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시론] ‘올공’ 청년들을 응원한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2026. 6. 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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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발(發) 기괴한 행태들은 우리 사회가 어느 단계에 막혀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지점을 드러낸 듯하다. 지난 40년간 우리 정치권은 철 지난 좌우 내지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 전쟁에 몰두해 왔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 체제는 무서운 혁신을 거듭하면서 21세기 들어 전혀 새로운 차원에 진입했다.

돌이켜보면 이 글로벌 경제 체제와 만나는 과정에서 우리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IMF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이 고통을 잘 극복하면서 우리의 경제 체질도 크게 바뀌었다. 2008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우리는 다시 한번 경제의 근간이 휘청거리는 충격을 받아야 했다. IMF 때는 글로벌 기업을 제외한 토착 산업이 몰락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금융자본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면서 빈부 격차가 더욱 극단화됐다.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6월6일 개표소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두 위기를 거치면서 좌건 우건 우리 정치권은 본질에 대한 정직한 대결은 외면한 채 오직 표 따먹기에만 에너지를 쏟았다. 당연히 일반 국민의 경제적 상황은 계속 악화됐고,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문제는 어느 쪽도 실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총체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 때 20·30대였던 이들은 그나마 일자리나 내 집 마련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40·50대가 돼서도 '콘크리트 민주당 지지'를 형성하고 있는 이유라 할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 지금의 20·30대가 자리한다. 그동안 기성 정치권은 이들을 '다루기 힘든 골칫거리' 정도로만 인식하고 진심 어린 접근을 하지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요즘 20·30대는 수구 꼴통이야"라는 생각만으로 물끄러미 지켜봤을 뿐이다. 국민의힘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관찰자 입장에서 지난 총선의 공천 과정을 보면 그나마 더불어민주당이 위태롭게 보일 만큼 다음 세대를 다양하게 유입했다. 물론 40·50대였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애초부터 혁신과 미래 세대 육성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이번 지방선거 투표가 진행되기 전까지 필자도 20·30대 청년 세대가 이처럼 민주당을 혐오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이들이 광장으로 몰려 나왔다. '올림픽공원 청년'의 탄생이다. 오직 '재선거' 하나만을 외치는 이들의 흐름이 어떻게 승화될지는 속단할 수 없다. 다만 초기의 순수함을 잘 유지한 채 기성세대와 충분한 토론과 교감을 거쳐 생산적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랄 뿐이다. 여기에 극단적 주장을 하는 자들이 섞여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차분히 살펴보면 이들은 분명 X세대, 밀레니엄 세대와도 다르다. 오히려 정치적으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기상천외한 불의와 내로남불에 조용히 분노를 품어온 세대다. 그런데 이들은 누구보다 SNS나 AI와 가깝다. 이들의 정보력을 윗세대들은 감히 따라잡을 수 없다. 이들은 단순히 정보 공유 정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순식간에 공유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특별한 주동자도 없이 순식간에 수만 명을 모아내는 저들의 힘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흥분하지 않았고 신중했다. 그 결과가 바로 '재선거' 구호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이 또한 몇몇 주동자가 모여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SNS를 통해 이뤄졌고, 무엇보다 그 방식이 민주적이었다. 이는 동원에 기반한 대중 집회에 익숙한 구세대에게는 매우 낯설지만 그러나 동시에 전혀 새로운 세대가 가장 지혜로운 방식으로 구정치 스타일에 매질을 가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소 흥분되는 점이 있다. 아무쪼록 좋은 결과를 맺기를 응원할 뿐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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