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씻어도 소용없다…텀블러 속 부품 ‘수명 1년’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텀블러 역시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보온·보냉 기능이 떨어지거나 내부 코팅이 손상되면 위생과 안전 측면에서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라이프스타일 매체는 최근 “매일 사용하는 보온병·텀블러도 수명이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텀블러 속 고무 패킹은 일반적으로 1년 안팎마다 교체가 권장된다. 반복적인 세척과 건조 과정에서 탄성이 떨어지고 미세 균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 보온병 제조사들은 대부분 교체용 패킹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본체 수명도 그리 길지 않다. 매일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진공 보온병의 경우 일반적으로 2~3년 정도가 교체 시점으로 거론된다. 사용 환경에 따라 더 오래 사용할 수도 있지만, 보온·보냉 성능 저하와 위생 상태를 고려하면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도 진공 단열 구조는 영구적이지 않다. 미국 에너지부는 진공 단열 용기의 핵심 원리가 내부와 외부 사이의 열 전달을 차단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강한 충격을 받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진공층이 훼손될 경우 단열 성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영국 소비자안전기관인 영국 무역표준협회는 스테인리스 보온병이 찌그러지거나 충격을 받은 뒤 갑자기 보온 성능이 저하될 경우 내부 구조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이 꼽는 대표적인 교체 신호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보온·보냉 기능 저하다. 뜨거운 음료를 넣었는데 외부 표면까지 뜨거워지거나, 차가운 물이 금세 미지근해진다면 진공 구조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내부 녹과 깊은 흠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식품용 금속 용기의 깊은 스크래치나 손상 부위가 세균 번식의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스테인리스 표면이 손상되면 세척이 어려워지고 오염물질이 남기 쉬워진다.
세 번째는 뚜껑이나 결합부 이상이다. 패킹을 교체했는데도 물이 새거나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다면 플라스틱 부품 자체가 변형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보온 성능뿐 아니라 위생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무심코 하는 관리 습관도 수명을 단축시킨다. 대표적인 것이 철 수세미 사용이다. 강한 연마재는 내부 코팅층을 벗겨내 녹 발생 위험을 높인다. 식기세척기 사용도 주의가 필요하다. 제조사가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제품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면 고온 건조 과정에서 뚜껑이나 패킹이 변형될 수 있다.
짠 음식이나 음식 국물을 담는 것도 일반 보온병에는 적합하지 않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염분이 높은 식품이 금속 표면의 부식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일부 보온병 제조사들이 국물용 전용 제품을 별도로 판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소비자가 텀블러를 반영구적 제품으로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모품에 가깝다”고 말한다. 겉모습이 멀쩡하다고 해서 기능까지 정상인 것은 아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물과 음료를 장시간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만큼, 보온·보냉 성능과 내부 상태를 한 번쯤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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