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향한 '폭로'의 끝…김세의, 구속으로 막 내린 진실 공방

김태현 기자 2026. 6. 14.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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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이 사실처럼 퍼지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다. 그것이 조작으로 결론 나기까지는 1년이 넘게 걸렸다. 그 사이, 한 사람의 일상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무너져 있었다.

[우먼센스] 죽은 배우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 되살려 살아있는 배우의 삶을 1년 넘게 무너뜨린 사건.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대표가 끝내 구속됐다. 검증되지 않은 폭로가 어떻게 한 사람의 일상을 집어삼켰고, 수사는 어떻게 그 실체에 다다랐는지 짚어봤다.

사진=박정훈(이오이미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 김세의 가세연 대표는 카메라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구속영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의 범벅입니다. 기본적인 팩트 정리도 안 된 엉터리"라며 혐의를 하나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AI 조작 여부를 판정 불가로 결론냈다며, 영장을 신청한 경찰과 검사를 법왜곡죄로 고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취재진과 언쟁도 벌였다. 그러나 그날 밤, 결정은 그의 큰소리와 반대로 났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 1년 2개월 만이었다.

고인의 목소리로 시작된 1년의 공방

배우 김새론은 지난해 2월 세상을 떠났다. 데뷔 이후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였다. 고인을 둘러싼 충격이 채 가시기 전, 가세연이 폭로에 나섰다. 사망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3월, 가세연은 김새론의 사망 원인이 배우 김수현 측의 채무 변제 압박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수현이 미성년자였던 김새론과 장기간 교제했다는 주장도 함께였다. 유튜브 조회수는 빠르게 쌓였다.

곧이어 김세의 대표는 유족 측과 함께 1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사람의 연인 시절 사진이라며 자료를 공개했고, 김수현이 김새론이 중학교 3학년이던 시절부터 6년간 교제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 변호사는 김새론이 미성년자 시절 김수현과 주고받았다는 2016년 카톡 화면도 증거로 제시했다. 화면 속 대화는 연인 사이의 것으로 보였다. 김새론이 "촬영 금방 끝내고 오겠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내자, 상대방은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갔다 와요"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김수현이 볼에 뽀뽀하는 듯한 사진도 함께 공개됐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수현은 직접 카메라 앞에 섰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이었다. 의혹이 제기된 뒤 그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회견 내내 눈물을 쏟았다. 김새론과 1년여간 교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고인이 미성년자이던 시절에는 교제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저 한 사람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했고, "고인도 편히 잠들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뿐"이라며 세상을 떠난 김새론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사진=박정훈(이오이미지)

억울함을 토로하는 대목에서 김수현은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유족과 가세연 측이 조작된 증거로 자신에게 '소아성애자', '미성년자 그루밍' 같은 프레임을 씌우고 '살인자'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속사가 고인의 채무를 압박해 비극적 선택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며 그는 오열했다. 김수현 측은 진실을 알리겠다며 고소장을 접수했고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눈물의 호소로 반박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공방은 끝이 아니었다. 한 달여 뒤, 가세연은 더 강력해 보이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인의 목소리였다.

지난해 5월 2차 기자회견에서 가세연은 고인의 목소리가 담겼다는 녹취 파일을 꺼내들었다. 녹취 속 목소리는 "김수현 오빠랑 중학교 때부터 사귀었다"고 말했다. "처음 한 건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기자회견장은 카메라로 빼곡했다. 그날 밤, 수백 개의 기사가 쏟아졌다. 김수현 측은 즉각 반박했다. "공개된 녹취 파일은 AI 등을 통해 만들어진 완전한 위조"라는 것이었다.

구속까지 1년 2개월, 법원이 본 것

경찰 수사는 조용히, 그러나 길게 이어졌다. 수사팀은 녹취의 출처와 조작 여부, 관련자 진술, 카카오톡 화면 등을 차례로 들여다봤다. 1년이 넘는 기간 끝에 내린 결론은 'AI를 활용해 고인의 음성을 조작했다'는 것이었다. 김수현과 김새론의 카카오톡 대화 역시 조작됐다고 봤다. 경찰은 김 대표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허위영상물 반포 등),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협박, 강요미수,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폭로는 그만큼 후폭풍이 컸다. 애초 가세연 측에 녹취를 건넨 제보자부터 논란이 됐다. 제보자는 평소 "김수현의 사주를 받은 킬러에게 습격당했다", "사건 이후 배우 원빈이 직접 찾아와 위로해줬다"는 식의 주장을 반복해온 인물이었다. 그는 여러 곳에 각기 다른 버전의 김새론 관련 녹취 파일을 뿌렸으나, 파일마다 대화 흐름과 내용이 서로 맞지 않았다. 제보자는 현재 잠적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먼저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것은 흔하지 않다는 평가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통상 명예훼손은 불구속 수사를 한다"며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법원이 인식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증거 조작을 통해 허위 폭로를 한 사안인 데다, 사건 관련자가 여럿이라 증거인멸이나 '말 맞추기'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구속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속된 지 닷새 만에 김 대표는 법원에 구속이 적절한지 다시 판단해달라며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김 대표는 끝까지 "내가 구속되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되자 특정 세력이 기다렸다는 듯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김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다.

남은 쟁점들, 법정은 이제 시작이다

향후 김 대표가 법정에 설 경우 재판에서는 여러 쟁점이 정면으로 맞붙을 전망이다. 가장 주목되는 건 'AI 조작 여부의 입증'이다. 김 대표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해당 음성 진위 여부에 대해 '판정 불가' 판단을 내렸다는 점을 방패로 삼고 있다. 하지만 김수현 측은 "공식 감정 보고서가 공개되거나 내용이 확인된 사실은 없다"며 "수사기관과 법원은 기술 감정뿐 아니라 입수 경위, 진술의 신뢰성, 객관적 증거를 종합해 판단한다. 기술적 판정 불가가 곧 진짜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이 해당 음성을 '허위'라고 판단한 것에 더해 제보자의 행적, 파일 간 모순 등을 정황 증거로 조작을 입증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박정훈(이오이미지)

다음은 '명예훼손 혐의 적용 범위'다. 수사기관은 사망한 사람의 음성을 사후에 조작, 배포해 김수현의 명예를 훼손했기에 해당 혐의에 해당한다고 본다. 다만 실제 인물이 사망한 뒤 해당 인물의 목소리를 조작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 자체가 이례적이라 법원의 판단에 따라 향후 유사 사건의 기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던 유족 측 변호사와의 공모 관계도 관심이 쏠린다. 김수현 측은 그를 고소하지 않았지만, 김 대표가 공개한 영장청구서에는 해당 변호사가 피의자로 적시돼 있는 상태였다. 법조계에선 수사 과정에서 추가 관여 정황이 드러난다면 변호사도 공범으로 입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가 구속 송치되자 김수현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입장문을 내고 "긴 시간 응원해준 팬들과 진실을 밝혀준 수사·사법기관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또 김 대표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김수현 측은 이미 김 대표 측에 12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손해배상 액수를 300억 원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수현 측 법률대리인은 "김세의 씨가 출소 후 같은 일을 반복하지 못하도록 경제적 기반 자체를 무너뜨리고 일벌백계의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조작의 최종 입증, 선례 없는 성폭력처벌법의 적용 범위, 공모 관계의 실체까지 가볍지 않은 쟁점들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향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검증을 건너뛴 폭로 하나가 한 사람의 일상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이 사건이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점이다. 의혹이 사실처럼 퍼지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지만, 수사기관이 조작으로 결론 내리기까지는 1년이 넘게 걸렸다.

CREDIT INFO

권준혁 법조전문기자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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