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언니들’ 돈 뜯어낸 사기범…보완수사권 민생범죄 막판 뒤집기 사라질라 [세상&]

양근혁 2026. 6. 1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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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청 검사 보완수사권 존폐 여부 국회로 공 넘긴 李대통령
강경파 주장 따라 당론 정한 與…법조계에선 수사공백 우려
10건 중 4건 이상 보완수사 실시…‘사건 핑퐁’ 심화 전망도
사기죄 처벌 7회…‘동네 언니들’ 뜯어낸 60대 여성 불송치
코인투자 사기 일당…두 차례 보완수사 요구·檢직접 수사로 기소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6·3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이 마무리짓기로 했던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를 본격적으로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핵심쟁점인 보완수사권 존폐 여부의 공을 국회로 넘겼다. 강경파 의원들의 주장에 따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월 당론으로 정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에 힘이 실린 모양새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로 설치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체제에서 공소청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법조계에서는 일반 시민이 피해자인 민생범죄 사건이 암장되거나 수사·처분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듭 나오고 있다.

13일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과 4월 일선 검찰청 12곳이 처분한 총 5만5174건의 송치사건 중 2만5152건에서 보완수사가 진행됐다. 보완수사 실시율이 45.59%에 달한 것이다. 3월에는 2만6426건 중 1만2422건(47.01%), 4월에는 2만8748건 중 1만2730건(44.28%)의 송치사건이 보완수사가 진행된 뒤 처분됐다. 해당 통계는 6개 고검 산하 일선청 중 지난해 송치사건 처리 건수가 많은 곳들을 대상으로 집계됐다. 통계에 반영된 사건은 ▷경찰 및 특사경 송치사건 ▷불송치 후 이의신청 송치사건 ▷불송치 후 검사 재수사요청에 따른 재수사 이후 송치사건 등이다.

이처럼 일선 수사 과정에서 보완수사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법조계 전반은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의 수사 공백을 우려한다. 한 현직 검사는 헤럴드경제에 “사건 수사를 한 당사자가 자신의 수사 결과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이를 뒤집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라며 “1차 수사과정에서 잘못 적용된 혐의를 검사가 변경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형사 사건에 정통한 한 변호사도 “(보완수사권 폐지는) 경찰 수사에 대한 채점 기능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현재도 검찰에서 경찰에 재수사 요청을 하면 그대로 뭉개지거나 수사 결과에 변화가 없는 상태로 검찰로 보내지는 사건이 많은데, 이를 교정할 여지가 사라진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 강경파의 주장에 따라 직접 보완수사에 나설 수 없는 공소청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만을 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수사권 조정 이후 나타난 현상인 이른바 ‘사건 핑퐁’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도 지난 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수사권 조정 이후 실무에서는 수사기관의 부실수사와 수사지연이 이미 일상화되고 있고 여기에 더해 기관 간 사건의 순환·표류, 이른바 사건 핑퐁 문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검사의 보완수사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기존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구조적으로 심화·고착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이상섭 기자

특히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뒤 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송치되는 사건 등의 경우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에는 더욱 규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뒤집고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거친 끝에 기소 처분을 내리는 사례는 주요 정치인이나 기업에 대한 수사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주목받는 사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인 간 사기 등 일상에서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민생범죄 사건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기죄 처벌 7회…‘동네 언니들’ 상습적으로 뜯어낸 60대 여성 불송치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주지검 형사2부(부장 이경석)는 지난달 29일 60대 여성 A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여성은 2019년부터 2024년 초까지 외상대금을 지급할 능력과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한 지인으로부터 약 2500만원 상당의 해산물을, 2023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또 다른 지인에게는 차용금 명목의 현금 24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은 2024년 10월 피해자(지인)들이 각각 A씨를 고소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해 1월 두 명의 피해자가 고소한 사건 전부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고소인들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은 검찰로 넘어왔고,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거쳐 A씨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당초 경찰은 A씨의 변제능력이 인정되고 피해자들에 대한 기망행위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었지만, 검찰은 직접 조사를 통해 A씨가 2015년부터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고 사실상 수입이 없어 차용금으로 생활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A씨가 앞서 사기 혐의로 처벌된 전력이 6회가 있었고, 불송치로 종결된 사건이 7건이 있었다는 점 등을 토대로 유사한 수법으로 이른바 ‘동네 언니들’에게서 금품을 편취해왔다는 점을 밝혀냈다.

조직적 코인투자 사기 일당…두 차례 보완수사 요구·檢직접 수사로 잡았다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2부(부장 신영삼)는 사기,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3명을 이달 2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9년 5월 중순부터 같은 해 6월 초까지 자신들이 개발한 코인과 관련해 ‘의료시설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코인 사업을 하고 있고, 병원과 협약을 맺어 투자하면 원금 손실 없이 무조건 수익이 난다’, ‘인도네시아 광산과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원금과 수익금은 보장할 수 있다’는 등 거짓말로 피해자들로부터 57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 역시 경찰이 2024년 10월 불송치한 뒤 피해자의 이의신청으로 검찰이 다루게 됐던 건이다. 검찰은 경찰에 총 두 차례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직접 수사까지 진행한 끝에 이들을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

보완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세 사람이 코인 상장 예정이라고 주장하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출금 중단 사실을 확인했는데, 세금 미납과 대여금 미회수 등 자금난에 따른 조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또한 이들 일당이 협약을 맺었다고 주장한 병원들을 각각 조사해 투자 권유를 하며 거짓말을 했다는 정황을 파악했고, 피해자들에게 고소취하를 종용했던 내용의 녹취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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