재생에너지를 전면적으로 지원한다, 비용이 더 나가더라도 구매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는 모두 구매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TSMC는 지난해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2024년 말 현재 이미 4.4기가와트 용량의 재생에너지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용량 기준으로는 원전 4개 분량인 어마어마한 규모다.


구호만으로는 돈이 움직이지 않는다. 틀이 작동해야 움직인다. 대만은 그 틀을, 제도를 만들었고, 성공했다.

바람이 세서 성공한 게 아니다.

■ 대만은 10년 만에 이뤘고, 한국은 17년 동안 멈춰있었다

대만은 사실 해상풍력 공급망이 없다. 조선업도, 전력 산업도, 금융도 부족하다. 대만은 말 그대로 실리콘 아일랜드(반도체 섬)에 가깝다. 비교적 작은 경제 규모에 거의 전적으로 반도체 산업에 의존하는 국가다.

그런데도 한국을 앞섰다. 세계 최대 터빈을 만든 경험, 정상급 하부구조물 기술, 세계 1위 타워 기업, 세계 1위 조선 능력, 그리고 세계적 해상 케이블 기업... 조선업과 전력 산업과 금융을 다 갖춘 한국이 '먼저 구호를 외쳤는데도 불구하고' 가지 못하고 있을 때, 백지에서 시작한 대만이 추월했다.

한국이 못 한 이유는 자원도, 기술도, 산업 기반도 아니다. 모든 걸 갖고도 졌다면, 차이는 단 하나로 좁혀진다. 일을 굴러가게 만드는 제도. 입지를 정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속도를 당기는 정부의 역할. 대만은 그걸 했고, 한국은 안 했다.

제주대 김범석 교수는 "대만의 폭발적 성장은 인상적인 숫자지만, 정말 봐야 할 건 폭발 그 자체가 아니"라면서, "성장이 폭발하기 4~5년 전,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산업을 지원했는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 2030년 3기가, 2035년 10기가, 이후 매년 4기가

정부가 올해 발표한 해상풍력 청사진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2040년이 되기 전에 대만을 추월한다. 대만은 2035년까지 누적 15기가, 이후 1.5기가씩 더 건설하겠다는 목표니까.

마지막에 웃는 곳은 어디가 될까? 지금은 한국의 13배인 대만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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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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