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최저임금 안 줘도 된다는 법, 고칠 때 됐어요"

송옥진 2026. 6. 1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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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의 노동]
20년 차 특수교사 권용덕씨 인터뷰
생산성 중심 노동 개념 바꾸고
다양한 장애인 일자리 개발돼야
편집자주
전문적이지 않은 직업이 있을까요? 평범하고도 특별한 우리 주변의 직장·일·노동. 그에 담긴 가치, 기쁨과 슬픔을 전합니다.
특수교사인 권용덕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인공지능고 특수학급 교실에서 장애인 일자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기존 노동의 개념이 장애인에게 같은 잣대로 적용되다 보니 최중증 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은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해 왔다"며 "다행히 최근 들어 장애인의 노동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권리로 인식되면서 이들을 위한 일자리도 많이 생겨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예진 기자

문서 파쇄하기, 텀블러 세척하기, 투명 페트병 라벨 떼기, 쇼핑백 손잡이 만들기, 물티슈로 청소하기, 화분에 물 주기.

20년 차 특수교사이자 고3 담임인 권용덕(44)씨가 소개하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다. 직업이라기보다는 단순 반복 작업에 가까워 보이는, 일반인에겐 다소 낯선 동사형 일자리다.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인공지능고에서 만난 권씨는 이런 다양한 장애인 일자리 개발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노동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이 반드시 높은 생산성과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생산중심적 노동 윤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특히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 노동은 단순히 돈을 버는 의미를 넘어, 성장과 자립의 기반이자 인간다운 삶을 위한 권리"라고 말했다.


"학교 다닐 때가 좋았어요"라는 말에 담긴 의미

특수교사인 권용덕씨 책상에 진로와 직업 지도서가 놓여 있다. 그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곧 사회로 나가는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함께 탐색하는 일이다. 졸업생들은 보통 취업을 하거나 대학에 진학한다. 둘 다 어려울 경우 보호 기관으로 가기도 한다. 강예진 기자

권씨는 2007년부터 서울에서 특수교사로 일해 왔다. 진로 지도가 주요 업무 중 하나인 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는 학생들의 졸업 이후 삶에 주목하게 됐다. "특수교사에게는 제자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졸업하면 학생들과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많거나, 간혹 연락을 이어가는 학생과 그 가족으로부터 "선생님, 학교 다닐 때가 제일 좋았어요"라는 말을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온 이들의 삶이 그만큼 척박하다는 얘기였다. 얼마 전엔 이런 문제의식을 담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성인이 되면 자립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선 경제활동이 필수적이지만 졸업 후 마주하는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권씨는 "취업을 하더라도 하루 4시간만 근무하며 월 100만~120만 원을 받거나, 최저임금 적용 예외 인가를 받은 사업장에서 월 30만 원만 받고 일하는 사례도 있다"며 "그 일마저도 없어서 못 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을 경우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예외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 증가와 이에 따른 장애인 일자리 위축 우려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실제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25년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취업자의 월평균 임금은 107만 원으로 올해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인 215만 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월급이 100만 원에 못 미치는 사례도 전체의 절반이 넘는 50.4%에 달했다.

특수교사 권용덕씨가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인공지능고 특수학급 교실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졸업 이후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해도 자립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 경우엔 어떻게 하냐'라는 질문에 "'아무리 해도 자립이 어려운 경우'라는 것도 편견"이라며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의 자립은 상대적 자립"이라며 "온전히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뜻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와 사람들의 지원을 받으며 주체적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강예진 기자

한 번 취업하면 끝? "지역사회, 지속적 지원해야"

지난해 어버이날, 권용덕씨 제자가 부모님을 위해 내린 커피. 강예진 기자

더디지만 희망적인 변화도 있다. 권씨는 "과거에는 기업이 기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장애인을 채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 자체를 먼저 개발하고 사람을 뽑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바람이 있다면 장애인 일자리가 보호작업장이나 장애인 표준사업장 등 특수한 환경만이 아니라 일반 사업장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그는 "학교에서는 통합교육을 강조하며 장애, 비장애 학생이 함께 생활하지만 취업하면 여전히 분리된 환경의 일자리가 많다"며 "모든 회사에 장애 당사자가 1명 이상 일할 수 있다면 장애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레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서울인공지능고 직업교육실에 특수학급 학생들의 그림이 붙어 있는 컵홀더가 놓여 있다. 강예진 기자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취업과 자립을 돕는 지역사회 차원의 지원 체계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특히 장애 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으로 접어드는 시기에 특수교사, 직업재활사, 사회복지사 등이 함께 지역사회 프로그램과 취업 정보를 연계하는 전환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졸업 후에도 학교와 같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참여할 공간과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서"다.

권씨는 "학생이 졸업해 성인이 됐다고 삶이 멈춰서는 안 된다"며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일자리를 잃는 순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과 가족이 많은데, 지역사회가 이런 실직이나 진로 변화에 대비해 상시 협의체를 운영하고 이를 법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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