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못하고 또 카메라 든다…몰카 범죄의 위험한 중독성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고시 3관왕’ 수재도 못 끊었다…집유 뒤 또 범죄, 결국 철창행
(시사저널=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서울의 한 번화가 상가. 겉보기에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여자화장실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 칸막이를 잠그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시선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벽면에 붙은 플라스틱 휴지 상자의 미세한 틈새, 천장의 화재경보기 중심부, 바닥에 놓인 쓰레기통 옆면의 작은 구멍. 일상적인 용무를 보거나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사적 행위는 그 순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된다. 이 데이터는 가해자의 손으로, 혹은 해외 서버의 음란 사이트로 향하는 통로로 실시간 전송된다.

경찰관·교사·고위 공무원 등이 범행 저질러
지금 우리 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불법 촬영 사건이 터지고 있다. 최첨단 탐지장치를 동원해 단속을 벌여도 무용지물에 가깝다. 범죄가 너무 자주 일어나다 보니 이제는 새로울 것도 없다는 무감각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 이면에 도사린 공포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지하철을 타거나, 직장에서 화장실을 가거나, 여행지에서 숙박업소에 투숙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유령과도 같은 카메라가 나의 가장 은밀한 사생활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불법 촬영 가해자들의 얼굴은 지극히 평범하다. 음지에 숨어 사는 특정한 부류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 속에서 '설마'라는 가면을 쓴 채 살아가고 있다. 최근 검찰에 송치된 현직 경찰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교제하던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숙박업소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몰래 촬영했다. 피해자의 고소로 수사가 시작되자 영상을 삭제하며 증거 인멸을 시도했으나,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원된 영상 일부로 인해 덜미를 잡혔다. 법을 집행하고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이 되레 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였던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교장이 여교사 화장실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돼 파면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았다. 충북교육청의 한 장학관은 교육 연수시설, 식당 화장실, 심지어 친인척 집까지 돌아다니며 41명의 신체를 불법 촬영했다가 구속 기소됐다. 육군종합행정학교의 군종 목사인 소령이 영외 교회의 여자화장실 휴지통에 카메라 3대를 설치했다가 적발된 사건도 있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일반적인 인식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경찰관, 군인, 교사, 고위 공무원, 대학생 등 가해자의 스펙트럼에는 경계가 없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이웃이자, 사회적으로 높은 도덕성과 책무를 요구받는 직군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경찰청과 대검찰청의 공식 성범죄 통계를 교차 검증해 보면 가해자의 약 95% 이상이 남성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디지털 기기 조작에 가장 능숙한 20대가 전체의 40~45%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로 나타난다. 그 뒤를 30대(20~25%)가 잇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19세 미만 청소년층의 비율이 15% 내외로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보급의 보편화뿐만 아니라 딥페이크나 SNS, 텔레그램 등을 통해 불법 촬영물을 접하는 진입장벽이 현저히 낮아진 탓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무엇 때문에 몰카를 찍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의 일차적인 동기가 단순한 성적 만족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그 안에는 타인을 제어하려는 왜곡된 '통제감'과 '우월감'이 깔려 있다. 피해자는 자신이 촬영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 반면 가해자는 상대방의 은밀한 사생활이나 신체를 온전히 독점하고 관찰한다. 이 비대칭적 관계 속에서 가해자는 일종의 심리적 권력감을 맛본다. 타인을 인격을 가진 주체가 아닌, 언제든 소비하고 폐기할 수 있는 하나의 객체나 물건으로 취급하는 의식의 왜곡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상습적인 불법 촬영은 '관음 장애'와 행동 중독의 메커니즘으로 설명된다. 범행 과정에서 가해자가 느끼는 극도의 긴장감, 즉 "들키면 파멸한다"는 불안감과 아슬아슬함은 뇌 내에서 강력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이 쾌감은 '간헐적 보상 법칙'에 의해 강화된다. 매번 걸리지 않고 촬영에 성공할 때마다 뇌의 보상 회로는 더욱 단단해지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 자극적인 장소와 대담한 수법을 찾게 되는 '내성'이 생긴다. 실제로 불법 촬영 범죄의 재범률은 성범죄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위치하며, 5회 이상 상습 범행을 저지르는 비율이 30%를 상회한다. 이는 도박이나 마약처럼 가해자가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중독의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경찰대 출신인 오아무개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입법고시 수석, 행정고시 법무행정직 차석을 차지하며 '고시 3관왕'이라는 전설적인 타이틀을 얻었다. 국회 공무원으로서 탄탄한 미래가 보장된 듯했으나, 그의 삶은 불법 촬영 범죄로 얼룩지며 순식간에 무너졌다. 시작은 여의도 앞의 오피스텔 여자화장실이었다. 용변 중인 여성을 몰래 촬영하다 적발된 그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직장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범죄 행각을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을 몰래 촬영하다 다시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이다. 포렌식 결과, 무려 19명의 여성을 101회나 촬영한 영상이 쏟아져 나왔고, 고시계의 전설이라 불리던 수재는 결국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사법 당국 '솜방망이 처벌'도 범죄 만연 배경
불법 촬영이 우리 사회에 이토록 만연하게 된 배경에는 사법 당국의 책임도 있다. 법원이 불법 촬영 범죄를 대하는 태도는 오랫동안 온정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법정형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명시돼 있으나, 실제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현저히 낮다. 대다수 가해자가 초범이라서, 반성문을 제출해서, 혹은 영상이 외부로 유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나 가벼운 벌금형으로 풀려난다.
일명 '여자 사냥꾼'으로 불린 윤아무개씨(30대)의 재판 결과는 이 같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윤씨는 데이팅 앱 등을 통해 만난 여성 126명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했다. 또한 신발 속에 미니 캠코더를 숨긴 채 발등 부분에 구멍을 내어 불특정 다수 여성의 치마 속을 1400회 이상 몰래 촬영하기도 했다.
결국 덜미가 잡혀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의 처벌은 징역 1년6개월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에 그쳤다. 재판부는 "수사에 협조했고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지 않았으며,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형 사유로 들었다. 특히 윤씨가 명백한 상습범임에도 신상정보 공개나 취업제한 명령은 내려지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수사 과정에서의 허점도 법적 공백을 야기한다. 한 지상파 방송 앵커의 지하철 불법 촬영 재판에서는 경찰이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제대로 발급받지 않고 휴대전화를 탐색한 '절차적 하자'가 쟁점이 돼 선고가 연기되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원이 제시하는 감형 기준과 절차적 공백은 가해자들에게 "걸려도 집행유예나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인식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처벌의 실효성이 떨어지니 범죄의 억제력 또한 작동하지 않는 악순환 구조다.

유통망과 플랫폼 옥죄는 '입체적 규제' 필요
현재 '불법 촬영'을 기술적으로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유통 단계에서부터 강력한 빗장을 걸어야 한다. 아무런 제약 없이 사고파는 안경형, 볼펜형, 단추형, 차키형 등 변형 위장 카메라는 그 목적성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이를 총기나 도검류처럼 국가가 엄격히 관리하는 '소지 허가제'나 '구매 등록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구매자의 신원과 사용 목적을 명확히 확인하고, 기기마다 고유 식별 번호를 부여해 유통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가해자들이 손쉽게 범죄 도구를 손에 쥐는 환경을 차단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유통망을 옥죄는 것만으로는 반쪽짜리 대책에 그칠 수 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해외 직구 플랫폼을 통해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조차 받지 않은 초소형 위장 카메라가 아무런 제재 없이 국경을 넘어 안방으로 배송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관세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변형 카메라 품목의 통관 규제를 강화하는 실질적 조치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 불법 촬영물이 무차별로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에 천문학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서비스법(DSA)이나 영국의 온라인 안전법처럼, 자사 서비스 내에서 불법 촬영물이나 성착취물이 유통되는 것을 방조한 기업에 '연간 매출액의 최대 10%'에 달하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제화가 시급하다.
막대한 경제적 타격이 예상돼야 비로소 인공지능(AI) 필터링 기술을 고도화하고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제적으로 가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급처와 유통망을 동시에 압박하는 입체적 규제만이 범죄 카르텔을 와해시킬 수 있다.
피해자에게 불법 촬영은 가해자의 처벌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영상이 유포됐을지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감은 피해자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개인이 인터넷에 퍼진 영상을 지우기 위해서는 경제적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통한 삭제 지원과 잊힐 권리 보장에 대한 사후적 대안도 더욱 촘촘하게 마련돼야 한다.
나아가 불법 촬영은 뇌의 보상 회로가 망가진 중독 범죄다. 단순히 교도소 벽 안에 가두는 처벌만으로는 출소 후 재범을 막을 수 없다. 형벌과 함께 정신의학적 약물치료와 정교한 인지행동치료(CBT)를 의무화하는 '치료형 사법' 체계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은 더욱 깊고 넓어지고 있다. 첨단 탐지 장비를 들고 화장실 벽을 훑는 경찰의 분주한 움직임과 이를 비웃듯 더 작고 교묘하게 진화하는 초소형 카메라의 숨바꼭질은 지금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다.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오만한 확신이 가해자들의 마음속에 작동하는 한, 우리의 일상 공간은 언제든 범죄의 무대가 될 수 있다.
불법 촬영물을 단순한 유희나 소비재로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 어떤 제도적 대책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이제는 타인의 고통을 양분 삼아 도파민을 분출하는 비틀린 문화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다음 피해자는 나의 가족, 혹은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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