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제닉하지 않은 선관위 규탄 집회… 사진이 전부는 아니다[청계천 옆 사진관]
선관위의 이해할 수 없는 선거 관리 행태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6·3 지방선거 당일과 그 이전 선관위의 비상식적인 운영에 대한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선거 다음 날 새벽부터 이어진 집회가 벌써 열흘째입니다. 대학 캠퍼스에서도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데, 사진으로는 그다지 크게 부각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그냥 흐지부지 사라질 목소리일까요, 아니면 사진이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걸까요.

수백 명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현장은 대체로 비슷한 사진으로 표현됩니다. 지도부가 연단에 서서 구호를 외치면 군중이 주먹을 들어 따라 외치고, 카메라는 그 절정을 찍습니다. 대규모 집회의 에너지를 한 장으로 압축하는 방식입니다. 화려하고 강렬할수록 신문 지면과 인터넷 메인 화면에 픽(pick)됩니다.
시장의 반응이 그렇다 보니 집회를 준비하는 쪽도 포토제닉한 화면을 만들기 위해 사전에 기획회의를 열고 현장을 준비합니다. 사람들의 에너지를 모으는 방식과 카메라가 그 에너지를 포착하는 방식이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지도부가 의식(ritual)을 만들고 카메라는 그 절정을 찍었습니다. 둘은 서로를 필요로 했습니다.
이전에 소개한 적 있지만, 동아일보 데이터베이스에서 한쪽 팔을 들어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1974년입니다.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규탄집회와 김일성 규탄 및 일본 각성 촉구 국민총궐기대회가 그해 8월 27일 서울운동장에서 열렸습니다. 1950, 60년대는 손으로 쓴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어깨동무를 하고 스크럼을 짠 채 행진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진을 보는 우리도 이런 화려함에 익숙해져 있을지 모릅니다. 이 정도 규모와 완결성을 갖춰야 관심을 가질 만한 목소리라는 인식 같은 것입니다.
● 서부지법이 바꿔놓은 것
지난해 서부지법에서 난동이 발생했습니다. 유리창이 깨지고 법원 안 집기들이 무참히 파손됐습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던 젊은 사람들은 형사 처벌을 받았고, 그날을 기록한 영상과 사람들의 기억에는 메시지 대신 폭력이 남았습니다. 중도층이 떠났고 그 이미지는 오래 남았습니다.
젊은 세대는 그것을 봤습니다. 카메라가 무엇을 포착하는지, 그 이미지가 어떻게 소비되는지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참정권이 침해됐다며 올림픽공원 개표소 앞에 모인 청년들이 들고 나온 손팻말에서도 비슷한 결을 느꼈습니다. 과장 없이 각자의 언어로, 찍혀도 괜찮은 방식으로 분노를 표현합니다. 큰 무대도 밝은 조명도 주먹을 든 군중도 없습니다. 행사를 기획하고 주도하는 세력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거기서 나오는 사진은, 80년대식 문법으로 보면 약한 사진입니다.
● 사진이 놓치고 있는 마음
6월 10일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공동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학교별로 몇 명씩 모이는 형식이라 대표성을 가진 한 장의 이미지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규모에 익숙한 뉴스 제작자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형식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의 감정이 실체가 없다고 누구도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 자리에 성조기와 부정선거 구호가 함께 등장하면서, 현장의 풍경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화면에 담기는 모습도 달라졌고, 손팻말은 그 안에서 점점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그 분노가 사라진 것일까요, 화면 안에서만 사라진 것일까요.
송파구 개표소 앞 손팻말 사진은 처음부터 약했습니다. 기획도 없고 연출도 없었습니다. 한 학생은 시국선언에서 말했습니다. “너무도 당연해서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던 약속이 깨진 것에 대해 말하려고 나왔다.” 진보도 보수도 아닌, 절차가 깨진 것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손으로 써서 표현한 그 목소리는, 집회 경험이 많은 지도부가 사전에 인쇄물과 정교한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행사장의 목소리에 비해 과연 작은 것일까요. 어쩌면 더 큰 변화의 조짐이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좋은 댓글로 고견을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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