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서 애플 산다"…글로벌 거래소, 주식 거래로 판 키운다
탈중앙화 거래소 성장, 업계 재편 중
수백 개 알트코인 프로젝트 존폐 기로

글로벌 주요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일제히 주식·파생상품·수탁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거래 수수료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달한 가운데 탈중앙화 거래소(DEX)의 부상과 규제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거래소들이 전통 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타이거리서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이달 초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애플·구글 주식 거래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국내 대표 종목인 SK하이닉스·삼성전자·현대차 거래도 시작했다. 과거 규제 불명확성으로 주식 거래를 철회했던 바이낸스는 5년 만에 이 시장에 재진출했다.
이번에는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DGM) 인가 브로커딜러 '네스트 트레이딩'을 통해 서비스 구조를 규제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바이낸스는 증권을 직접 보관하지 않으며, 실행·청산·수탁은 알파카 시큐리티즈가 담당하는 구조다. 또 다른 글로벌 거래소 바이비트도 같은 시기 코스피(KOSPI) 주요 종목과 스페이스X 무기한 선물 상품을 출시했다. 코인베이스도 스페이스X 선물 거래 지원을 발표했다.
이 같은 방향 전환의 배경에는 세 가지 압력이 작용했다. 우선 가상자산 거래량의 급감이다. 바이낸스 기준 알트코인 일평균 현물 거래량은 2025년 10월 고점(약 450억 달러)에서 현재 77억 달러 수준으로 85%가량 감소했다. 타 중앙화 거래소 합산도 고점 대비 약 70% 떨어졌다.
둘째는 탈중앙화 거래소 하이퍼리퀴드의 부상이다. 2026년 중반 기준 하이퍼리퀴드 무기한 선물 거래량 상위 30개 자산 중 23개가 주식과 원자재였다. 셋째는 미국 규제 환경의 변화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코인베이스, 크라켄과의 소송을 취하하면서 금융 인가가 리스크가 아닌 신뢰의 증표로 전환됐다.
거래소별 대응 전략은 각기 다르다. 바이낸스는 2억명 이상의 기존 유저를 기반으로 '에브리띵 스토어' 전략을 구사하며 ▲주식 ▲파생상품 ▲온체인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바이빗은 온체인 xStocks와 오프체인 트레드파이(TradFi) 파생상품을 동시에 확장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나스닥 상장·S&P 500 편입으로 쌓은 규제 신뢰를 바탕으로 기관 고객 확보에 집중하며, 2025년 데리빗 인수로 글로벌 크립토 옵션 시장의 약 85%를 차지했다. 크라켄은 닌자트레이더, 비트노미얼 인수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마스터 계좌 확보를 통해 연방 인가 크립토 은행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수백 개의 알트코인 프로젝트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암호화폐 시장의 생태계는 중앙화 거래소의 상장과 런치풀 유동성 지원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거래소들이 전통 금융 상품으로 수익원을 재편하면서 알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타이거리서치는 "예전엔 중앙화 거래소가 가상자산 시장과 함께 하락장을 버텼지만, 지금은 스스로 성장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거래소의 방향 전환이 수많은 알트코인에게 각자도생을 선언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종욱 기자 onebell@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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