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플레이어’가 돼야 국익 지킨다 [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핵잠 도입·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
美의 ‘전략 파트너’ 재규정 기회
“美中 사이 모호성 명확한 기준을”

한미동맹이 우리 안보의 기둥임은 분명하지만, 동맹의 경제적 구조를 찬찬히 뜯어보면 사실상 일방통행에 가깝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만 해도 한국은 올해 1조5,192억 원을 지출하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기능·역할을 대중국 견제로 이동시키겠다면서도 연간 100억 달러(약 15조 원)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산 첨단무기를 사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위협인데, 북한 핵은 미국의 동아시아 무기 판매를 지속시키는 구조적 기제이기도 하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미국 방산 기업들의 동아시아 시장은 축소가 불가피하다. 한국은 북한의 위협이 유지되어야 (방산 기업들을 포함한) 미국이 이득을 보는 구조 안에서 그 위협에 맞서기 위해 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정부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 추진은 이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군사력 증강을 넘어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억지력을 갖추는 ‘전략적 자율성’ 확보라는 점에서다. 다만 미국이 긍정적으로 호응할지는 불분명하다. 어떤 식으로든 중국을 겨냥한 ‘단검’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자체 억지력을 갖춘 동맹이 무기 구매에 소극적일 거란 점도 염두에 둘 수 있다.
최근 한중관계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방중 당시 “한중관계 전면 복원”을 선언했다. 경제와 외교안보 측면에서 악화된 한중관계를 복원하고 개선하는 건 우리 입장에서 필수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며 관계 개선의 핵심이 미국 주도 동맹체제 내 한국의 역할 제한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우리가 처한 딜레마의 단면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할수록 안팎에서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한미 공조 강화를 중국이 자국에 대한 견제로 인식할 경우 중국과의 경제협력은 제한될 수 있다.
가장 아이러니한 건 북핵 문제에서의 입지다. 최대 피해자이면서 가장 많은 직간접 비용을 지출하지만 대체로 조연이다. 미국은 동아시아 전략의 맥락에서 북핵을 카드로 활용하고, 중국·러시아는 각자 이익에 따라 북핵을 관리한다.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경제 성공담의 주인공”으로 평가받는 이면에 북핵 위협에 국내총생산(GDP)의 3.5%를 방위비로 지출하는 한국이 있다.

이 구조를 완전히 바꾸기는 어렵더라도 전략적인 접근은 필수다. 우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물적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핵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는 미국이 한국을 비용 분담자에서 전략 파트너로 재규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독자 핵무장에는 선을 긋되 핵 역량의 기반은 지속적으로 쌓아야 한다.
미중 압박의 비대칭성에 각기 다르게 대응하는 세밀함이 필요하다. 미국의 요구는 방위비, 무기 구매 등 비용과 인도태평양전략 참여다. 중국은 대만 문제, 한미일 협력 범위 등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요구한다. ‘전략적 모호성’은 국익을 기준으로 양보하거나 버티는 선을 명확히 설정했을 때 의미가 있다.
분명한 ‘경제적 이익’의 메시지 전달도 필수다. 강대국들의 비확산 이중잣대는 원칙보다 이익을 앞세운 결과다. 필요하다면 그들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이란 전쟁발 에너지값 급등, 북핵 억제 비용 가중, 사드 보복 경제적 손실 등을 수치화·공식화해 협상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관여하지 않은 전쟁에 의한 경제적 충격의 동맹 비용 인정, 북핵 협상에서 최소한의 의제 설정권 확보, 제2의 사드 보복 차단 등은 그래야 가능하다.
양정대 선임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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