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ON- 도희주의 반차 내고 떠나는 Trip in 경남] (25) 양산 디자인공원
천성산 자락 돌 쌓아 만든 ‘석가산 폭포’
세 갈래 물줄기 떨어지는 풍경 장관
동굴서 손 내밀면 시원한 폭포수 닿아
연못에 핀 옥잠화·수련 싱그러워
조각품과 어우러진 조경 모두 ‘예술’

양산 디자인공원 내 석가산 폭포로, 폭포수가 떨어지는 연못엔 다양한 수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도희주 작가/

◇마음에 담는 스냅숏들= 농심을 헤아리듯 비가 잦다. 비가 내린 후엔 주변의 나무들이나 가로수들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아직 성장의 시간인 만큼, 가지 끝마다 연초록 잎이 더해져 풍성하다. 우듬지는 한 뼘만치 더 자라 말갛게 빛이 난다.
빠르게 스치는 풍경이 안타까워 차 속력을 조금 늦춘다. 도로변 방음벽 한 칸을 성마른 담쟁이가 벽지처럼 빈틈없이 뒤덮고 있다. 줄 장미들은 담장을 넘어 도로를 기웃거리다가 제풀에 놀라기도 한다. 펜스 사이를 드나드는 장미들은 붉은 수다에 여념이 없다. 어떤 길섶엔 찔레꽃들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박장대소하고 있다. 차창으로 잠깐 눈길을 주자 한꺼번에 까르르 웃음을 쏟아낸다. 마음 같아선 함께 어울리고 싶지만 정차할 데가 없다. 흡반처럼 들러붙는 풍경은 마음에 ‘스냅숏’으로 찰칵, 담는다.
양산낙동강교 위를 달린다. 양산낙동강교는 1126.1m로 경남의 많은 교량 중 비교적 긴 교량이다. 운전대를 꼭 잡고 곁눈으로 강 풍경을 재빠르게 스냅숏! 강변의 연초록 초목들은 바람에 갈피를 못 잡는데, 강물 위 반영된 초목들은 또 다른 표정으로 얼굴에 주름잡으며 익살스럽게 웃는다.
잠시 후 물금톨게이트를 서행하며 지난다. 양산천 제방 따라 가로로 일자 도로다. 우회전과 좌회전뿐이다. 정중앙 제방 경사면 석축 위엔 ‘양산시’ 백색의 굵은 고딕형 팻말이 1음절씩 세워져 있다. 양산시 관문이다. 주변 녹지를 배경으로 청량감을 더해준다. 일몰 후 조명이 켜지면 순백의 ‘양산시’ 문패가 될 것이다.

공원 중심부.
나그네는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좌회전한다. 양산천 제방 경사면엔 금계국 노란 물결이 장관이다. 아니 노란 은하수 물결이다. 노랗게 노랗게. 지면의 바탕색 같은 초록과 금계국 줄기의 초록, 그리고 꽃잎들의 노랑은 서로를 밝혀준다. 군데군데 보랏빛 라벤더와 앙증맞은 흰 샤스타데이지도 제방의 식구다.
제방 따라 이어지는 제방로. 봄날을 화려하게 장식했을 벚나무의 초록과 훤칠한 메타세쿼이아 초록 행렬에 바람도 초록빛이다. 좌측 부산대양산캠퍼스역을 지난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인파가 역을 드나든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모처럼 대학생들의 뒷모습 또는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꿈을 향한 청춘들의 발걸음이 계절처럼 발랄하다.

동물 형상의 조각의자와 쉼터.
◇석가산(石假山) 폭포 앞에 서다= 양산시 지형이 그렇듯, 디자인공원 역시 배산임수형으로 명당이다. 공원은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를 화단으로 구분해 놓았다. 아직 나무 그림자는 넓지 않으나 적재적소에 벤치가 많다. 디자인공원 시그니처 석가산(石假山) 폭포. 세 갈래 물줄기가 시원하게 방문객을 반긴다. 천성산(920m) 계열의 산자락에 바위를 쌓아 조성한 인공산이며 인공폭포다. 바위 틈새와 호숫가 주변 조경이 자연스럽다. 옥잠화와 수련을 비롯해 수생식물들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분수대마다 물을 뿜어 올리며 때 이른 더위를 식혀준다. 쏟아지는 물소리와 함께 호수의 잔물결에 발을 담그고 싶다. 호수엔 조명대도 여럿 있다. 야간엔 석가산 폭포가 어떻게 빛날지 자못 궁금해진다.
석가산 폭포는 눈으로 보는 데만 그칠 수 없다. 호수 앞 덱 로드를 따라가면 동굴 같은 게 있다. 잠시 주춤하다 조심스럽게 들어선다. 비밀스러운 공간이지만 비밀은 없다. 다만, 이색적인 분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내부엔 밤에만 볼 수 있는 파노라마 LED를 천장에 설치해 놨다. 야간 경관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밖에선 예사로 봤는데 동굴 안엔 창이 세 군데나 있다. 창이지만 절반은 안전 투명판이며 유리는 없다. 허리께에 오는 담장 같다. 손을 내밀면 밖에서 쏟아지는 폭포수가 와닿는다. 시원하다. 폭포수 아래 서 있어도 물에 젖지 않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은 호수 쪽 덱 로드에서 창을 액자 삼아 앵글을 잡으면 괜찮겠다. 모자나 선글라스로 한껏 멋을 부려도 좋고 원색의 양산이나 우산을 쓴다면 더 멋진 인생샷이 될 것이다.

수달 형상 의자
◇작품 아닌 게 없다= 석가산 폭포에서 한발 물러나 공원을 둘러본다. 원형의 덱 마루엔 소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테두리엔 벤치들이 놓여 있다. 독특한 캐릭터 조각 의자들이 시선을 붙든다. 악어·도마뱀·수달 형상으로 보이는 조각 의자는 밤이 되면 공원을 휘젓고 다닐 듯하다. 평일인데도 공원을 찾은 사람이 많다. 산책로 근처 나무 그늘 테이블엔 간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다. 주말엔 정말 북새통일 듯하다.

천원식 作 ‘천상의 선물‘
이동 중 공원 상징을 설명해 놓은 안내판 앞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 ‘하나 되는 양산(One)’으로서 석가산 폭포 물줄기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양산을 지나는 많은 물줄기가 한 곳으로 집결하는 이미지다. 공원 내 원형(圓形)들은 양산의 여러 지역이 하나로 자연스레 어우러져 서로 소통하며 성장을 바라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양산 시민정원학교 제1기 졸업 작업이자 작품으로,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를 비롯해 25명이 직접 참여해 계획하고 조성했다는 ‘양산시공원과’ 안내 팻말을 읽으며 다시 한번 놀라웠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냥 볼 일이 아니었다. 디자인공원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이에겐 명당다운 명품의 쉼터임이 틀림없다.
이내 녹아내릴 것처럼 보이는 얼음 기둥 이미지는 착시였다. ‘Drawing 1903’ 제목으로 권달술 작가의 작품이다. ‘현대 조각적 특성인 선, 면, 공간의 미학적 가치를 스테인리스의 특성에 담아 공원 환경에 현대조각의 위대성을 가감 없이 발휘하도록 기획한 작품’이라지만 나그네가 작품을 이해하기엔 태부족이다.
많은 수목 중 나그네가 아는 나무가 지척에 있다. 산딸나무. 4장의 하얀 꽃잎이 갓 쌓인 눈처럼 심신 정화에 한몫하며 무상의 그늘도 제공할 것이다. 다시 걸음을 옮기다가 ‘자화상’이라는 서동헌 작가의 작품 앞에 섰다. 액자형 작품이다. 중앙 스테인리스 미러 판은 관객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준다.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명언이 귓속을 파고든다. 그렇지만 뒷면은 미세한 굴곡으로 누구나 왜곡된 모습을 비춰준다고. 나그네가 뒷면에 서 본다. 아, 정말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듯, 웃으며 살라는 ‘자화상’의 묵직한 가르침을 새삼 깨닫는다. 나그네는 하반기 내면의 디자인을 ‘자화상’에서 찾았다.
〈여행TIP〉
☞디자인공원 : 양산시 물금읍 부산대학로 16 일원에 18만2506㎡ 규모. 2014년 착공해 2016년 개장한 도심 근린공원이다. 2021년 10월 ‘석가산(石假山)’과 연못을 포함한 생태 휴식 공간을 조성했다. 맨발 걷기 열풍과 시민의 요구를 반영해 2024년 맨발 산책로(500m)와 부대시설도 갖추었다. ‘2030년 공원녹지기본계획’에 따라 현재 근린공원·어린이공원·수변공원 등 206개에서 214개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
☞‘양산’ 지명 유래 : 신라 문무왕 5년(665년) 신라가 국가 안위를 기원하며 피를 나누는(?) 맹세를 다지던 지역적 의미로서 삽량주였다. 신라 경덕왕 16년(757년)엔 삼국사기, 지리지 등에 따라 삽량주에서 ‘삽’ 자를 뺀 양주(良州)로 개편됐다. 조선 태종 13년(1413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양산군(梁山郡)으로 명명됐다. 들보(梁)로 쓰일 나무들이 많다는 뜻이었으며, 올해는 ‘양산시’ 출범 30주년이다.
☞물금(勿禁)의 뜻 : 역사적 배경과 지리적 특징 3가지가 유래되고 있다. 첫째, 삼국시대 신라와 가락국(김해 가야)이 국경을 접하고 있어 나루터(물금진)에서 교역을 엄격하게 단속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둘째, 순우리말 ‘물구(고)미’로 물의 입·출구에서 한자음을 빌려 ‘물고미(勿古味)’로 불리다가 ‘물금(勿禁)’이 됐다는 설. 셋째, 낙동강 하류 지역이라 낙동강 범람으로 수해가 잦아 “물이 넘지 말게 해달라”는 기원을 담았다는 설이다.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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