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만 하고 출시 못했다”…잠자는 카드사 상표권 수두룩 

권이민수 기자 2026. 6. 14. 05: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캐릭터 출원 집중…사업화는 더뎌
[이미지=ChatGPT]

카드사들이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신규 상표권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실제 상품이나 서비스 출시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지식재산처 지식재산정보 검색서비스 키프리스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가 지난해 6월부터 이달까지 약 1년간 출원한 상표권은 총 511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별로는 삼성카드가 160개로 가장 많았고 현대카드는 109개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이어 롯데카드 69개, 우리카드 59개, KB국민카드 51개, 비씨카드 47개, 신한카드 14개, 하나카드 2개 순이었다. 

카드사들의 상표권 출원 내용을 보면 실제 출시된 상품보다 미래 사업 선점 성격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 비중이 전체의 45%를 차지할 만큼 상당히 높았다. 

롯데카드와 현대카드는 각각 67건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출원했고 KB국민카드 42건, 비씨카드 24건, 우리카드 17건, 신한카드 9건, 하나카드 2건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제도 정비와 시장 형성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서비스 출시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업계에서는 향후 사업 확대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성격의 출원으로 보고 있다.

상표권을 확보했지만 사업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현대카드는 '현대카드 MODE'와 '알파벳카드 BOLD' 관련 상표를 각각 4건과 6건 출원했지만 현재까지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는 출시되지 않았다. 

KB국민카드도 '조이패스' 3건과 '온더고(On the Go)' 6건의 상표권을 확보했지만 관련 상품은 아직 선보이지 않았다.

롯데카드의 'Check in JEJU(체크 인 제주)'와 'Check in BUSAN(체크 인 부산)', 비씨카드의 'TAEH(EH)'와 'ABC카드' 역시 상표 출원 이후 아직 별도 상품이나 서비스로 연결되지 못했다.

신사업 발굴보다는 브랜드 자산 보호에 초점을 맞춘 출원도 적지 않았다.

삼성카드는 모니모 캐릭터 관련 상표 119건과 모니모 로고 21건을 출원했고 우리카드도 캐릭터 관련 상표 32건을 확보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규 상품이나 서비스 명칭은 아이디어 선점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상표 출원을 진행하고 있다"며 "실제 사업 추진 시 상표권 문제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 검토 단계에서 미리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구체화되지 않은 상표들도 향후 사업 방향이 정해지면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의 상표권 확보 경쟁이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상표권 난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규제 불확실성과 수익성 리스크로 카드사들이 새로운 사업 추진에 신중해지면서 이름만 먼저 잡아두고 실제 사업은 미루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며 "상표권 확보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계 차원의 공동 인프라 구축과 브랜드 전략 마련, 디지털 신사업에 대한 별도 투자·평가 체계 등 거버넌스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상표권 확보가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신아일보] 권이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