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광주·전남 5·18 사적지 60곳 … 국가사적은 ‘0’

광주일보 2026. 6. 1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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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통합 다시 하나되는 5월] <3> 사적지 관리체계 일원화해야
광주·전남 각각 30곳 지정
표지석·관리체계도 제각각
이원화 관리 시스템 한계 노출
통합 관리체계 구축 목소리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에 맞춰 이원화돼 온 사적지 관리체계를 일원화하고 5·18 항쟁 현장의 국가사적 지정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80년 5월 광주·전남 항쟁의 무대가 됐던 5·18 사적지가 광주시 30곳·전남도 30곳 등 모두 60곳에 이르지만, 정작 국가가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지정한 국가사적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에서다.

11일 광주일보가 광주시·전남도 5·18 사적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광주시는 1998년 1월 전남대 정문·금남로·옛 전남도청 등 24개소를 일괄 지정한 뒤 남동성당·505보안부대 옛터·들불야학 옛터·전일빌딩·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광주송정역 광장 등 6곳을 추가해 30곳을 운영하고 있다.

전남도는 2020년 5월 목포·나주·화순·강진·해남·영암·무안 등 25개소을 일괄 지정한 뒤 2022년 5개소를 지정하고 한곳을 철회했으며 장흥읍 행정복지센터 등 1개소를 더해 30곳에 이른다.

광주가 사적지 지정을 시작한 1998년과 전남도가 출발한 2020년 사이에는 22년의 시간 차가 놓여 있다.

지정 시점 격차는 관리 방식과 시설물까지 갈라놓았다.

광주시 사적지는 1999년 12월 일괄 설치된 통일 표지석을, 전남도는 2020년부터 광주와 다른 원형 표지석을 설치하고 있어 같은 5·18 사적지를 찾는 시민이 두 가지 표지석을 마주하게 된다.

안내문 표기 방식과 분량, 영문 번역 수준도 시·도별로 제각각이다.

전남도 사적지 30곳 가운데 목포 2곳·나주 2곳·영암 4곳·장흥 1곳 등 9곳은 문화재구역 현상 변경 불가, 사유지 협의 지연, 예산 미편성 등으로 원형표지석 등 정비를 완료하지 못했다.

양 지자체의 재정 여건과 행정력에 따라 보존 상태가 천차만별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훼손의 위기에 노출된 실정이다.

현재 광주시는 옛 전남도청, 5·18민주광장, 국군광주병원 등 30곳을 사적지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전담 부서인 5·18선양과를 두고 옛 광주적십자병원 매입 등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원형 보존과 정비에 나서고 있다.

반면 전남도는 2020년부터 목포역, 나주 금성파출소 예비군 무기고, 화순 너릿재 등 도내 각지에 산재한 30개 사적지를 포함한 74개 5·18 시설물을 관리 중이다.

그러나 이렇게 쪼개진 이원화 관리 시스템은 명백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광주시는 직접 예산과 전담 인력을 투입해 사적지를 관리하지만, 전남도는 각 시군에 관리를 일임한 채 도비 50%, 시군비 50%를 매칭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남 지역 사적지 관리는 낡은 표지석을 교체하거나 주변 잡초를 제거하는 단순 환경 정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광주와 전남을 아우르는 통일된 역사 스토리텔링이나, 두 지역의 사적지를 연결하는 광역 관람 코스 개발은 아예 시도조차 하기 힘든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더욱 뼈아픈 사실은, 수많은 5·18 사적지 가운데 단 한 곳도 정부가 지정한 ‘국가사적’이 없다는 점이다.

5·18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매년 5월 정부 주관으로 성대한 국가기념식이 열린다.

관련 기록물 역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당당히 등재되며 세계사적 가치를 입증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항쟁의 공간들은 국가의 법적 보호망 밖에 방치되어 있다.

5·18 사적지는 전적으로 광주시와 전남도의 개별 ‘조례’에만 의존해 유지된다.

조례는 상위법에 비해 법적 구속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사유지에 위치한 사적지는 소유주가 임의로 건물을 철거하거나 훼손하더라도 이를 강제로 막아낼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실제로 나주 예비군 무기고 등 전남과 광주 곳곳의 주요 사적지들은 사유지에 포함돼 있어 늘 철거 위험에 처해 있다.

결국 이 꼬인 매듭을 풀 해답은 광주·전남 행정 통합을 통한 사적지 관리 일원화와 국가사적 지정 공동 추진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광주와 전남이 개별적으로 파편화된 표지석을 세우고 관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 지자체의 강력한 행정력과 하나 된 목소리를 바탕으로 ‘광주·전남 5·18 민주항쟁길’ 전체 구역을 묶어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건의해 개별 지자체의 조례가 아닌 국가가 직접 보호하는 국가사적으로 승격시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광주·전남 행정 통합을 통한 사적지 관리 일원화와 국가사적 지정 공동 추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광주와 전남이 개별적으로 파편화된 표지석을 세우고 관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통합 지자체의 강력한 행정력과 하나 된 목소리를 바탕으로 ‘광주·전남 5·18 민주항쟁길’ 전체 구역을 묶어내야 한다. 5·18 사적지의 통합 관리와 국가사적 승격 공동 추진을 바탕으로 역사적 자존심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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