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벌면 세금 23억 차이…연예인이 '1인 기획사'를 만드는 이유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먼센스] '납세의 의무'는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4대 의무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누구나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절세'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절세는 사회적으로도 권장되는 영역이다. 문제는 탈세다. 절세가 합법적으로 세 부담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면, 탈세는 불법적으로 조세 부담을 회피하는 행위다.

연예계에서는 또 다른 4대 의무인 국방의 의무만큼이나 납세의 의무도 중요하다. 병역 기피가 연예계 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듯, 탈세 역시 연예인에게는 큰 타격이 된다. 문제는 절세와 탈세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2026년 1월 배우 차은우가 탈세 의혹에 휘말리며 큰 화제가 됐다. 차은우가 입대 전인 2025년 봄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내용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차은우의 소속사인 판타지오와 별도로 차은우의 어머니가 설립한 1인 기획사가 존재했고, 해당 법인이 판타지오와 용역계약을 체결해 개인 소득을 법인 소득으로 이전하는 구조를 활용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1인 기획사'를 활용한 탈세 의혹이다.
스타 10여 명, 같은 구조 같은 논란
해당 1인 기획사의 주소지가 한때 차은우 가족이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천 강화도의 장어 요리 전문점이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추징 대상 세액이 200억 원대에 달한다는 내용까지 전해지며 파장은 더욱 확산됐다.
결국 차은우 측은 "국세청의 절차와 결과를 존중하며 더 이상의 혼란이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 세금을 모두 납부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부담액은 약 13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미 법인세로 납부한 금액 가운데 중복 과세된 부분이 조정되면서 최종 납부액이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차은우는 결국 130억 원을 탈세한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납세의 의무를 위반한 불법 행위가 되고, 군 전역 이후 연예계 복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논란에 휘말린 연예인은 비단 차은우 한 명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 이전에도 이하늬, 유준상, 조진웅, 이준기, 유연석, 박휘순, 박나래 등이 1인 기획사를 둘러싼 유사한 세금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차은우 논란 이후에도 김선호, 이이경, 이민기, 지창욱 등이 연이어 1인 기획사 관련 세무 이슈로 주목받았다. 결국 이는 특정 연예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연예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현상이라는 의미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연예인의 대표적인 세금 탈루 유형은 필요경비 부풀리기였다. 세금은 수익에서 필요경비를 제외한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필요경비가 늘어나면 세 부담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영수증을 중복 제출하거나 증빙서류 없이 비용을 계상하는 방식으로 세금 탈루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당시 송혜교, 강호동 등이 이러한 형태의 세금 논란에 휘말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연예계에서는 1인 기획사 설립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1인 기획사를 설립한 뒤, 세율이 높은 개인소득세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를 적용받으려는 목적이 크다.
법인세 26% vs 소득세 49%…숫자가 만든 유혹
연예계에 1인 기획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중반이다. 일반적으로 연예인과 소속사는 전속계약을 통해 수익을 일정 비율로 배분한다. 예를 들어 수익을 7대 3으로 나누고 관련 비용은 소속사가 부담하는 구조다. 통상적으로 톱스타일수록 연예인이 가져가는 비율이 높다.

반면 연예인이 직접 1인 기획사를 설립하면 외부 소속사와 수익을 나눌 필요가 없다. 소속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작품과 광고 등 일거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좋은 일거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좋은 소속사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 하지만 이미 톱스타 반열에 오른 연예인에게는 이러한 역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굳이 적극적으로 일을 찾지 않아도 다양한 출연 제안이 자연스럽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다만 초기의 1인 기획사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는 1인 기획사는 연예계 활동 지원에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고, 가족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가 쉽지 않다는 치명적인 문제점도 있었다.
최근의 1인 기획사 설립은 수익 배분보다는 세금 문제가 더 결정적인 목적인 경우가 많다. 개인소득세는 과세표준 10억 원 초과 구간에 최고세율 45%(지방소득세 포함 49.5%)가 적용된다. 반면 법인세는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구간에도 최고세율이 24%(지방세 포함 26.4%) 수준이다. 같은 100만 원의 소득이라도 개인은 약 49만50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법인은 약 26만4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연간 100억 원을 버는 톱스타라면 그 차이가 23억 원 이상에 달한다.
일반적인 구조는 이렇다. 연예인 A가 1인 기획사 B를 설립한 뒤 연예기획사 C와 전속계약을 체결한다. 연간 수입이 140억 원이고 수익 배분 비율이 7대 3이라고 가정하면, C사가 연예인 개인에게 직접 100억 원을 지급할 경우 개인소득세가 약 49억 원 발생한다. 반면 같은 금액이 B사로 지급되면 법인세는 약 23억 원 수준에 그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인 기획사인 B사가 실제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느냐다. B사가 일정 규모의 직원을 고용해 연예인의 활동을 지원하고, 홍보·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팬클럽 운영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 정상적인 법인세 적용이 가능하다.
반면 별다른 업무를 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고, 단지 개인소득세 대신 법인세를 적용받기 위한 우회로 역할만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세무조사를 통해 세금 탈루로 판단돼 추징을 당할 수 있다.
1인 기획사를 통한 세금 탈루 의혹이 제기된 연예인들의 사례도 대부분 이 지점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개인소득세 대신 법인세를 적용받게 해준 1인 기획사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소속사가 먼저 권했다"…연예계의 공공연한 비밀
한 중견 연예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1인 기획사를 활용한 절세가 연예계의 뜨거운 화두였다"며 "일부 연예기획사는 전속계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스타급 연예인들에게 이러한 절세 방안을 제안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1인 기획사를 활용해 온 상당수 연예인들은 자신들이 활용한 방식을 탈세가 아닌 합당한 절세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의혹에 휩싸인 연예인들은 "고의적인 탈세는 아니었다", "세법 해석의 차이일 뿐"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실 스타급 연예인이 1인 기획사를 설립해 연예 활동에 필요한 최상의 지원을 받으면서 세금 부담까지 줄이는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들 역시 비슷한 구조를 적극 활용한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식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1인 기획사가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전속계약을 체결한 소속사와 업무를 명확히 분담하고, 1인 기획사가 독립된 법인으로서 정당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연예인은 자신만을 위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면서도 합법적으로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물론 그만큼 1인 기획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비용 역시 스스로 온전히 부담해야 할 것이다.
취재 신민섭 기자(일요신문)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