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전 승리로 싸늘한 여론을 단숨에 뒤집을 순 없지만, 홍명보 감독은 12년 전과는 분명히 다름을 증명하고 있다 [과달라하라 IN SEGYE]
[과달라하라=남정훈 기자]이제 첫 경기를 치렀을 뿐이긴 하다. 체코전 승리로 선임 과정에서의 불공정 논란 등으로 인한 싸늘한 여론이 단번에 뒤집히는 건 아니다. 다만 분명한 건 체코전 승리는 홍명보 감독이 숱한 비판 속에서도 밀어붙인 스리백 전술과 고지대 적응을 위한 철저한 준비, 경기 내에서의 과감한 결단 등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A조 최강이라 평가받는 멕시코를 상대로도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다면 등돌린 팬심과 여론을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종일관 체코를 압도하다 후반 14분 롱 스로인에 이은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에게 헤더로 일격을 맞으며 패색이 짙어지는 듯 했지만, 홍명보호의 저력은 패배를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안정된 탈압박과 패스로 공격을 이끌던 이강인의 침투 패스를 받은 황인범이 후반 22분 상대 골키퍼와 수비를 제치는 환상적인 접기에 이은 센스있는 칩샷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선수 시절에도 1990 이탈리아에서 처음 월드컵 무대에 섰다가 12년 뒤인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첫 승을 신고했던 홍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월드컵 첫 승이 12년이 걸렸다. 2014 브라질에서 사령탑으로 월드컵 무대에 섰던 홍 감독은 1무2패로 조별리그를 탈락하며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12년 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를 맡아 축구 행정가로, K리그 울산 HD 감도독을 맡아 2연패를 달성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수련의 시간을 보낸 홍 감독은 마침내 감독으로서 월드컵 첫 승을 일궈내는 데 성공했다. 이를 의식한 듯 홍 감독은 “선수 때도, 감독 때도 12년 만에 첫 승을 했네요”라며 감회에 젖었다.


2014 브라질에서의 처절한 실패는 2026 북중미에서의 첫 승의 밑거름이 됐다. ‘쓸놈쓸’(쓰는 놈만 계속 쓴다), ‘의리 축구’라는 말들이 나올 정도로 자신이 이미 써봤던 선수들만 고집했다가 실패했던 2014 브라질 때와는 달리 2024년 다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이후엔 많은 선수들을 선발해 등용했다. 오현규(베식타시), 엄지성(스완지시티), 배준호(스토크시티) 등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한 게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이번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는 선수단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2014 브라질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게 황열병 주사를 늦게 맞는 바람에 컨디션 관리에 실패했던 것이었다. 이번 북중미를 앞두고는 해발 1500m대에 달하는 과달라하라의 고지대 적응을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가며 대책을 세웠다. 과달라하라 입성에 앞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캠프를 차리고 보름 넘게 고지대 적응 훈련을 했다. 체코전 승리 후 선수들도 입을 모아 “사전 캠프에서의 고지대 적응 훈련이 이날 경기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체코전 역전승의 ‘백미’는 손흥민을 오현규로 교체한 것이었다. 교체 시점까지 슈팅 6개뿐만 아니라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 등 득점만 못 올렸을 뿐 괜찮은 움직임을 보여줬던 손흥민이었다. 게다가 손흥민은 주장이자 한국 축구의 상징인 선수다. 막내로 출전했던 2014 브라질 이후엔 항상 월드컵 무대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던 선수였지만, 홍 감독은 손흥민 교체를 통해 공격진의 활력을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방향을 택했다. 오현규는 홍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역전골을 터뜨렸다. 용병술 100% 적중의 순간이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준비된(교체) 카드였다. 본인이 아주 많은 노력을 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제 홍명보호는 19일 오전 10시에 개최국인 멕시코를 상대한다. 에스타디오 아크론을 가득 채울 멕시코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등 홈 어드밴티지를 듬뿍 누리며 뛸 멕시코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멕시코를 꺾어내고 조 1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 아직 긴가민가한 홍 감독에 대한 평가와 여론은 180도 뒤집어질 수 있다.

과달라하라=남정훈 기자 che@segye.com [현장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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