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과징금 쿠팡…"바보야, 중요한건"
과징금 6249억…쿠팡은 법적 대응 예고
법리관계만 찾던 쿠팡…'먼지털기' 못 이겨내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사상 최대 과징금
예상했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10일 발표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과징금 규모 이야기입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총 6249억2900만원의 과징금과 16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관련으로는 역대 최대 금액입니다.
예상했다는 건 과징금의 규모가 상당히 클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관련 과징금은 직전 3년 평균 매출의 최대 3%까지 부과가 가능합니다. 쿠팡의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은 약 32조원입니다. 일각에서 최대 1조원대의 과징금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과징금 규모가 이렇게 클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전례들 때문입니다. 지난해 2324만명의 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의 경우 과징금 규모가 1348억원이었습니다. 이것도 당시 역대 최대 규모였죠. 물론 쿠팡의 유출 규모가 약 3300만명 이상으로 더 많았지만 과징금 차이는 이보다 훨씬 큽니다.
쿠팡이 이번에 부과받은 과징금이 모두 '개인정보 유출'에 관련된 건 아닙니다. 개인정보위는 쿠팡의 안전조치 의무 소홀·개인정보 유출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4235억75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전체 과징금의 70% 수준입니다. 나머지 2011억원은 타사의 온라인 활동 기록을 이용자 동의 없이 수집·저장한 데 따른 과징금이었습니다.
쿠팡은 이밖에도 납치광고, 물류센터 자회사인 CFS의 '블랙리스트' 작성 등이 추가로 적발돼 과징금과 시정 명령을 처분받기도 했죠. 그야말로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탈탈 털린 셈입니다.
쿠팡식 화법
쿠팡은 곧바로 입장을 냈습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고객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개인정보 보호 프레임워크를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의지로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죠.
하지만 뒤이어 "작년 데이터 유출 사태와 관련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와 명확한 사실관계에 근거한 설명이 개인정보위원회의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법적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익숙해진 쿠팡식 화법인데요. 소송전을 벌이겠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쿠팡의 모회사인 미국 쿠팡Inc.는 지난 11일 보고서를 내고 "한국 개인정보위의 규제 관련 판단 및 제재 조치는 사법 심사 대상"이라며 "행정법원을 통해 법적 구제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쿠팡 입장에서야 6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순순히 낼 리 없습니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6790억원인데, 1년치 영업이익이 고스란히 날아가는 셈입니다. 심지어 올해 1분기 쿠팡은 이 개인정보 유출 이슈에 따른 '쿠폰 이벤트' 탓에 적자전환했습니다. 과징금이 반영되면 올해 쿠팡은 적자전환이 확실시됩니다. 어떤 행동이든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쿠팡이 이번 과징금 이슈를 법으로 끌고 가더라도 당분간 해결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행정소송 절차가 길고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몇 년이 걸릴 지 모르는 길입니다. 쿠팡은 2분기 실적에 이번 과징금을 판관비로 반영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2분기에 수천억원대 적자가 날 예정입니다.
바보야 중요한 건
지난 1992년. 재선을 노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슬로건 하나가 나왔습니다. 바로 "It's the economy, stupid.(중요한 건 경제야, 바보야.)" 입니다. 여러 이슈들을 내세운 다른 후보에 맞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라고 강조하며 선거의 흐름을 가져온 명 슬로건입니다. 경제를 화두로 올린 클린턴은 아시다시피 재선에 성공합니다.
이후 이 문구는 여러 책이나 정치인들의 발언에 인용되며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람을 보면 쓰이는 문구가 됐죠. 제가 가끔 쿠팡이 정부와 대립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해 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이미지야, 바보야." 라고 말입니다.
쿠팡은 이전에도, 지금도 문제가 생길 때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법적인 검토를 마쳤다", "적법하게 운영하고 있다" 등 유달리 법의 테두리에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문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김 의장의 총수 지정 이슈에 대해 "한미 FTA 최혜국 대우 의무 위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하기까지 했죠. 그 결과 돌아온 건 사상 최대 과징금과 '총수 지정'이었습니다.

앞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분기점이 된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국회 출석 요구 당시에도 한국 쿠팡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미국 법인의 의장은 관계가 없다고 한다거나, 비즈니스 일정이 있어 올 수 없다고 한 것 역시 문자 그대로는 '팩트'에 가깝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슷한 이슈를 겪은 SK텔레콤이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대국민 사과 등으로 빠르게 민심을 회복한 것과 비교됩니다. 사고의 결은 다르지만 최근 마케팅 사고로 인해 불매운동이 거세게 퍼졌던 스타벅스 역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대중의 분노가 다소 수그러들었죠. 이슈 한 달여 만에 '서면 사과'를 낸 김 의장과 달랐던 점입니다.
SK그룹이나 신세계그룹에 뛰어난 변호사가 없어서 사과를 선택한 건 아닐 겁니다. 그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보다 중요한 게 뭔지 알고 있었습니다. 쿠팡은 국내에서 거의 모든 매출을 올리는 '내수 기업'입니다. 이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잃으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쿠팡이라는 브랜드가 훼손되고 나면, 몇 년 후의 재판 결과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될 겁니다.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쿠팡이 빨리 알아챘으면 좋겠습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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