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비주류 브랜드 흰색 축구화 신고 체코 씹어먹은 황인범[체코전]



[과달라하라(멕시코)=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핑크 축구화가 대세를 이룬 '핑크월드컵'에서 반짝 빛난 건 태극전사 중 유일하게 흰색 축구화를 신은 황인범(30·페예노르트)이었다.
'중원 사령관' 황인범은 12일(이하 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한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는 원맨쇼를 펼치며 2대1 승리를 안겼다.
중원에서 백승호(버밍엄시티)와 짝을 이룬 황인범은 후반 14분 롱 스로인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튼)에게 선제실점해 팀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22분 천금같은 동점골을 뽑았다.
상대 왼쪽 하프 스페이스 지역에서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침투패스를 받은 황인범은 감각적인 방향 전환으로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온 상대 골키퍼 마체이 코바르시(에인트호번)와 수비수 다비드 유라세크(슬라비아 프라하)를 동시에 따돌렸다. 그러고는 빈 골문을 향한 로빙슛으로 그림같은 명장면을 연출했다. 일부팬은 벌써 '북중미월드컵 최고의 골'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2023년 카타르아시안컵 이후 2년 5개월만에 A매치 득점이자 월드컵 데뷔골을 맛본 황인범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난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이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선수다. 공간이 있어서 침투를 했고, 강인이가 워낙 좋은 패스를 넣어줬다. (슈팅)각도가 없었다. 한 번에 때리기엔 상대 골키퍼 신장이 크다 보니 공간을 만들어보려고 접었는데 다행히 상대 수비와 골키퍼가 그 동작에 속았다. 내가 월드컵이란 무대에서 득점할 수 있다는 게 스스로 믿기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자랑스러웠던 순간이었다"라고 득점 순간을 돌아봤다.
13일 회복훈련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 공식방송(KFA TV)을 통해 "골키퍼와 일대일 맞이한 적이 거의 없어서 당황했다. 저도 모르게 (칩샷이)나왔다. (손)흥민이형 (이)강인이 (황)희찬이 (조)규성이 (오)현규 등 골 잘 넣는 선수들을 보고 배우니까 저도 모르게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황인범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반 35분, 상대 진영 우측 깊숙한 곳으로 침투한 황인범은 백승호의 공간패스를 건네받아 빠르게 문전으로 침투하는 오현규(베식타시)에게 크로스를 찔렀다. 오현규는 낮게 깔린 패스를 왼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황인범의 성실한 움직임과 공격수의 움직임을 읽은 정확한 킥이 빚어낸 장면이었다. 홍명보호의 약속된 플레이이기도 하다.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사전 캠프지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거의 흡사한 과정으로 골을 만들었다. 김진규(전북)가 빈 공간으로 찔러준 패스를 김문환(대전)이 잡아 오른발 크로스를 보냈다. 손흥민(LA FC)이 체코전 오현규의 위치에서 A매치 55호골을 뽑았다.
오현규는 "(황)인범이형이 다 만들어줬다. 패스가 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며 "연습 때 (양)현준이가 오른쪽에서 올리는 크로스 받다가 (실전에서)인범이형 크로스 받으니까…그건 골이다"라며 웃었다.

홍명보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장기부상 후 아직 90분을 소화할 몸상태가 아닌 황인범을 후반 15분쯤 교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황인범은 더 뛸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고, 결국 동점골과 역전골을 빚어냈다. 한국은 2010년 이후 16년만에 월드컵 첫 경기 첫 승을 안았다.
경기 후 황인범의 축구화도 축구팬과 SNS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황인범은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삼대장'으로 불리는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가 아닌 미즈노를 신는 대표적인 선수다. 이번에 소집된 한국 선수 중 유일하다. 주요 브랜드의 월드컵 마케팅 차원에서 손흥민(LA FC) 이강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대부분이 핑크 계통의 축구화를 신는 것과 달리 유일하게 흰색을 신었다. '큰일'은 흰색 축구화가 했다.
과달라하라(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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