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 해체” vs 이란 “핵협상은 나중”…종전 MOU 곳곳 엇갈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6. 6. 1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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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AFP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핵 문제와 경제적 보상, 호르무즈 해협 운영, 서명 방식 등을 둘러싼 양측 설명은 곳곳에서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이번 MOU는 휴전 연장과 후속 협상 개시를 규정짓는 사실상 정치적 선언문 성격에 불과해, 실질적인 핵 프로그램 처리와 제재 완화 등 핵심 현안 상당수를 향후 60일간의 기술 협상으로 넘겨놓은 상태다. 그러나 정작 양측은 그 후속 협상의 출발점이 될 주요 쟁점들에 대해서도 상반된 설명을 내놓고 있다.

◇“핵 프로그램 해체” vs “핵 협상은 다음 단계”

미국은 MOU 자체에 핵 프로그램 해체 약속이 포함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12일 언론 브리핑에서 MOU가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해체로 이어진다”며 “핵 프로그램 해체, 핵시설 해체에 대한 약속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란은 무기한으로 핵무기를 획득 또는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란은 종전 합의와 핵 협상을 분리해 설명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같은 날 이란 국영TV 대담 프로그램에서 “미국과의 핵 협상은 향후 다음 단계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제안된 잠정 합의안이 이행되지 않는 한 (핵 협상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13일 이란 국영 IRIB 방송에 출연해 “현재 논의 중인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는 전쟁 종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현 단계에서는 핵 문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핵물질 반출” vs “이란 내 희석”

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을 둘러싼 설명도 다르다. 미국 당국자는 MOU에 대해 “협정에 이 물질이 현장에서 파괴돼 국외로 반출되는 것으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또 양측이 MOU에 서명하면 “농축 핵 물질을 어떻게 파괴하고 반출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위해 60일간 기술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아라그치 장관은 “자국이 보유한 농축우라늄을 처리할 유일한 방법은 이란 내에서 희석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의무 이행 뒤 보상” vs “서명 직후 동결자금”

경제적 보상을 둘러싼 설명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당국자는 “이란은 합의에 따른 의무를 이행했을 때 경제적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며 “MOU 서명이나 협상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약속대로 핵 물질을 넘기면, 그들은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라며 이번 합의를 “성과 기반 합의”라고 규정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이란은 현금을 전혀 받지 않으며, 그저 합의에 서명하거나 회의에 참석한다고 해서 자금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란 메흐르 통신은 MOU에 “금융자산에 대한 이란의 완전한 접근 보장”과 제재 유예 조항 등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가짜뉴스에 흘린 조건들은 서면으로 합의된 조건들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호르무즈 정상화” vs “통행료 부과”

호르무즈 해협 운영 방식을 놓고도 입장 차가 드러난다. 미국 당국자는 MOU에 “서명 즉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된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미국은 이에 맞춰 대이란 해상 봉쇄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반면 아라그치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 문제는 전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해협의 주권은 이란과 오만에 속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해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유럽 서명식” vs “원격 서명”

서명 방식과 시점을 놓고도 양측 설명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MOU 서명식이 “이번 주말이나 월요일(15일)”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고,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앞으로 며칠 내로 이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 측에서는 JD 밴스 부통령이 참석하는 유럽 서명식 가능성이 거론됐고, 스위스 제네바가 유력 후보지로 보도됐다.

반면 아라그치 장관은 “서명은 디지털 방식으로, 원격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바가이 대변인도 “14일은 아니지만, 며칠 내로 서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종전 MOU 체결이 임박했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주요 조항을 둘러싼 설명은 여전히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 최종 문안 공개 전까지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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