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대가 창운 이열모, 작고 10년 만에 예술적 고향으로 ‘귀향’ [인천문화산책]
16일부터 작고 10주기 특별전 개최
유족 기증 362점 인천시립박물관서 첫 공개
2015년 고향 충북 보은 ‘이열모 미술관’ 추진
약속 지켜지지 못해… 유년 보낸 인천에 기증
겨울 나목, 미공개 이국 산수화 눈길

다음 주에는 인천시립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창운(蒼暈) 이열모(李烈模·1933~2016) 화백의 생애를 조망하는 특별한 전시가 인천 시민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오는 16일부터 열릴 예정인 이번 전시는 ‘어지러이 푸르른…필묵의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열립니다.
제목의 ‘필묵(筆墨)’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붓과 먹으로 그린 한국화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열모 화백의 작고 10주기를 기리는 전시입니다. 그의 ‘전 생애 예술 여정을 총망라’하는 전시로 꾸며질 예정입니다.
전시가 인천에서 열리게 된 사연이 조금은 특별합니다. 이번 특별전이 인천에서 성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름다운 ‘기증’과 작품을 기증한 ‘유족의 뜻’이 있었습니다.

이열모 화백은 충북 보은이 고향입니다. 그가 10세 때 가족과 함께 인천으로 이주해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서림초등학교와 인천중학교, 인천고등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지난 2025년 이열모 화백의 유족은 작품과 유품 등 362점을 인천시립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고인이 학창 시절을 보내며 예술가의 꿈을 키워낸, 예술적 고향인 인천을 택한 것입니다. 이열모 화백의 평생의 역작과 유품이 인천의 문화예술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고인이 후학을 향성했던 성균관대에도 작품이 기증됐다고 합니다.
사실 고인의 작품은 그의 충북 보은에 자리를 잡을 예정이었습니다. 고인이 작고하기 1년전 2015년 신문 기사를 보면 당시 보은군수가 미국에 거주하던 이 화백을 만나 기증 협약을 맺고, 기증품을 인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른바 ‘이열모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술관 건립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유족은 고인의 작품과 유품을 되돌려 받았습니다. 그렇게 이열모 화백의 작품은 그가 태어난 고향 대신 예술적 고향 인천에 품에 안기게 된 것입니다.
이열모 화백은 우리나라 격동의 시기를 인천에서 보냈습니다. 10세 때 인천으로 이주한 그는 서림초등학교 재학 시절 광복을 맞이했습니다. 인천중학교 시절에는 한국전쟁이 발발해 소래 고잔리 염전 노동자 숙소에서 피난 생활을 하며 인천상륙작전을 눈으로 지켜봐야 했습니다.
예술의 싹을 틔운곳도 인천입니다. 미술 시간에는 선생님의 격려와 칭찬을 받으며 풍경화를 그리며 ‘사생(寫生)의 즐거움’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 인천이 빠질 수 없습니다. 그가 청소년 시절을 보낸 웃터골 인천중학교 풍경을 비롯해 인천의 포구를 그린 ‘군선(群船)’ 등이 인천 시민에게 더욱 남다른 감동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보면 좋을 부분도 있습니다. 이열모 화백은 기존의 틀을 깨고 화실을 벗어나 직접 고안한 화구를 메고 산천을 누비며 현장에서 작품을 완성하는 독자적인 ‘필묵사생’을 시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당시 화단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특히 잎이 지고 자연 본연의 뼈대만 남는 겨울 풍경과 ‘나목(裸木)’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우리 산하를 담아내던 그의 시선은 말년에 중국 곤명, 계림과 미국의 웨스트우드 등으로 확장되는데 그가 그린 ‘이국 산수화’도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는 6월 16일부터 7월 12일까지 인천시립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이어집니다.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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