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해발 6200m 밟은 휴머노이드 탄생…고지대 혹한 견디며 등반한 이유는?
휴머노이드로서는 사상 최고 높이 도달
혹한 견디는 시험…로봇용 방한복 착용
극한 환경서도 자연 훼손 감시 능력 확인
경사도 30도 이상에서 보행 불가는 한계
기술 개선 박차…에베레스트산 등정 계획


남미 안데스 산맥에 속한 에콰도르의 침보라소산. 최고봉 높이가 백두산(2744m)의 두 배가 넘는 6263m다. 정말 높은 산이다. 산 대부분에 새하얀 눈이 덮인 이곳에서 한 무리의 등반대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그런데 탐사대원 한 명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몸통과 머리, 팔다리가 있지만 사람이 아니다. 사람 같은 몸을 가진 로봇, ‘휴머노이드’다.
휴머노이드 이름은 ‘펨바’다. 역사상 가장 높은 곳에 발을 디딘 휴머노이드다.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가 개발한 키 1.3m짜리 휴머노이드 ‘G1’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지난 5일 이뤄진 펨바의 등정은 최근 인터넷에 공개됐다.
휴머노이드의 일반적인 개발 방향은 사람의 노동을 돕는 것이다. 주된 사용처는 공장이나 가정이다. 그런데 사람 자체를 찾아볼 수 없는 이런 산꼭대기에 휴머노이드가 등장한 이유는 뭘까.

고정식 카메라 한계 극복
그 이유를 알려면 휴머노이드가 낀 이 등반대를 주도한 인물의 면면을 살피는 것이 가장 빠르다. 미국 과학기술전문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인공은 프랑스인 엔지니어 파블로 베를랑가 보에마레다.
그는 야생 생물을 외부 위협에서 지키기 위한 감시 장비를 개발하는 국제 환경 단체 ‘지오로직 돔’의 창립자다. 세계자연기금(WWF)과 함께 콩고 분지와 아마존 우림에서 환경 보호 활동을 했다.
보에마레 엔지니어는 자신의 SNS에서 펨바의 등정을 소개하며 “현재 전 세계 환경 당국은 불법 벌채와 밀렵을 감시하고 자연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수많은 고정식 카메라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카메라가 찍은 영상은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장점이다. 도심에서 폐쇄회로(CC)TV를 보면 각종 사고가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드넓은 자연을 지키려고 수많은 고정식 카메라를 설치하는 일은 비효율적이다. 장비 구입 비용이 많이 들고, 험준한 자연 현장에 일일이 정비 인력을 보내 유지·보수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보에마레 엔지니어는 휴머노이드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휴머노이드는 몸에 촬영 장비와 센서, 인공지능(AI) 기기를 부착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수 있어서다. 휴머노이드 한 대가 고정식 카메라 수백~수천대를 대체할 수 있다.
실제로 펨바의 움직임은 고정식 카메라를 대신할 만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침보라소산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펨바는 혹한과 눈길을 뚫고 거뜬히 두 다리로 전진한다. 보폭을 좁힌 채 최대한 균형을 잡으며 움직인다. 평탄한 땅에서 시속 3㎞ 수준의 이동 속도를 보여준다. 바퀴가 아니라 다리가 달렸기 때문에 작은 장애물 정도는 뛰어넘을 수도 있다.
경사 보행 능력 개선은 과제
그런데 자연은 휴머노이드에 우호적이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추위다. 내부 전자 기기의 고장과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다. 아무리 열대라도 고지대에서는 극심한 추위가 닥친다. 지난 5일 펨바가 밟았던 침보라소산 정상이 그랬다. 기온이 영하 10도에 육박할 정도로 떨어졌다.
이런 추위를 견뎌야 자연 감시와 관리에 투입할 수 있다. 등반대는 침보라소산을 ‘테스트 베드’로 삼아 펨바가 혹한에 견디는지 확인한 것이다.
등반대는 펨바를 추위에 던져 놓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상체에는 점퍼를, 종아리에는 발 토시를 입혔다. 모두 방한용 특수 기기가 들어간 의복이었다. 전자기기와 배터리를 추위에서 지키려는 의도였다. 등반대는 침보라소산에서 펨바가 보인 기계적 반응을 정밀 분석해 추위에 대한 저항력을 더 올릴 예정이다.
과제는 또 있다. 펨바의 걷기 능력을 높이는 일이다. 이번 등반에서 펨바는 경사도가 30도 이하인 곳에서만 걸었다. 이보다 가파른 곳에서는 등반대원에게 업혀서 이동했다.
경사도 30도짜리 비탈은 스키장 최상급 코스보다 가파르다. 험한 산을 이동한다면 언제든 만날 만한 경사이기도 하다. 향후에는 펨바가 자신의 능력으로 경사를 기어오르고, 이 과정에서 몸통 균형을 더 세밀하게 잡는 기술이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보에마레 엔지니어는 “향후 펨바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8848m)에 오르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관절 성능, 지속적 이동을 위한 전기 저장 능력 등을 더욱 높일 방침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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