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5만원 실험' 44곳 경쟁…무슨 사업이길래

손유지 2026. 6. 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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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비하인드] 농어촌 기본소득 17개 군 확대
월 15만원 지역화폐 지급... 지역경제 회복 기대감
화천부터 청송까지... 지역 맞춤형 모델 경쟁 돌입
재정 부담·지속가능성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지데일리] 농어촌 소멸 위기 앞에 정부가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농어촌 활력 회복을 위한 정책 확대를 주문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을 기존 10개 군에서 17개 군으로 대폭 확대했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국가 차원의 실험이 한층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을 기존 10개 군에서 17개 군으로 확대한다. 새로 선정된 7개 군 주민은 8월부터 월 15만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받으며,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농림축산식품부는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추진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추가 공모 결과 강원 화천, 충북 보은, 전북 진안·무주, 전남 구례·보성, 경북 청송 등 7개 군을 새롭게 선정했다. 이에 따라 사업 대상 지역은 기존 10개 군을 포함해 총 17개 군으로 늘어나게 됐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역경제 위축이라는 복합적 문제를 겪고 있는 농어촌 지역 주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해 소비를 촉진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대상 지역 주민은 자격 확인 절차를 거쳐 1인당 월 15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받게 된다. 새롭게 선정된 7개 군은 오는 8월부터 첫 지급이 시작된다.

이번 사업 확대의 배경에는 시범사업의 초기 성과가 자리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기존 10개 시범사업 지역에서는 사업 시행 이후 인구가 4.7% 증가했고 신규 가맹점 수도 13.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유출이 지속되던 농촌 지역에서 증가세가 확인됐다는 점은 정부가 사업 확대를 결정한 중요한 근거가 됐다.

특히 중동 지역 정세 불안과 세계 경기 둔화 여파로 농어촌 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농촌은 소비 기반이 취약하고 산업 구조가 제한적이어서 경기 침체 시 타격이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706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대상 지역 확대에 나섰다.

공모 과정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전국 인구감소지역 59개 군 가운데 무려 44개 군이 신청해 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방정부들이 기본소득 정책을 단순한 복지사업이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정된 지역들은 각기 다른 방식의 지역 맞춤형 모델을 제시했다. 화천군은 산천어축제와 지역자산 공유화를 통해 창출한 수익을 주민에게 환원하는 구조를 내세웠다. 보은군은 자체 재원을 추가 투입해 지급액을 늘리고 공동체 활성화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진안군은 연대기금 조성과 창업 지원을 결합한 지역 선순환 체계를 제안했고, 무주군은 공유자원과 기본소득을 연계한 특화산업 육성 방안을 내놓았다.

구례군은 지역 내 거래가 다시 지역경제로 연결되는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보성군은 생활권별 차등 캐시백을 도입해 읍 지역으로 소비가 집중되는 현상을 줄이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청송군은 산불 피해 복구와 생활돌봄 서비스를 연계해 정주 여건 개선 효과를 검증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기본소득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소상공인 매출 증가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되는 만큼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기보다 지역 안에서 순환하게 된다. 여기에 청년층 유입과 정착을 유도하고 공동체 활동을 확대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러나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쟁점은 재정 부담이다.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국비 지원을 통해 운영할 수 있지만 전국 단위 확대가 논의될 경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 역시 지역별로 차이가 커 향후 사업 확대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효과 측정의 객관성 확보도 과제로 꼽힌다. 인구 증가나 소비 확대가 기본소득 지급 때문인지, 다른 정책과 경기 요인의 영향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기 소비 진작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과 산업 기반 확충 없이 인구 유입을 지속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한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 제한이 과도할 경우 주민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소비가 특정 지역과 업종에 집중되지 않도록 설계했지만 이용 편의성과 정책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이번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는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적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농촌의 인구 감소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과 식량안보, 국토 관리 체계와도 직결된다. 기본소득이 농어촌 재생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보완이 필요한 정책으로 남게 될지는 앞으로 17개 군에서 펼쳐질 실험의 성과가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